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어떤 약이 안전한 건지" 약물운전 처벌 강화 D-30, 운전자는 혼란스럽다

최용대 발행인/ 주필 기자

등록 2026-03-02 10:50


"어떤 약이 안전한 건지" 약물운전 처벌 강화 D-30, 운전자는 혼란

스럽다


1월 2일 오후 6시쯤 서울 지하철 1호선 종각역 인근에서 택시가 인도로 돌진해 횡단보도에서 신호 대기 중이던 행인 15명을 들이받는 사고가 발생했다. 



“알레르기 가려움증 때문에 운전에 집중하기 어렵다. 그런데 약을 먹고 운전해도 되는지, 어떤 약이 안전한 건지 도통 모르겠다.”


경찰이 약물운전 처벌을 대폭 강화하기로 한 4월 2일을 한 달 앞두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으로 운전자들의 문의가 폭증하고 있다. 법령 개정으로 처벌 수위는 분명 높아졌는데 어떤 약을 먹으면 안 되는지, 또 어느 정도 먹으면 적발이 되는 것인지 등 단속의 기준은 여전히 모호하기 때문이다. 단속과 처벌만 내세울 게 아니라 구체적인 가이드라인부터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적발 시 5년 이하 징역

1일 경찰 등의 설명을 종합하면, 다음 달 2일부터 시행되는 도로교통법 개정안은 약물운전 처벌 수위를 기존 ‘3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 벌금’에서 ‘5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 벌금’으로 상향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여기에 약물운전 측정 불응죄가 신설되면서 단속을 거부하는 운전자에게는 음주운전의 경우에 준하는 강력한 제재가 가해진다.


경찰은 법 시행에 앞서 단속 기준을 보완하는 시행규칙을 입법 예고하고 이달 18일까지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현장에서 사용할 ‘약물운전 정황진술보고서’도 새로 만들었는데, 보고서에는 지그재그 운전, 역주행 여부 등 운전 형태와 동공 확장, 발음 부정확, 과도한 흥분 등 운전자의 외관 상태를 체크하는 항목을 담는다. 이상 징후가 있으면 한 발 서기, 직선보행 등 운동능력도 평가한다. 약물 복용이 의심되면 타액으로 간이 검사를 실시하고, 필요시 혈액·소변도 채취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정밀 감정을 의뢰하게 된다.



경찰 등이 이처럼 단속에 고삐를 죄는 것은 갈수록 늘어나는 관련 사고 때문이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마약·약물운전으로 인한 면허 취소 건수는 237건으로 전년(163건) 대비 45% 늘었다. 교통사고는 마약운전이 31건, 약물운전이 44건이었다.


대표적으로는 지난해 6월 방송인 이경규씨의 사례가 있다. 그는 공황장애 치료제를 복용한 뒤 다른 사람 차량을 몰다가 덜미를 잡혔다. 당시 그가 먹은 공황장애 치료약에는 졸림과 집중력 저하를 유발할 수 있는 벤조디아제핀 성분이 검출됐다. 지난해 말 서울 강남에서 발생한 신호위반 사고 운전자에게서도 같은 성분이 확인됐다.


기준은 ‘애매모호’

단속과 처벌의 강도는 이처럼 강해지는 데 반해 운전자들은 ‘정상적인 운전이 곤란한 상태’를 판별할 객관적 수치가 없다고 지적한다. 마약 등 불법 약물 외에 정상적인 경로로 처방받은 약이라도, 어떤 성분이 운전에 영향을 주는지에 대한 법적 기준은 사실상 전무하기 때문이다. 비견한 예로 음주운전은 혈중 알코올농도라는 명확한 잣대가 있는 데 반해 약물은 개인의 대사 능력이나 복용 시간에 따라 반응이 천차만별이다.


이 같은 지적에 대한약사회는 최근 운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의약품 386개 성분을 4단계로 분류해 공개했지만, 이 역시 권고 기준일 뿐 법적 효력은 없다. 현장 경찰의 주관적 판단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기술적 한계도 뚜렷하다. 타액 간이 검사에서는 약 10종 내외만 판별할 수 있다. 올해 1월 서울 종각역 인근에서 15명의 사상자를 낸 70대 택시 기사의 경우, 간이 검사에서는 모르핀 성분이 나왔지만, 정밀 검사를 통해 가래약에 포함된 한외마약(의존·중독성이 없는 마약 성분)으로 최종 확인됐다. 이는 형평성 논란과 불복 사례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정경일 법무법인 엘앤엘 변호사는 “일반인이 스스로 복용 가능 약물과 농도를 판단하긴 어렵지만, 재판에서는 ‘몰랐다’는 주장만으로는 면책되기 어렵다”고 말했다.


결국 단속 기준의 명확성부터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학과 석좌교수는 “사고 이후 처벌 강화에 그치지 말고, 어떤 방식과 기준으로 단속할지 충분한 시간을 들여 객관적 기준부터 마련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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