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0~1940년대 경성이라는 시공간을 중심으로
문학과 예술에 헌신, 역설적 시대를 산 예술가 이야기
이상은 건축가이자 시인, ‘제비다방’ 중심으로 활동
문학과 미술, 건축, 디자인을 넘나든 전위 예술가
덕수궁 국립 현대 미술관에서 열린 ‘미술이 문학을 만났을 때’ 포스터
오감도
이상
13인의아해가도로로질주하오.
(길은막다른골목이적당하오)
제1의아해가무섭다고그리오.
제2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3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4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5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6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7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8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9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10의아해가무섭다고그리오.
제11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12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13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13인의아해는무서운아해와무서워하는아해와그렇게뿐이모였소.
(다른사정은없는것이차라리나았소)
그중에1인의아해가무서운아해라도좋소.
그중에2인의아해가무서운아해라도좋소.
그중에2인의아해가무서워하는아해라도좋소.
그중에1인의아해가무서워하는아해라도좋소.
(길은뚫린골목이라도적당하오)
13인의아해가도로로질주하지아니하여도좋소.
1930년대 일제 강점기에 발행된 잡지 ‘별건곤(別乾坤)’의 표지 그림
이상의 대표작 「오감도(烏瞰圖)」는 1934년 《조선중앙일보》에 발표된 작품으로 실험적 구성, 숫자와 기호 활용, 불안한 시대의 감각 표현 등으로 한국 모더니즘 시의 출발점으로 평가된다.
제목 ‘오감도’(烏瞰圖)는 건축 용어 ‘조감도’(鳥瞰圖)에서 온 말이다. 보다시피 鳥와 烏는 닮은꼴 한자이다. 제목의 烏는 인쇄 과정의 오자가 아닌가 하는 추측도 있지만 가능성은 낮다. 시 내용과 구조부터가 파격적인데 가장 먼저 읽게 될 제목부터 고려하지 않았을 리가 없다. 음울한 분위기로 보아 까마귀라는 새의 이미지와 획 하나가 부족한 불완전한 단어를 통해 암울한 분위기와 불안감을 일부러 형상화했다고도 볼 수 있다.
이상은 건축가이자 시인이었으며, 경성의 다방 ‘제비’를 중심으로 활동하면서 문학과 미술, 건축, 디자인 감각을 넘나든 대표적인 전위 예술가였다. 당시 예술가들이 다방에 모여 교류했던 모습은 말 그대로 한국판 ‘에꼴 드 파리’라 불릴 만큼 활발했다.
이상은 문학·미술 경계 넘나든 예술가로 시뿐 아니라 건축 도면, 시각적 배열, 기호 실험 등을 통해 문학과 미술의 융합을 보여주었다. 시대의 불안과 부조리를 표현, 식민지 경성의 불안, 근대성의 혼란, 개인의 고립 등을 파격적인 형식으로 표현했다.
그 시대 문학과 예술의 연대가라는 점과 정확히 맞닿아 있는 시인이다. 대표 구절로 알려진 문장 ‘13인의 아해가 도로로 질주하오’ 이 문장은 규범이 붕괴된 시대의 감각을 상징한다.
예술가 공동체와의 교류
이상은 화가 구본웅, 시인 김기림과 정지용, 소설가 박태원 등의 예술가들과 교류하며 문학·미술의 교차 지점을 만들었다. 이들은 모두 경성의 다방 문화 속에서 새로운 예술 감각을 모색했다.
5년 전 들린 ‘미술이 문학을 만났을 때’가 열리고 있는 서울 덕수궁 국립 현대 미술관 앞에서 필자.
5년 전 서울 석달살기 마지막 답사 코스로 덕수궁 국립 현대 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미술이 문학을 만났을 때’를 만나러 갔다.
‘시대의 전위’를 함께 꿈꾸었던 일제 강점기와 해방시기 시인 정지용, 이상, 김기림, 김광균 등과 소설가 이태준, 박태원 등, 화가 구본웅, 김용준, 최재덕, 이중섭, 김환기 등 그들의 관계를 통해 문예인들의 지적 연대를 조명하는 전시회였는데 매우 감동적이었다.
화가 구본웅의 작품 ‘친구의 초상’모자를 비스듬히 쓰고 담배 파이프를 물고 있는 한 남성, 어선가 많이 본듯한 그림인데 화가 구본웅의 작품 ‘친구의 초상’이다. 그림 속 주인공은 그의 절친으로 시인이자 소설가인 ‘이상’이다.
