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름달

꽃 사이에 앉아 혼자 마시자니/ 달이 찾아와 그림자까지 셋이 됐다/ 달도 그림자도 술이야 못마셔도/ 그들 더불어 이 봄밤 즐기리…(이백의 독작(獨酌))
사경이라 그믐달을 산이 토하니/ 얼마 남지 않은 밤의 물 밝은 다락/ 먼지 앉은 갑을 열고 보던 거울이/ 갈구리 돼 발을 타고 올라올 줄이야…(두보의 월(月))
달은 그저 달이라도 보는 이의 느낌에 따라 달라지는 모양이다. 시선(詩仙) 이백에겐 술맛 돌게 하는 낭만이지만 시성(詩聖) 두보에겐 마음 산란하게 만드는 시름이었으니. 우리나라를 비롯해 동양사람들에게 달은 오랫동안 시상을 샘솟게 하는 것이었고 특히 휘영청 밝은 보름달은 희망과 기원의 대상이었다. 음력 1월15일의 ‘정월 대보름달’과 음력 8월15일의 ‘한가위 보름달’ 등을 대한8경에 포함시키고 달구경을 하며 소원을 빌었다. 지금도 해마다 정월 보름이면 부산 해운대나 경포대 등지에선 보름달을 구경하려는 사람들로 붐빈다. 태몽에서 연유한 것이라지만 어느 유명인의 팬클럽 이름이 ‘보름달’인 것도 이와 무관치는 않을 듯하다.
하지만 보름달은 서양으로 가면 공포의 대상이다. 사람 안의 사악함을 불러일으킨다는 전설이나 속설 때문이겠지만 드라큘라 백작이 살고 있는 고성의 밤하늘에는 늘 푸른 기가 맴도는 보름달이 걸려있다. 보름달의 기운이 흡혈귀의 힘을 세게 한다고 믿는다. 늑대인간이 괴물로 변하는 시기도 보름달이 뜰 때이다. 달 속에 자리잡고 있는 것도 동양은 토끼, 두꺼비지만 서양은 늑대로 달의 영향을 받아 이상한 행동을 하는 사람(루나틱·Lunatic)에 대해 학문적 작업을 하고 있다.
최근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가 달이 인간 활동에 영향을 끼친다는 조사 결과를 또 보도했다. 보름달일 때 더 많이 먹고 범죄가 더 많이 일어나며 통풍, 천식 증상이 심해진다는 것이다. 달의 주기와 인간행동에 관한 연구는 이미 몇차례 발표된 바 있다. 이전의 결론은 모두 관계없다는 것. 동양적 사고로 보면 터무니없지만 속설도 사람들의 마음 속에 오랫동안 자리잡고 있으면 진실처럼 느껴져 깨기가 힘든 모양이다.
최용대 발행인/ 주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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