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의 도시 톰북투
지옥의 랠리 열다섯째 날: 덥고 건조
신기루의 유혹
📍 가오Gao-톰북투Tombouctou. 418km. 스페셜 스테이지. 총 주파 8,795km.

새벽 5시 기상.
일어나기가 몹시 힘들다.
체중이 많이 빠졌다.
마치 거인의 옷에 내가 들어가 있는 것 같다.
33.40km. 앞서가던 차 한 대가 또 굴렀다. 출발지에서 멀지 않은 곳이라 긴급 의료 팀(Speed Emergency)이 즉시에 투입돼 벌써 선수 구조가 이뤄지고 있다.시속 180km는 족히 낼 수 있었을 텐데, 파일럿이 많이 다쳤을 것이다. 이처럼 우린 이른 아침부터 생명놀음을 하고 있다. 싫다! 구기 운동 경기는 선수가 실패하면 공을 놓치고 투기 경기에선 얻어맞거나 넘어지지만 스피드 경기, 그것도 이 메커니즘 경주는 실수하면 인생이 걸린다. 벌써 낙오한 팀들의 숫자가 대단하다. 1월 1일 프랑스 베르사유 궁전 앞을 출발한 400여 대의 4륜, 6륜 차 중 오늘 아침 출발한 차는 겨우 160여 대, 그리고 160대의 2륜 모터는 60여 대밖에 남지 않았다. 여유만만하고 기개 충천하던, 잘생기고 정겹던 그 친구들... 어디로 갔나. 많이 없어졌다. 너무나 많은 사고와 72시간 경과 퇴장 차들로 인해 출발 전에 대회 본부 측의 각별한 주의를 받았다. 그동안 얼마나 많은 주자의 피와 고배의 눈물을 보아왔던가? 매일매일이 광분한 집단 히스테리 속에 정신없이 치러지고 있고, 이 매정한 속도의 카니발은 죽음으로 가는 지옥의 문이다.
93km. 강 건너 니제르의 마을이 어제 건너온 이편 말리의 마을과 평화롭게 마주하며 나룻배가 오가고 있다. 이웃처럼 사는 두만 강변 마을들도 저리 평화로웠으면 좋겠다. 흙으로 된 작은 보루도 보이고, 새색시 같은 꽃이 분칠하고 웃고 있는 고즈넉한 마을이다.
137km. 지금 우리 앞은 먼지 일식이다. 줄줄이 앞서가는 차들이 일으킨 먼지가 대지 위로 피어올라 노오란 태양을 맨눈으로 쳐다보며 달려가고 있다. 차 안에 가득히 떠다니는 먼지를 속절없이 마셔야 하고, 그걸 모르는 듯 마셔대는 제롬도 불쌍하다. 가장 많은 사고가 이 먼지로 인해 일어났다. 시계 10~20m로 열렸다 닫혔다 하는 곳을 현기증 나는 속도로 좌우로 피해 가는 우리는 아무리 경주에 노련한 선수도 크레바스와 라디에에 걸려들기 마련이고, 먼지에 가려졌던 앞 주자의 차를 종종 추돌하기도 한다. 달리지 않으면 안 되는 카레이서가 경기 외적으로 감당해야 하는 어이없는 상황은 파리-다카르 경주에서만의 또 다른 위험 요소다.
정오. 끝없는 모래밭 위를 움직이는, 족히 500m나 됨직한 긴 카라반을 만났다.
사막에 있는 듯 마는 듯
소리 없이 조용한,
멈춘 듯 가는 듯한
낙타들의 순한 그 모습에
소름 같은 경외감이 든다.
길게 내민 목 끝에 바가지만 한
작은 머리를 매달고
하염없이 걷고 있는 저들은
속절없이 사막을 닮았다.
이 절박한 곳에서 저것들이라도
생명으로 없었으면
이 사하라가 얼마나 삭막했을까.
깊은 모래를 죽는소리로
굴러가고 있는 우리들 모습이
비열하고 부끄럽기만 하다.
소리 없는 낙타 대상을
멀리 떠나보내고 나니
그 반대편에 연이은 섬이 보인다.
모래사장이 끝나는 저 너머
번들거리는 푸른 바다와 함께
짙은 나무숲까지 우거진
크고 작은 섬이 나타났다.
서서히 수평선 너머로 사라져 가고,
또 다른 모양의 섬이 떠 온다.
한참을 바라보다
30° 서쪽으로 변경하고
본격적으로 달려 나갔다.
