닫힌 사회와 그 친구들

미래는 예측하는 것이 아니라 만드는 것이라는 말이 있다. 그러한 미래의 관점에서 볼 때, 요즈음 대한민국은 참으로 무미건조하다. 이런저런 자극적 사건은 연일 터져 나오지만, 촛불이라는 거대한 물결을 이어받는 미래를 향한 사회적 동력과 다양한 지적 담론 및 논쟁, 실험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혹자는 평화를 향한 남북관계의 진전이 그러한 것이라고 말할지 모르겠지만, 어느 새 남북관계도 ‘과거의 길’ 속에서 방향을 잃고 있다. 마치 대한민국이라는 호수가 고여서 서서히 부패되어가는 느낌이다.
그리 오래된 기억도 아닌,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다이내믹 코리아’라는 구호가 생겨날 정도로 대한민국은 여기저기에서 끓어오르는 에너지와 변화의 물결을 느낄 수 있었는데, 지금은 다시 ‘고요한 아침의 나라’로 되돌아가고 있음을 체감한다.
물론 방탄소년단의 K팝이나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은 봉준호 감독의 쾌거 등으로 대표되는 아직도 다이내믹한 한류가 있지만, 사실 이 분야도 우리를 흥분시킬 만한 신선하고 창의적인 거대한 활력과 물결을 만들어내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밤하늘 가득한 구름을 벗어난 그나마 몇 개의 별과 같은 존재가 아닌가 싶다.
20세기 말과 21세기 초반, 우리는 그 어떤 나라보다도 먼저 인터넷과 디지털 벤처의 시대를 이끌었고, 우리의 문화를 세계화시키는 한류 창업가들이 있었다. 또한 지적으로도 세계 속의 대한민국을 꿈꾸는 이상과 포부가 있었으며, 북방정책, 민주화, 선진화, 정보화, 신자유주의, 공동체 자유주의, 경제민주화, 동아시아 공동체, 동북아 균형자 등과 같은 시대정신과 국가 비전을 담은 굵직굵직한 담론들을 중심으로 치열한 논쟁과 토론이 있었다. 그리고 그 지적 자극은 대한민국의 미래상으로 연결되는 미래지향적인 에너지로 분출되곤 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미래를 향한 에너지가 사라지고, 정지해 버린 대한민국을 놓고 나라의 주인은 누구이며, 이 땅의 주류는 누구이며, 더 이상 커지지 않는 지금의 경제적 파이를 누가 더 많이 떼어가야 하는가의 진영싸움, 파벌싸움만 난무하고 있다. 우물 밖으로 나가던 우리의 시야는 다시 우물 안으로 돌아오고, 그 우물 속에서도 덧셈의 정치와 덧셈의 경쟁이 아니라 뺄셈의 정치와 뺄셈의 경쟁을 하고 있다. 나와 다르면 틀리고 나쁘다는 단일한 기준이 생기면서 아예 다름을 표현하지 못하는 공포가 밀려오고 있다.
물론 청산해야 할 과거와 적폐가 존재하지만, 미래 지향성이 없는 청산이 오랜 일상이 되어가면서 사회가 움츠러들고, 지식인도 공적인 장에서 입을 닫기 시작하였다. 그 부작용이 자극적 뉴스와 분석이 난무하는 비공인 언론공간인 유튜브의 세계다. 공인된 열린 공간에서 행해져야 할 지식인들의 건설적인 토론과 담론을 자극과 인기에 의존한 유튜버의 예능언론이 대체하고 있다.
어쩌다 이렇게 되었을까? 너무나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이유는 일상화된 적폐청산의 공포 분위기와 정의로움을 무오류와 전지전능으로 치환하려는 정치세력의 책임이 크다. 그 공포 분위기와 무오류의 정의로움은 미래와 다름을 토론하고 논쟁할 수 없는 닫힌 사회를 만들어 버린다.
물론 닫힌 사회로의 흐름은 현 정부에서 시작된 것이 아니다. 이미 너무나 시끄러울 정도로 가장 열려 있었던 노무현 정부를 마지막으로 정의와 옳음과 의제를 독점한 권력들이 배제의 정치를 시작한 지는 꽤 되었다. 그 세력이 지금은 다시 적폐가 되었지만, 닫힌 사회를 다시 열라는 촛불의 요구를 지금의 진보정부가 충분히 인식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또 한편 현재 우리 사회를 열지 못하는 데에는 여,야의 책임 역시 크다. 이들도 미래의 적폐청산을 위하여 정치자본을 쌓아가고 있을 뿐 주권자 국민의 활기를 되살릴 상상력과 정책담론, 국가비전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오스트리아의 철학자 카를 포퍼가 말했듯이 모든 가능성이 열려있는 열린 사회의 적들은 전체주의를 지향한다. 아무리 스스로 정의롭다 생각해도 그것이 무오류와 전지전능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촛불은 적폐청산과 함께 미래로 향하는 열린 민주주의 사회를 요구했다. 적폐를 청산할 권한을 부여한 것이 무오류성을 인정한 것으로 동일시되면 안된다. 그걸 동일시하는 세력이 있다면 그들은 전체주의를 지향하는 닫힌 사회의 친구들일 뿐이다. 민주세력은 닫힌 사회의 적이 되어야 한다. 그래야 우리가 원하는 미래를 만들 수 있다.
최용대 발행인/ 주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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