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정치 》 분뇨편지

최용대 발행인/ 주필 기자

등록 2026-05-20 23:46


분뇨편지





국회 본회의장 오물투척소동이 벌어진 것은 태평로의사당 시절이던 1966년 9월22일의 일이었다. 사카린 밀수사건을 둘러싼 의혹이 소동의 도화선이었다. 이만섭·권오석·김대중 의원에 이어 김두한 의원이 단상에 올랐다. 몇 차례의 제지에도 불구하고 열변을 토해나가던 그는 도저히 분을 삭이지 못하겠다는 듯 보자기에 쌌던 상자를 풀고는 “이거나 처먹어, 이 ××들아”라는 욕설과 함께 국무위원석을 향해 내던졌다.


자리에 앉아 있던 정일권 총리, 장기영 부총리 등이 얼떨결에 오물을 뒤집어썼으니 날벼락이나 다름없었다. 정부가 사건을 감싸고 있다는 의혹과 불만을 드러낸 것이었지만 파장은 작지 않았다. 곧바로 삼성그룹 이병철 회장의 은퇴성명이 나왔으며 내각의 총사퇴가 이어졌다. 김의원 본인도 의원직 사퇴와 함께 구속조치됐다. 이듬해의 대선과 총선을 앞두고 6대 국회를 마감하는 당시 정기국회의 최대 사건이었다.



최근 들어서도 국회의원 공천에 탈락하거나 기초자치단체 선거결과에 불만을 품은 인사들이 분뇨를 뿌리는 등 비슷한 사건이 끊이지 않고 있다. 불결하고 퀴퀴한 냄새로 눈길을 끌어 곧바로 시위효과를 낼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심지어 학내분규에 불만을 품고 총장실에 분뇨를 뿌리는 경우까지 나타나고 있다.


몇몇 국회의원 사무실에 배달됐다는 분뇨 편지 얘기가 시중의 화제다. “국민의 대변(大便)으로/국민을 대변(代辯)하여/국민을 대변(大變)케 하리오”라는 내용도 그렇지만 오물을 비닐 봉투로 포장해 함께 배달한 아이디어가 기발하다. 결코 올바른 방법이라고는 할 수 없으나 정치권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과 불만이 어느 수준에 도달해 있는지를 가늠할 수 있는 사건이다.


문제는 이를 대수롭지 않다는 듯 슬며시 넘기려는 정치권의 태도다. 당사자들은 편지를 받았다는 사실조차 쉬쉬하고 있다는 것이니 부끄러운 줄은 아는 모양이나 반성의 목소리는 그다지 들려오지 않는다. 정치권의 솔직한 자기반성이 따르지 않는다면 언제 또다시 유사한 소동이 일어날지 모른다

최용대 발행인/ 주필

최용대 발행인/ 주필

기자

헤드라인 뉴스

한국매일뉴스
등록번호인천 아 01909
발행인최용대
편집인이원희
연락처010)8834-9811
FAX031)781-4315
이메일hangukmaeilnews@naver.com
사무실031-781-9811
사업자 번호583-06-03523
주소 인천 서구 원당대로 628 714호 보미 골드 리즌빌
한국매일뉴스

한국매일뉴스 © 한국매일뉴스 All rights reserved.

한국매일뉴스의 모든 콘텐츠(기사 등)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R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