가도 가도...
사막, 사막뿐...
바다가 나타날 리 없는 그곳은
어찌할 수 없는 황량함의 연속이다.
신기루...
몸에 미열이 있다.
갑자기 외로워진다.
아침 일찍 사고를 당한 주자. 너무나 많은 사고를 봐와 이젠 그 상황이 무감각해졌다.
아프리카의 사랑
사막의 생
말짱하게 신기루도 사라진 곳은 가도 가도 사막이 끝이 없다. 바다와 숲 우거진 섬들이 사라진 사하라는 내게 거짓말을 한 것 같았고, 잠시 그 거짓말에 풍성한 마음으로 바다를 탐했던 일이 바보스러워 은근히 화가 난다.
“바보같이... 없어진 바다에 약이 오르다니...”
이 험난한 사막에서 매일 죽을 듯 말 듯 보름이나 이 놀음판에서 살아있음에 나는 조금씩 미쳐가고 있는 듯하다.
174km. 나침반 250°.
모래가 지루해진다.
한 치 오차 없이 더듬어 온 사하라 10,000km.
길 없는 곳.
갖가지 험한 지표를 놓치지 않고
고스란히 몸으로 훑어 낸 나날에
소름이 돋는다.
모래 먼지 속, 사시나무처럼 흔들린
요동의 긴 스트레스를
더 받아 낼 곳이
내 몸 어디에도 남아있지 않다.
더 참아낼 수 없을 때
미치고 말 그런 순간을
매번 느끼고 있다.
217km. 말라버린 시멘트 색깔 모래 수렁을 헤매고
우린 둘 다 회색 스누피가 되어있다.
멀리 하얀 소금밭이 보인다.
호수 전체가 하얗다.
먼지가 일지 않는 소금 호숫가를 모양대로 타며 최고 속도를 냈다. 호수 왼편에는 여러 그루의 나무들이 죽어있는데, 사막에서 살다 죽은 나무들은 동물의 뼈 색깔을 닮아 처참한 모습이다.
무언가 억울했던 듯
뿌리를 하늘로 쳐들고
거꾸로 박혀있다.
팔 벌려 하늘에 애원이라도 하는 모양새다.
생명이 그리 좋은 것이어,
애타게 한번 살아 보려 한 욕망의 흔적이
그 모습에 오롯이 어려있다.
이곳의 고갈된 모든 물기와 기운을
모으기 위해 저렇게
엄청난 뿌리를 텃새로 내렸건만
한 번도 멋진 잎과 꽃을 피워내지 못한 채,
한순간도 제대로 살아보지 못하고
평생을 버둥거리기만 한
안타까운 형상들이다.
나침반 270°. 미쳐 나갈 것 같다.
석굴암 부처님은 동쪽 아침 해 앞에 앉았지만,
지금 모리타니아 사막으로 넘어가는 오후,
나는 지금 정 서쪽이다.
앞 유리창을 달라붙어
떠나지 않고 이글거리는 해는
부처님도 미쳐 벌떡 일어나고 말 것이다.
지금 나는 일어나기는커녕
핸들을 잡은 채 정면으로
해바라기를 하고 있다.
햇볕으로 보이지도 않고 끝도 없는 그 길로
고개 까딱 못하고 가야만 한다.
따가운 햇발에 얼굴을 내붙이고 있으면
내 속에 허파가 익어가는 소리가 들린다.
조금 더 있으면 미칠 것 같다.
햇빛이 더 내리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을 것이다.
“앞이 안 보이는데 자동차 경주라니... 젠장...”
나는 소리 내어 투덜거렸다. 해가 땅 쪽으로 내릴수록 지표 상태나 지형지물 판별이 거의 불가능하다. 좀 더 가까이, 자세히 보려 목은 기린처럼 자꾸 앞으로만 빠진다.
“200m 앞 큰 나무 두 그루... 600m 앞 경사, 급한 내리막...”
내 투덜거림엔 아랑곳없이 제롬은 로드 북에 고개를 처박고 열심히 읽어내리고 있다. 부아가 치민다.
“에잇, 자식아. 앞이 보이질 않는데 쫑알거리면 뭘 해. 주둥이 닥쳐 인마!”
천자문 외듯 하던 제롬이 내 고함 소리에 잠잠해졌다. 그리고 그의 두 손으로 하인 흉내를 내며 내 얼굴에 쏟아지는 해를 가려주었다.
