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문학》일본 국수주의와 인문학

최용대 기자

등록 2025-09-02 21:52


일본 국수주의와 인문학



일본의 소위 ‘새로운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의 대표격인 자들이 일본이나 아시아 역사가 아니라 독일의 철학이나 문학 등을 전공했다는 점은 우리에게 그다지 알려져 있지 않다. 그들은 독일 찬양자, 특히 독일이 그 도발로 비난받는 제1, 2차 대전은 물론 그 역사의 찬양자로서 그 중에는 저명한 니체 연구자도 있다. 그런 독일 찬양자는 한국에도 물론 있으니 일본만의 특유한 현상은 아니다. 과거 군사독재시대에도 한국의 독일문학을 대표하는 자가 동시에 여당과 국회의 대표를 지내기도 했고, 특히 지역감정을 유발한 발언을 처음으로 시작한 문학적 재능을 발휘하여 문학이 사회에 기여한 혁혁한 공로를 세우기도 했다.


한국에서는 학문이나 예술과 정치를 철저히 구분하는 경향이 있어서 그런 경우의 정치와 학예도 구분하지만, 그것이 과연 옳은 것인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사실 우리의 독문학자는 그 독문학에 대한 글에서 정치에 대해 언급한 적이 거의 없다. 나치즘에 대해서도 물론 언급한 적이 없다. 특히 자신이 봉사한 유신권력과 나치즘을 비교한다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었으리라. 그런 그의 독문학은 그야말로 고상한 이상의 순수한 독문학이었다. 설령 나치즘 시대에 나치즘에 봉사한 문인들을 소개하는 경우에도 그런 정치 이야기는 철저히 제외했다. 마치 언급할 필요가 없는 사소하고 불쾌한 일인 양 말이다.


-침략만행 비판않는 日학자들-


독일의 나치즘 반성에 대해 이야기하는 경우에도 그것은 히틀러를 비롯한 나치스의 탓이지 독일인이나 독일 문인의 책임이라고는 절대로 말하지 않았다. 그가 일본의 한반도 침략에 대해 뭐라고 했는지는 모르지만, 군사독재시대에 일본의 국수주의자들과 군사독재권력은 정말 친하게 지냈다. 그래서 독일은 나치즘 만행을 철저히 반성하고 사죄하지만 일본은 반성이나 사과는커녕 침략만행을 부정하고 미화한다는 점도 별로 문제가 되지 않았으리라. 그래서 결국은 독일 나치즘도 일본 제국주의도 군사독재도 유신도 모두 나라를 위해서는 옳았다고 생각한 것은 아니었을까? 그리고 지금도 우리에게는 그런 생각이 남아 있지 않을까?


그러나 일본의 독문학자나 독일철학자는 적어도 그렇게는 말하지 않는다. 적어도 그들은 나치즘을 찬양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나치즘과 일본제국주의를 같이 보지도 않는다. 즉 독일과 달리 일본은 유대민족 말살 같은 악행을 저지르지 않았고, 유대민족 말살을 이유로 독일이 전후에 전쟁책임을 철저히 사죄하여 온 것은 순수한 도덕주의나 인도주의나 박애주의나 이상주의 차원이 아니라, 국제정세 속에서 국익을 추구한 지극히 현실주의적인 전략에 불과하므로, 일본은 전혀 그럴 필요가 없었고 지금도 없다고 주장한다. 이런 주장에 대해 독일측이 뭐라고 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없지만, 일본측, 특히 보수주의측은 대단히 만족해하여 소위 ‘새로운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의 기본철학으로 삼는 듯하다. 이런 주장에 한국의 독일통은 뭐라고 말할지 궁금하지만, 아마도 여전히 독일인이 일본인보다는 월등히 우수하고 도덕적이며 특히 책임감이 강하기 때문에 일본과 달리 사과를 한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인 듯하다. 그러나 나는 이런 독일 우월론에는 찬성할 수 없다. 그 어떤 서양 우월론에도 찬성할 수 없다. 이런 유치한 인문학은 이제 극복하고 최소한 일본의 독문학자나 독일철학자들처럼 객관적으로 서양을 볼 필요가 있다. 그러나 동시에 일본인들이 자국의 전쟁책임을 부정하는 것에 대해서는 더욱 철저히 비판할 필요가 있음은 물론이다. 특히 일본에서는 전쟁책임을 인정하기는커녕 스스로 원자폭탄의 피해자라는 이유에서 반미 평화주의를 주장하고 그것이 개헌논의로까지 이어지는 점을 경계할 필요가 있다.


-‘위안부’눈감은 우리도 반성을-


사실 지난 반세기 이상 나치즘의 유대민족 말살에 대한 비판이 끊임없이 범세계적으로 제기된 것에 비하면 일제의 조선인 강제연행이나 ‘위안부’ 강요는 그야말로 이제 겨우 조금씩 알려지고 있는 형편이다. 물론 그 책임은 전적으로 그 사실을 은폐하고 부정한 일본측에 있지만 이에 동조한 우리에게도 책임이 없는 것이 아니다. 특히 여기서 말하는 일본측이나 우리에는 정부만이 아니라 학계나 언론계는 물론 시민 개개인도 포함될 수 있다. 우리 자신이 그 사실에 눈감았다는 점은 철저히 반성해야 한다. 내가 만난 소위 ‘위안부’ 출신 어느 할머니는 ‘위안부’에서 돌아와 한국에서 반평생을 살기가 더욱 힘들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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