‘이상’이 직접 운영한 ‘제비다방’에서 들을 수 있었던 미샤 엘만의 협주곡을 들으며 ‘이상’의 강렬한 눈빛에서 시선을 떼지 못하고 한참동안 그 자리에 멈춰 서 있었다.
백석의 시 ‘나의 나타샤와 흰 당나귀’에 실린 화가 정현웅의 그림, 화가 이중섭이 자신의 친구이자 시인인 구상의 가족을 그린 작품 그림뿐 아니라 글 속에서도 그 시대에 생각들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덕수궁 국립 현대 미술관에서 열린 ‘미술이 문학을 만났을 때’ 전시물.
‘미술이 문학을 만났을 때’ 포스터 앞에서
미술이 문학을 만났을 때
1910년대부터 1945년까지의 시기에 해당하는 일제강점기는 통상적으로 어둠의 시대, ‘절망’의 시대로 인식되어 왔다. 그래서 그 시대의 역사를 돌아보는 많은 이들은 상처를 들추는 것으로 그다지 유쾌하지 않을 것이라는 선입견을 갖기 쉽다. 물론 식민지배라는 국가의 외압으로 살아갔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불행의 깊이로 근본적으로 모순된 사회 구조를 드러내야만 하는 일이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시대는 이전의 전통 사회와 지금의 현대 사회를 잇는 엄청난 변혁의 시기로, 상상할 수 없이 빠른 신문화의 충격을 받아들이고 흡수하고 생겨났던 역동의 시대였던 것도 사실이다.
이 전시는 1930~1940년대 경성이라는 시공간을 중심으로 문학과 예술에 헌신하여 이 역설적인 시대를 살아내었던 예술가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들은 프랑스의 에꼴 드 파리가 그리려했던 것처럼 다방과 술집에 모여 앉아 부조리한 현실을 거부하고 새로운 시대인식을 공유하여, 함께 지식의 전위를 부르짖은 자유로운 영혼들이었다. 그리고 이들은 어떤 사회적 모순과 몰이해 속에서도 문학과 예술의 가치를 알고 이를 함께 추구했던 예술가들 사이의 각별한 연대감을 통해서 스스로의 길을 개척해나갈 추동력을 얻었다.
한국 근대기 문학인과 미술인들이 함께 만들어낸 소중한 자산들을 발굴하고 소개한 이 전시를 통해 비록 가난하고 모순으로 가득 찼던 시대 한가운데서도 정신적으로는 그 누구보다 풍요로웠던 예술가들의 멋진 신세계를 만나볼 수 있었다.
구본웅의 서명이 새겨 있는 여행가방.
박상봉 사회부장
기자
헤드라인 뉴스
-
《인문정치》 정치인
정치인 백범 김구 구한말은 우리 민족에게 고난의 시대였다. 나라가 위기에 직면했고 끝내 국권을 빼앗겼다. 그러한 시기에 다행하게도 거목과 같은 민족지도자가 줄을 이었다. 안중근 이상설 안창호 김좌진등의 치열한 애국혼과 활동상을 「백범일지」에서 만날 수 있다. 이 책을 써낸 백범 김구선생도 민족의 거인이었다. 벌써 77주기를 맞은 감회가 새롭다.
-
《인문정치》 성장압축
성장압축 로마제국시대의 정치가이자 웅변가인 키케로가 『내가 소유한 집 두채가 무너져 내렸다. 세 살던 사람뿐만 아니라 쥐까지도 모두 살집을 잃었다』고 친구에게 말한 일이 있다. 당시의 부실공사 실태를 오늘에 전하는 말이다. 로마는 주택마다 발코니에 꽃을 장식하도록 돼있는등 겉은 화려했으나 속은 그 반대였던 모양이다. 로마제국의 부실공사는 첫 황제인
-
《인문정치》 김구
김구 6·25가 발발하기 1년전, 민족의 비극을 예고라도 한듯한 총성이 울렸다. 1949년 6월26일 온 나라가 눈물의 바다가 되었다. 하늘이 울고 땅이 울고 겨레가 울었다. 해방이후 국민장 국장 사회장으로 민족의 지도자를 저 세상에 보냈지만 백범 선생의 영결식 만큼 통곡을 자아낸 일은 아마 없었을 것이다. 19세기 후반에 태어나서 20세기 중반에 이르러
-
《인문정치》 다산 정약용