평화로운 마을길
톰북투 카페의 여인들
나는 오늘 도착할 이 도시에 대해서 많은 기대를 갖고 땅거미 지는 해거름 사막을 사력을 다해 달려가고 있다. 톰북투! 우리가 지금 찾아가고 있는 도시(village)는 일찍이 중세 유럽 탐험가들이 황금으로 뒤덮인 도시라는 먼 소문만 듣고 수십 번 탐험대를 꾸려 찾아 나섰다 결국 찾지 못하고 모두가 사막에서 아사한 전설의 도시였다. 12세기부터 황금으로 집을 짓는다는 이 아프리카의 작은 도시를 오백 년 동안 찾아 나섰으나 아무도 이 도시를 찾지 못했다. 십자군 원정 정도만 아는 유럽 사람 누구도 사하라를 건너는 방법을 몰랐던 것이다. 그래서 중세가 지난 한참 후 19세기에 이르러 프랑스 왕립 지리 학회는 이 도시에 대한 소식을 가져오는 사람에게 일만 프랑이라는 엄청난 돈을 준다는 현상금을 걸었었다. 사실 중세 때 이미 이 도시는 25,000명의 학생을 가진 대학이 있었으며, 우리가 몰랐던 많은 수학과 천문학에 대한 선지식을 가졌었고, 또 책으로 남긴 위대한 도시였다. 이뿐만 아니라 많이 생산되는 황금과 소금(암염)의 융성한 무역으로 사하라의 중심에서 실제 황금으로 성전과 왕궁을 지었었다. 프랑스 탐험가 르네 까이에(Rene Caillie)가 도착했을 땐 이미 모로코가 침략하여 대학과 왕궁을 다 파괴해 버리고 약탈한 이후였기에 옛날의 융성한 영화는 보지 못했다. 황금과 그 문명은 사라졌지만, 이슬람의 높은 윤리와 전통은 가난해진 그들 문화 속에 여전히 남아있다고 르네는 증언하고 있고, 지금도 유네스코가 가장 아끼는 세계문화유산 중 하나이다. 놀라운 일이다. 아프리카에 그러한 문명적 도시가 칭기즈 칸 시대에 사하라 한가운데서 아무도 모르게 문화적 사막 꽃을 피우고 있었다니...
만신창이가 된 차를 정비소에 맡기고 나는 씻지도 않은 채 마을의 큰 모스크를 돌아보고 골목 안 타베른(카페)으로 들어갔다. 카페지기에게 조심스레 다가가 술이 있냐고 물으니, 무슨 암호라도 알아들은 듯 그저 고개를 가로저어 보인다. 술을 주겠다는 긍정의 고갯짓이다. 프랑스산 백포도주 샤도네이가 차갑게 목줄을 타고 내리자 먼지로 말라있던 목구멍에서 행복한 휘파람 소리가 난다. 좀 더 버텨낼 수 있다는 마음의 울림이 알량한 술 한 잔에 녹아든다. 나는 스스로 마음을 다듬질했다.
“이제 며칠만 버티면... 대서양이다!”
“참자, 조금만 더... 최종림... 야, 인마... 죽을래?”
나는 이슬람 도시의 특유한 내음에 젖어들었다.
내 자리 앞에서 미국식 악센트의 두 여자가 마냥 시끄럽다. 미인들이다. ‘미인에게 인사 안 하면 큰 죄’라고 했겠다. 한 잔 마시고 간이 좀 커져, 윙크까지 하며 그들에게 인사를 하니 경주 중인 선수냐고 내게 물어왔다. 그렇다 하니 또 물어, 한국에서 참가하고 있노라 했다. 그녀들은 잠시 충격을 받은 듯 입만 벌리고 있다가 잠시 후 내게 거리낌 없이 그들 자리로 합석하자 청한다. 웬 행운...? 그들은 모녀 사이로 딸은 이곳 원조 단체 국제기구에서 일하고 있고, 그녀 엄마는 미국에서 딸을 보러 왔다고 한다. 그녀들은 ‘인디애나 500’ 경주의 대단한 팬이지만, 이 랠리는 더 멋지다며, 남은 나의 장도를 위해 한 잔 사도 괜찮겠냐고 물었다(미국인답지 않게...). 나는 다시 샤도네이를 시켰고, 미인에게 얻어먹는 기분 좋은 잔을 드는데 제롬이 카페에 뛰어들어 왔다. 들어서자마자 내게 고함을 지르며 게르니카 저공비행 기총소사처럼 욕을 쏘아댔다.
