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원로의 분열

최용대 발행인/ 논설위원 기자

등록 2025-12-13 07:19

원로의 분열





고대 로마 시절,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1인 체제가 굳어지자 키케로는 친구 아티쿠스에게 권력에서 밀려난 원로의 비애를 담은 편지를 보냈다. “과거에는 정치가 노련하고 원숙한 사람들의 일로 되어 있었네. 그러나 이젠 누군가와 누군가의 명령에 따라 뛰어다니는 젊은이들의 일이 되어 버렸네. 이렇게 되면 노쇠한 정열을 갖고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정원 가꾸는 일 정도밖에 남지 않을 걸세.”


로마의 건국자인 로물로스가 설치한 이래 국정운영의 실질적인 중심기관이었던 원로원은 폼페이우스와 카이사르의 권력싸움에 말려들면서 점차 그 권능이 쇠퇴했고, 끝내는 카이사르에게 1인 지배의 길을 열어준 결과가 되었다. 카이사르는 원로원이 군대를 해산하고 로마로 돌아오라는 결의를 하자 ‘주사위는 던져졌다’는 말과 함께 루비콘강을 건너 로마로 진격했다. ‘왔노라, 보았노라, 이겼노라’도 카이사르가 원로원에 보낸 전승(戰勝) 보고서의 한 구절이었다.



원로라는 말은 고대 로마에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우리도 조선시대엔 영의정이나 좌의정, 우의정 등 3정승을 지낸 나이 많고 덕망 높은 인물을 원로대신이라고 해서 각별하게 받들었다. 그런가 하면 프랑스혁명 이후의 총재정부 시대와 그뒤 나폴레옹 시대에는 상원을 원로원으로 부르기도 했다. 이처럼 원로라는 말 속에는 세상사를 크고 넓게 관조할 수 있는 연륜을 쌓고 그에 걸맞은 덕망을 갖춘 나라의 어른이라는 뜻이 함축되어 있다.


지난 며칠 동안 우리 사회에는 시국을 바라보는 눈이 서로 다른 원로들이 잇달아 성명을 발표하는 사태가 일어났다. 여.야당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정쟁에 원로들의 성명전이 그것이다. 이처럼 나라의 어른들이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다보니 평소 같으면 천금 같은 무게를 지니고 있어야 할 경세(警世)의 말씀도 본래의 무게를 지니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국론이 갈가리 찢기면서 나라의 원로들까지 분열양상을 보이는 오늘의 시국이 안타깝기만 하다.

최용대 발행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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