다산 정약용 「옛날의 현명한 수령은 관아를 여관으로 여겨 마치 이른 아침에 떠나갈 듯이 문서를 깨끗이 해두고 그 행장을 꾸려 두어 항상 가을 새매가 가지에 앉아 있다가 훌쩍 떠나갈 듯이 하고, 한 점 속된 애착도 일찍이 마음에 머무른 적이 없었다」 다산 정약용(다산)선생은 그의 명저 「목민심서」에서 이렇게 공직자의 마음가짐을 경계했다. 벼슬이란 자고 나면
-
《인문칼럼》 침략을 지운 평화
침략을 지운 평화 일본 나가사키 평화공원에는 1955년 건립된 세계평화상이 서 있고, 원폭자료관에는 원폭 투하 당시의 참상이 상세히 전시돼 있다. 그러나 그곳에서 일본이 왜 그런 비극을 맞이하게 되었는지, 침략과 전쟁에 대한 가해 책임을 성찰하는 흔적은 찾기 어렵다. 독일 함부르크 광장에 세워진 유대인 학살 추모 조형물이 가해자의 참회와 반성을 전면에
-
《인문사회》 동물 애착 과잉 시대
동물 애착 과잉 시대 미하일 불가코프는 20세기 러시아문학을 대표하는 거장이자 극작가로, 체제와 권력에 순응하지 않고 풍자와 진보적 시각을 통해 인간과 사회의 본질을 집요하게 탐구한 인물이다. 그의 마지막 장편인 '거장과 마르가리타'는 신화·종교·정치·철학이 교차하는 걸작으로 평가받는데, 그 안에는 거장이 집필한 소설 속 이야기로 본디오 빌라도와
-
《인문 문화》 한류, 평화의 가교
한류, 평화의 가교 1988년 서울올림픽은 단순한 스포츠 행사가 아니었다. 당시 소련, 동독, 폴란드, 헝가리 등 동유럽 국가들이 모두 참가하며 미하일 고르바초프 전 소련 대통령의 개혁·개방 정책과 맞물려 냉전 해체의 서막을 알렸다. 올림픽이 '만남의 장'이자 사상 교류의 장이 되면서 동서 진영 간 새로운 질서가 움트기 시작했다. 문화와 스포츠가 정치적
-
《인문경제》 합리적 경제형벌
합리적 경제형벌 17세기 유럽에서 벌어진 신교와 구교 간 30년 전쟁으로 인해 무려 800만명이 희생됐다. 당시 프랑스의 왕이었던 루이 14세는 대포에 'Ultima Ratio Regum(왕들의 최후 수단)'이라는 라틴어 문구를 새겨 넣었다고 한다. 이 표현은 훗날 '형벌은 최후의 수단'이라는 형법의 대원칙으로 이어졌다. 형벌은 다른 방법을 모두 사용한
-
《인문 문학》 다 좋은 세상
다 좋은 세상 현대 철학자들은 철학에는 정답이 없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세상이 좋은 것인지 나쁜 것인지 모른다고 한다. 그러나 서양철학자 전헌 교수는 그의 저서 '다 좋은 세상'에서 바로 이러한 것이 서양철학의 한계라고 지적한다. 동서양철학을 모두 통섭한 전 교수는 철학이란 세상이 좋은 것인지 나쁜 것인지를 묻고 그 답을 알아내는 것이라고 한다. 다시
-
"1천 원 심리상담"…인천시, '천원 i-첫상담' 사업 시행
"1천 원 심리상담"…인천시, '천원 i-첫상담' 사업 시행 인천광역시(시장 유정복)는 1월부터 아동 심리상담 초기상담료를 지원하는 아동복지종합센터 초기상담 지원 사업(천원i-첫상담)을 시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사업은 발달적 문제와 심리·정서적 어려움을 겪는 아동의 조기진단 진입장벽을 낮추기 위한 것으로, 18세 미만 아동과 동반 상담이 필요한
-
상미당홀딩스, 에너지 절감 정책 동참…전 계열사 차량 요일제 시행
상미당홀딩스, 에너지 절감 정책 동참…전 계열사 차량 요일제 시행 상미당홀딩스는 정부의 에너지 절감 정책에 동참하기 위해 30일부터 전 계열사 사업장을 대상으로 차량 요일제를 시행한다. 차량 요일제는 자차로 출퇴근하는 파리크라상·삼립·비알코리아 등 국내 계열사 임직원을 대상으로 하며, 차량 번호판 끝자리 기준으로 요일별 운행을 제한한다. 대부분의 계열사
-
'가심비 웨딩' 찾는 MZ에게…관악구, 이색 '전통 혼례식' 추천
'가심비 웨딩' 찾는 MZ에게…관악구, 이색 '전통 혼례식' 추천 혼인 증가세가 3년 연속 이어지는 가운데, 개성과 실용성을 중시하는 청년들에게 관악구(구청장 박준희)의 '전통 혼례식'이 고비용 결혼 문화에 대한 부담을 줄이고 가심비(가격 대비 심리적 만족도)는 높이는 합리적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구는 낙성대 공원 내 '관악구