“헐... 쥐새끼 같은 놈, 머저리, 잘도 빠지네.”
다행히 두 여인은 제롬의 프랑스 토인들 욕은 못 알아들은 듯했다. 나는 점잖게 손가락을 입에 갖다 대며 그에게 조용히 앉으라 시늉을 했다.
그제야 제롬은 두 여자를 발견하고 놀라 그들을 번갈아 쳐다보았다. 그리고는 어깨를 죽어라 움츠리곤, 꼬리 내리는 개처럼 황송해하며 이 천적 같은 놈은 내 옆에 새색시처럼 가만히 와 앉았다.
‘도마뱀 같은 놈...’
저녁을 먹고 카페를 나오며 나는 제롬에게 할퀴듯 쏘아붙였다.
“넌 인마, 뭐든 종결판에 나타나 날 망하게 한다니까... 염병할!”
찍소리 없던 제롬이 골목을 다 돌아 나와서야 구시렁거렸다.
“너한테는 아니야, 예뻤지만, 한 여자는 너무 늙었고... 한 여자는 너무 어려었야, 인마.”
사막의 아침 식사
니아메 대사관애서 얻은 새 태극기를 달고 차 정비 중 미소년이 태극기를 들어 보이고 있다. 예쁜 녀석
최종림 작가
❛ 최종림 작가 프로필 ❜
출생: 부산
학력: 프랑스 파리 4 대학 현대 불문과 졸업
데뷔: 미당 서정주 추천으로 『문학 정신』을 통해 한국 문단에 등단
주요 경력:
한국 시인 협회 회원
한국인 최초 FISA 자동차 경주 자격증 A** 취득
파리-다카르 사하라 사막 자동차 경주 참가 및 완주
주요 작품:
소설: 『코리안 메모리즈』, 『사라진 4시 10분』, 『사하라에 지다』
시집: 『에삐나』
논픽션: 『사하라 일기』
오페라 시나리오: 『하멜과 산홍』, 『오디푸스의 신화』(번역 및 각색)
이원희 보도본부/ 편집국장
기자
관련기사
헤드라인 뉴스
-
설날.
설날. 여러 일터에서 한해살이를 마감하는 각종 모임을 갖는 것을 보면 설날 분위기가 느껴집니다.하지만 정부에서 음력설을 인정한 까닭에 새해의 축하는 설날에 해야 제격처럼 보입니다. 한해를 마무리 하고 새로운 한해를 준비하는 정초의 달 설날 입니다. 지나간 열한달의 시간들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게 앞만 보고 달려오다 보니 정초에 세웠던 계획들은 다 어디로
-
《인문정치》 정당이 바로 서야 민주정치가 바로 선다
정당이 바로 서야 민주정치가 바로 선다 어느 나라든 민주주의는 두 단계로 진행된다. 첫 번째 단계는 권위주의 체제에서 벗어나는 것으로, 우리는 1970~80년대 민주화운동을 거쳐 그 과제를 완수했다. 두 번째 단계는 민주주의를 사회 속에 안착시키는 일로, 지금 한국 사회는 이 과제를 둘러싸고 혼란을 거듭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앞선 민주주의 국가들의
-
《인문사회》 조카의 졸업에 부쳐
조카의 졸업에 부쳐 세상이 지방선거 소식으로 뒤숭숭한 터에 이 지면에 난데없이 조카의 졸업에 대해 쓰자니 송구할 따름이다. 그러나 아무리 세상사가 뒤엉켜도 어김없이 돌아오는 계절처럼 학생들은 2월이 되면 졸업을 하고 이들을 기다리고 있는 인생의 다음 단계-그것이 ‘사회’가 되었건 ‘학교’가 되었건 새롭게 걸어 들어가게 될 것이다. 어찌 된 일인지 정치가
-
《인문사회》 사고와 자살의 나라
사고와 자살의 나라 1, 5, 13, 38. 로또 당첨번호도 아니고 웬 뜬금없는 숫자냐고, 규칙성도 없이 나열된 숫자에 의아해할 것이다. 지금 이 시각 살인 범죄로, 산재사고로, 교통사고로 아까운 목숨이 덧없이 사그라져 가고 있다. 누구의 관심도 받지 못한 채 스스로 삶을 마감하는 사람도 있다. 2025년 통계에 의하면 하루에 살인 범죄로 1명,
-
.《인문정치》 정치는 ‘감정’ 따라 움직인다
