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군장병에게 보낼 위문품과 위문편지 준비하던 풍경 떠올라
손글씨로 쓴 훈훈한 마음의 편지를 담은 선물상자 보내고 싶어
6~70년대는 한파가 닥치면 사람들은 추위 속에서 나라를 지키는 병사들을 먼저 떠올렸다.
국민학교 시절, 겨울이 오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기억이 몇 가지 있다. 그중 하나가 국군장병에게 보낼 위문품과 위문편지를 준비하던 풍경이다. 교실마다 “국군 장병에게 보낼 위문품을 가져오라”는 담임 선생님의 말씀이 있으면 아이들은 집에서 치약, 칫솔, 두루마리 휴지, 수건 같은 물건들을 한두 개씩 챙겨왔다.
그 시절 많은 가정이 넉넉하지 못해 준비물을 가져오지 못하는 아이들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누군가는 한 개라도 들고 왔고, 누군가는 편지 한 장이라도 써서 내밀었다. 교실 한쪽에 모여드는 작은 물건들과 삐뚤빼뚤한 손글씨 편지들은 아이들 나름의 애국심이자, 군인 아저씨들에 대한 고마움의 표현이었다.
6~70년대는 지금과 달리 군인에 대한 사회적 신뢰와 존경이 자연스럽게 자리 잡고 있던 시절이었다. 전방의 기온이 영하 20도, 30도까지 떨어진다는 뉴스가 나오면, 사람들은 추위 속에서 나라를 지키는 병사들을 먼저 떠올렸다. 겨울바람이 매서워질수록 위문품 상자는 더 많이, 더 따뜻한 마음으로 채워졌다.
우리 집에도 그런 기억이 있다. 전방에서 근무하던 아버지가 군대에서 받은 위문품을 가끔 집으로 보내주셨다. 상자를 열면 동네 작은 점빵에서는 보기 힘든 과자들이 쏟아져 나왔다. 크라운산도, 카라멜, 초콜릿…. 그 맛은 단지 달콤함이 아니라, 누군가의 정성과 위로가 함께 들어 있어 더 특별했다.
위문품 상자는 과자만이 아니라 생활필수품도 가득 차 있었다. 치약, 칫솔, 화장지까지, 말 그대로 없는 것이 없는 보물상자였다. 그 안에 들어 있던 ‘국군장병 아저씨께’로 시작하는 편지를 읽는 일도 어린 나에게는 작은 축제였다. 이름 모를 아이들의 손글씨가 전하는 마음이 그 상자 안에서 겹쳐 있었다.
갑자기 날씨가 매섭게 추워졌다. 전국 곳곳에 눈이 내리고 찬바람이 몰아치며 한파가 이어지고 있다. 요즘 군대의 생활 여건은 많이 좋아졌다고 하지만, 나라를 지키는 일의 무게는 예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더구나 극지나 오지에서 일하는 사람들 역시 이 계절을 고스란히 견뎌내고 있다.
병오년(丙午年) 새해를 맞아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꼭 군인이 아니어도 추운 겨울을 묵묵히 견디는 누군가에게 작은 위문품 하나, 짧은 편지 한 장을 보내고 싶다. 한 상자 가득 물건보다 선물상자 안에 손글씨로 쓴 훈훈한 마음의 편지를 담아서.
박상봉 사회부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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