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에게 필요한 지도자는 누구인가

정당정치를 좋게 하는 문제와 관련해 민주주의 이론 안에서 하나의 규범적 기준이 있다면 그것은, ‘정당 체계(system)는 다원화되고, 정당 조직(organization)은 강해져야 한다’는 데 있다. 체계와 조직은 서로 다른 차원의 문제이자 다른 원리로 접근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정당 체계는 사회 ‘전체’의 모습을 닮아야 하고 정당 조직은 자신들이 대표하는 사회 ‘부분’의 모습을 닮아야 함을 뜻한다고도 할 수 있다. 이런 기준에서 본다면 그간 우리의 정당정치 개혁은 안타깝게도 정반대의 방향으로 실천되었다. 그 결과 정당 체계의 폐쇄성은 완고하게 유지된 반면, 정당 조직은 계통도 질서도 없이 개방되면서 이름만 정당이지 실제는 의원들의 사적 클럽 같아 보이는 지경에 이르렀다.
정당 체계란 복수의 정당들 사이에서 이루어지는 경쟁과 연합의 패턴을 가리키는 말이다. 양당제냐 다당제냐 하는 단순한 구분에서부터 일당우위제, 온건다당제, 분극다당제, 제한다당제, 극단다당제 등등 더 세부적인 분류에 이르기까지, 몇 개의 정당들이 어느 정도의 계층적·이념적 대표의 범위를 갖고 상호작용하는가를 말하는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민주화 혹은 민주정치의 발전이란, 기존에는 협애한 범위에서만 허용되었던 대표의 범위를 사회의 다양한 요구에 상응하는 방향으로 확대하는 데 있다. 개방이나 다원화는 이 차원의 중심 가치라 할 수 있는데, 그런 이유에서 표와 의석 사이의 비례대표성은 높아져야 하고, 기존 정당 체계에서 소외된 사회적 요구들이 정당으로 표출될 수 있는 평등한 기회가 주어져야 할 것이다. 그래야 독과점적 정치구조를 변화시킬 수 있다. 지금도 여전히 한국의 정당 체계는 이념적으로나 계층적으로 더 개방되고 다원화되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이와는 달리 정당 조직의 차원이란 정당 내부에서 권력이 배분되고 작동하는 방식, 즉 조직 내 권위의 구조가 어떻게 형성되고 제도화되어야 하는지의 문제를 다루는 것을 말한다. 리더십의 자율성은 얼마나 크고 작은지, 규칙 제정 능력은 어떻게 분산되어 있는지, 재원 형성과 인적 충원의 채널은 누가 통제하는지, 집합적 유인과 선별적 유인 사이의 갈등은 어떻게 조정되는지 등은 정당 조직에 대한 비교 연구에서 늘 초점이 되는 주제들이다. 예컨대 선출직 공직 후보가 조직에서 길러지는지 아니면 정당 밖에서 영입된 외부자로 채워지는지, 정당 운영을 당비로 하는지 아니면 국고지원에 의존하는 바가 큰지, 당원의 역할과 참여 범위는 어떤지 등은 결정적으로 중요하다. 하나의 조직으로서 정당이 좋아진다는 것은, 이 여러 문제들이 절차적으로나 제도적으로뿐만 아니라 조직 문화와 규범의 측면에서 안정화됨을 말한다. 민주주의에서 정당이 갖는 미덕은 각기 다양한 수많은 사회적 요구를 몇 개의 단순한 대안으로 집약함으로써 공적 논의와 결정을 최적화하는 데 있다. 정당 조직이 약해지면 그런 집약 기능을 수행할 수 없다.
최근 야당 국회의원 보좌관을 하고 있는 지인에게, 여야 간 실력과 열의의 격차가 점점 커져 이러다 집권당을 따라잡을 수 없게 될 것 같아 걱정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집권당의 경우는 의원 개개인의 부족함을 당 조직이 뒷받침해주고, 당을 통해 일하고 조직적으로 움직이는 측면이 살아 있는 반면, 야당 의원들의 경우는 당을 통해 일하는 풍토를 보기 어렵고 대부분은 의정 활동을 등한시하며 재선을 위해 ‘개인 정치’에 주력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사회 속에서 중상층을 구성하고 있는 자신의 지지 집단을 보호할 이유가 적은 보수적 정당일수록 당 조직보다는 의원 개개인의 자율성이 크다. 어찌된 일인지 우리는 야당들이 그렇게 되어가고 있다. 정당 조직이 약해지면,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겠다고 스스로 내건 가치와 정체성은 빈말이 되기 쉽다. 그래서 누군가 나에게 야권에 어떤 정치가가 필요하다고 보느냐를 묻는다면, 자신의 정당 조직을 더 강하고 튼튼하게 결속시킬 능력을 가진 사람이라고 단순화해서 답하고 싶다. 어떤 ‘개인’이 아니라 어떤 ‘정당’이 집권해야 할까를 따질 수 있을 때, 민주정치는 좋아진다.
최용대 발행인/ 주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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