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 유언비어의 사회학

최용대 발행인/ 주필 기자

등록 2026-01-08 21:56

유언비어의 사회학





요즈음 유언비어가 떠돈다는 유언비어가 있다. 유언비어의 유포를 엄단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면서 구체적인 내용을 예시하는 것을 보면, 그 폐해가 심각하긴 대단히 심각한 모양이다. 언론에 보도된 예들을 보고서야 비로소 그런 사실을 알게 되고 또 그 말을 옮긴다면, 유언비어를 엄단하겠다는 말이 바로 유언비어의 진원지인 셈이다. 우리가 여기서 떠도는 말을 여기서 새삼스럽게 인용하지 않는 것은 처벌 받을까가 두려워서가 아니라 문제의 핵심이 의외로 간단하기 때문이다. 한편에서는 우리 사회가 ‘위기’에 빠졌다고 말하고, 다른 한편에서는 위기설 자체가 ‘유언비어’라고 단죄한다.


진위를 확인할 수 없는 것이 유언비어의 속성이라는 사실을 상기하면, 우리가 여기서 떠도는 소문의 사실 여부를 확인하려고 굳이 애쓸 필요가 없다. 유언비어라는 것이 본래 아무 근거없이 널리 퍼진 소문이나 터무니없이 떠도는 말을 의미하지 않는가. 유언비어의 진위를 판단할 수 있는 근거가 없다고 해서 유언비어가 생성되는 근거조차 없는 것일까. 많은 사람들에게 해를 끼치는 데도 불구하고 터무니없는 뜬소문이 도대체 왜 나는 것일까.


이런 질문을 던지면서 우리는 우화 하나를 기억한다. “아주 오랜 옛날에 당나귀처럼 귀가 커서 고민이 되는 임금님이 있었습니다. 그는 귀를 감추기 위하여 왕관 만드는 사람을 불렀습니다. 왕관을 만드는 사람은 웃음을 참느라고 쩔쩔 맸습니다. 그러나 그는 절대로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해야 했습니다. 시간이 갈수록 왕관을 만드는 사람은 단 한번만이라도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다’라고 소리치고 싶었습니다. 그러다가 대나무 숲에 들어가 땅에 구멍을 파고서는 엎드려서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다’라고 소리 질렀습니다. 얼마 후 왕관 만드는 사람은 죽었지만, 그때부터 산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바람이 불 때마다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다’라는 소리가 대나무 숲에서 들려왔던 것입니다”


이 우화는 유언비어의 속성을 잘 말해준다. 첫째, 유언비어는 대중에게 알려서는 안된다고 생각하는 고민에서 기인한다. ‘임금님 귀를 당나귀 귀’라고 말할 수 있는 확실한 근거가 없는 것처럼 유언비어 역시 확실한 원인을 갖지 않는다. 임금이 자신의 귀가 크다는 사실을 숨기려고 한데서 문제가 시작됐던 것처럼 어떤 문제가 공론화되기 어려울 때 유언비어는 발생한다.


우리 사회를 배회하고 있는 뜬소문 역시 마찬가지이다. 경제악화와 남북문제가 단지 우연히 겹친 것인지, 외교에 신경을 쓰느라 내치를 소홀히 한 것인지, 경제위기가 극복되었다고 천명하거나 공정한 인사를 하겠다고 공언한 것이 단순한 말치레에 불과한 것인지 무지한 국민으로서는 알 길이 없다. 중요한 것은 이런 문제들이 공개적으로 논의될 수 있는 길이 차단될 때 쑥덕공론이 시작된다는 점이다.


둘째, 유언비어의 절대적 금지는 유언비어를 오히려 확신시킨다. 말을 하고픈 것이 인간의 기초적인 욕망인데, 공동의 문제에 관한 말이야 오죽 하겠는가?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유언비어를 불식시킬 수 있는 것일까. 여기서 우리는 대나무숲을 몽땅 베어내도 괴이한 소리를 없앨 수 없다는 이 우화의 교훈에 주목해야 한다.


셋째, 유언비어는 그 원인인 고민과 위기를 공론화할 때 비로소 사라진다. 임금님이 커다란 왕관을 벗어버리고 “내 귀가 당나귀 귀라네”라고 스스로 인정할 때 이상한 소리가 사라지고 백성들이 안심하고 살 수 있었던 것처럼. 유언비어를 근절하고 엄단하겠다는 어처구니없는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이 우화를 읽어야 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유언비어가 위기의 원인이 아니라 위기가 유언비어의 원인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임금님이라고 할 수 있는 우리의 대통령은 과연 무슨 고민을 하고 계신 걸까.

최용대 발행인/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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