정치는 ‘감정’ 따라 움직인다 제목이 손짓한다. 1980년대식 진보의 자석(磁石)은 밀어낼 또는 거부할, 유혹이다. 정치를 이성적 행위로 믿는 1980년대의 유산들에게 <정치는 감정에 따라 움직인다>(일본의 정치학자 요시다 도오루가 쓴 책으로, 원제는 ‘감정의 정치학’이다)는, 한 울림이다. 이 책의 질문은, “정치란 왜, 어떻게 발생하는가”이다. 정치가
-
《인문사회》 대격변의 임계점 향해가는 세계 정치
대격변의 임계점 향해가는 세계 정치 ‘임계점’은 물질의 구조와 성질이 다른 상태로 바뀌는 지점의 온도 또는 압력을 일컫는 물리학 용어다. 가장 많은 예로 제시하는 것이 물이 100도에서 기체로 변하는 지점이다. 임계점은 사회현상에 대한 설명에도 자주 등장한다. 진정한 변화를 위해서 임계점을 돌파하자는 식의 긍정적 용례도 있지만, 개인의 분노나 사회적
-
《인문정치》 천사가 필요 없는 정치
천사가 필요 없는 정치 사람들은 누구나 마음속에 악마를 키우며 산다. 약자를 경멸하고 동료를 시기하며 스스로의 이해관계를 다른 무엇보다 우선시하는 것은 인간의 본성인지도 모른다. 성선설(性善說)과 성악설(性惡說)의 대립을 굳이 상기하지 않더라도 종교와 도덕이 이런 인간의 마음속에 깃들어 있는 어두운 면을 조련하고 억압하는 과정이라는 점은 분명한 사실이다.
-
《인문사회》 부부싸움 멈춰줄 국가가 필요하다
부부싸움 멈춰줄 국가가 필요하다 1970, 80년대는 저녁 해 질 무렵 국기하강식과 함께 애국가가 흘러나왔고, 이 시점에서 길 가던 모든 사람이 발길을 멈추고 국기를 향해 경례를 하였다. 데모를 하던 학생들도 멈추었고, 이들을 쫓던 경찰들도 멈추었다. 그러다 애국가가 끝나면 학생과 경찰은 바로 다시 쫓고 쫓기는 웃지 못할 우스꽝스러운 광경도 있었다.
-
《인문정치》 정치적 말의 힘
정치적 말의 힘 말은 생각을 담는 그릇이자 생각을 공유하고 행동을 이끄는 좌표와 같다. 강제보다 설득에 의존하는 민주정치에서 말의 힘은 특히나 중요하다. 정치에서 적절한 말과 그렇지 않은 말의 차이는 하늘과 땅만큼이나 크다. 따라서 좋은 말, 공정한 말을 쓰는 것이 정치인에게는 거의 의무에 가까운 행위 규범이 되어야 할 텐데, 현실은 그렇지 못할 때가
-
《사회》 서울~거제 2시간대 연결’ 남부내륙철도 첫삽···2031년 개통 목표
서울~거제 2시간대 연결’ 남부내륙철도 첫삽···2031년 개통 목표 남부내륙철도 노선도. 경남도 제공 영남 서부권의 50년 숙원사업인 남부내륙철도가 마침내 첫 삽을 떴다. 경남도는 국토교통부가 6일 거제 아그네스파크에서 착공 기념식을 열고 본격적인 공사에 돌입했다고 밝혔다. 2031년에 개통하면 거제에서 서울까지 2시간 40분대에 연결되며, 13조 원이
-
[연재] 사하라에 지다. 파리 -디카르 경주의 추억/지옥의 랠리 열여덟째 날 굿바이 모리타니아 _최종림 작가
사막에서 차를 수리해 새벽 3시 30분에야 비박 장소에 도착했다. 도착 신고 후 텐트도 치지 않고 맨바닥에 깐 침낭에 들어 별밭을 천장 삼아 잠이 들었다. 쇠약해진 몸이 아픈 건지 허기 때문인지 하늘이 빙글빙글 돌아 한참을 몸부림치다 눈을 뜨니 새벽바람이 몹시 거세다. 바람이 훑고 간 침낭과 얼굴은 모래투성이가 되어있다. 손으로 모래 가루를 털어내는 것이
-
《사설》 텅 빈 민주주의
텅 빈 민주주의 인간이 만든 정치체제 가운데 민주주의만 유일하게 ‘목적을 전제하지 않은 체제’로 불린다. 민주주의에서만 공동체가 지향해야 할 목적을 시민이 참여하는 공적 논의를 거쳐 결정하기 때문이다. 이런 의미에서 보면 민주주의란 시민 모두가 의견을 가질 권리를 향유하는 체제라고 할 수 있는데, 이를 가장 날카롭게 비판하고 나선 사람은 플라톤이었다.