-
인천시, '천원의 아침밥'으로 대학생 복지 든든히 챙긴다
인천시, '천원의 아침밥'으로 대학생 복지 든든히 챙긴다 인천광역시(시장 유정복)가 지역 대학생 아침식사 지원과 지역 쌀 소비 확대를 위한 '인천형 천원의 아침밥 사업'을 점검하며, 학생 체감도를 높이기 위한 현장 중심 행보를 이어갔다. 유정복 시장은 3월 26일 연세대학교 국제캠퍼스를 방문해 사업 운영 실태를 확인하고, 학생들의 이용 편의성과 만족도를
-
강화군, 국립강화고려박물관 유치 추진위원회 출범
강화군, 국립강화고려박물관 유치 추진위원회 출범 강화군(군수 박용철)은 25일 국립강화고려박물관 건립의 속도를 내기 위해 '국립강화고려박물관 유치 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위원 위촉식과 함께 첫 회의를 개최했다. 군은 지난해 12월 31일 유치 사업의 체계적이고 효율적인 추진 기반을 구축하기 위해 '국립강화고려박물관 유치에 관한 조례'를 제정하고 위원회
-
가스공사-기상청, '기상기후 빅데이터 기반 수요예측 모델' 구축 완료
가스공사-기상청, '기상기후 빅데이터 기반 수요예측 모델' 구축 완료 한국가스공사(사장 최연혜)는 기상청의 기상·기후 빅데이터와 자사 천연가스 데이터를 융합해 '도시가스 수요예측 모델'을 고도화하고, 안정적인 에너지 수급 관리를 위한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 체계를 대폭 강화했다고 밝혔다. 가스공사는 기상청이 주관한 '맞춤형 기상기후 빅데이터 서비스 기반
-
용산구, 2026 용산복지정보편람 360부 제작·배포
용산구, 2026 용산복지정보편람 360부 제작·배포 서울 용산구(구청장 박희영)가 다양한 복지서비스를 한눈에 찾아볼 수 있도록 사업 분야별로 통합 수록한 '2026 용산복지정보편람' 360부를 제작해 이달 구청 복지부서와 유관기관에 배포했다. 일선 복지 현장의 업무 담당자가 다양한 복지 욕구를 가진 구민들에게 신속하고 정확한 복지 정보와 상담을 제공해
-
종합학술지 《계간문학평론》 6집 봄호 출간기념회 성료
종합학술지 《계간문학평론》 6집 봄호 출판기념회가 3월 21일 오후 2시, 대전 유성 경하온천호텔 무궁화홀에서 문인과 내빈들이 참석한 가운데 성황리에 개최됐다. 이날 행사는 홍성주 상임고문의 사회로 진행됐으며, 국민의례와 애국가 제창을 시작으로 발행인 최용대 대표는 문학의 비평과 공동체의 삶을 통해 인간의 피폐해진 정서를 함양시키는 일이 문학인이 해야 할
-
파리-다카르 최종회"불가능은 나의 연료였다" 한국인 최초 다카르 완주자 최종림작가 인터뷰
저자 최종림 작가님은 프랑스 파리 4대학에서 현대 불문학을 전공한 엘리트이자, 한국 문단의 거목 미당 서정주 시인의 추천으로 등단한 시인. ‘한국인 최초의 FISA 자동차 경주 자격증 취득자’이자 ‘지옥의 랠리’ 파리-다카르 경주를 완주한 불굴의 레이서이다. 차가운 이성과 뜨거운 야성을 한 몸에 지닌 창작자 최종림 작가. 최근 22회로 연재를 마친
-
《사회》 BTS 공연하는 날, 낮에는 따뜻한데 밤에는…일교차 최대 15도
《사회》 BTS 공연하는 날, 낮에는 따뜻한데 밤에는…일교차 최대 15도 방탄소년단(BTS) 완전체 컴백 공연이 이틀 앞으로 다가온 19일 서울 광화문광장 인근 빌딩 전광판에 컴백 공연을 알리는 광고가 표출되고 있다. [뉴스1]사진 확대 주말인 21~22일은 전국이 대체로 온화하겠다. 하지만 낮과 밤의 기온 차이가 15도 이상으로 매우 클 수 있으니
한국매일뉴스 © 한국매일뉴스 All rights reserved.
한국매일뉴스의 모든 콘텐츠(기사 등)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R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