-
《인문사회》 우리가 주인공인 세계사를 쓰자
우리가 주인공인 세계사를 쓰자 우리에게 세계사는 무엇을 의미할까? 고등학교까지의 정규 교과과정을 충실히 이해했다면 아마도 우리의 역사, 즉 국사 이외의 역사를 세계사로 생각할 것이다. 학과의 구분을 국사학과, 서양사학과, 동양사학과로 구분하고 있으니 국사 이외의 역사가 세계사이고 그 세계사가 주로 서양사와 동양사로 채워져 있다는 느낌을 갖게 한다. 지리
-
《사설》‘한동훈 배신자’ 논란, 끝장 토론 하라
'한동훈 배신자’ 논란, 끝장 토론 하라. 국민의힘은 한동훈 전 대표 제명을 계기로 내전 상태에 빠져들었다. 107석 소수야당으로, 정책과 정치에서 영향력을 잃어버린 정당이 이만한 일로 싸울 때냐는 비판이 많다. 한동훈 제명 과정은 위태로웠다. 이성적으로, 순리대로 했더라면 없었을 일들이 반복된 탓이다. 당무감사위원장은 “(사람을) 받아 죽이면 소는 돌로
-
《사설》 배신자 주홍글씨
배신자 주홍글씨 왜 장동혁은 한동훈을 제명하려 하는가. 탄핵 반대와 찬성 세력 간의 대결로 보는 시각도 있고, 두 사람 간의 개인적인 원한에서 이유를 찾는 분석도 있다. 하지만 나는 ‘배신자 프레임’ 그 자체에서 찾아야 한다고 본다. 끊임없이 배신자를 찾아온 보수 정치가 한동훈을 새로운 배신자로 지목했다. 배신자 돌리기의 다음 차례는 누가 될 것인가.
-
[미술 비평] 김진 작가의 회화와 시 <재생> 두 작품 속 흥미로운 대화_이원희 기자
재생 / 김진 구불구불 황톳길 난 저 언덕 저편으로 햇살에 절여 반짝거리는 스카프가 고요한 연기로 날아오네 감미로운 색색으로 헤아릴 수 없이 늘어나 상처 가혹한 땅 곳곳에 자리 잡네 서두름이 없이 꼼꼼히 상처를 덮고는 풀잎 그 언덕을 재생시키네 하얀 뭉게구름 조각 새것들이 오고 지난날 통기타로 노래하던 아름다운 이도 그 언덕에 재생되네 풀
-
[문학 기획] 김진 작가의 소설 위험한 이방인
위험한 이방인 고향마을로 돌아오기는 근 7년 만이었다. 서늘한 새벽 공기를 가르며 마을 어귀에 들어섰다. 기억 속의 포근했던 풍경은 온데간데없고, 낯선 적막감이 무겁게 감돌았다. 지난밤 내린 비로 축축해진 흙길이 발걸음을 무겁게 눌러왔다. 내 몸을 감은 무거운 쇠사슬, 바닥까지 늘어진 쇠사슬 자락은 땅을 그으며 치렁치렁 소리를 냈다. 7년간의 고행 끝에
-
《사설》 한동훈 제명한 장동혁...자멸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제명한 장동혁...자멸하는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이끄는 국민의힘 지도부가 29일 한동훈 전 대표를 제명했다. 2024년 온라인 익명 당원 게시판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 등을 비방해 당 명예와 이익에 피해를 입힌 것이 그 사유다. 게시글 작성자는 한 전 대표 가족이라고 한다. 당 윤리위가 윤 전 대통령 사형 구형일인 지난 14일 새벽 제명안을
-
법원 "김건희 샤넬백 청탁·대가성 인식"... 주가조작은 무죄
법원 "김건희 샤넬백 청탁·대가성 인식"... 주가조작은 무죄 법원이 김건희 여사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혐의의 '공동정범'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김 여사가 공동정범으로 주가조작에 가담했다는 특별검사팀의 판단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다. 앞서 검찰은 김 여사의 행위를 '공모·방조'라고 볼 수 없다며 무혐의 처분한 바 있다. 서울중앙지법
한국매일뉴스 © 한국매일뉴스 All rights reserved.
한국매일뉴스의 모든 콘텐츠(기사 등)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R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