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영화 ㉑] 남과 여, 미친 사랑의 노래

박상봉 사회부장 기자

등록 2026-03-31 22:32

우리 속의 행복이냐 진흙탕 속의 자유냐

두 사람이 전하는 달콤씁쓸한 진심

현실적인 감정이 끌어올린 드라마 《남과 여》

미친 사랑의 노래 


 박상봉 


  그 여름날의 한낮에 나는 미친 듯이 뛰어서 80야드를 갔습니다. 느릅나무 서 있는 큰길까지 단숨에 뛰어가 아직 도착하지 않은 버스를 기다렸습니다.  

 

  엎드린 풀과 돌들 틈에 돋은 이끼와 모든 길의 먼지들이 일제히 일어나 눈꺼풀을 덮어 오면 뜻 모를 설레임 달뜬 가슴은 풍선처럼 부풀어 올랐습니다 


  오랜 세월 기다린 당신이 버스를 타고 숨가쁘게 달려와 이윽고 마주하는 순간을 가지고 왔습니다 


  그러나 항상 그러하듯이 잠깐 동안 긴장이 느릅나무 잎사귀를 전율시켰을 뿐, 


  종일 행상에 지친 아낙과 빈 광주리 몇 가지 부려놓고 서둘러 가는 버스를 아쉽게 놓치고 마는 것이었습니다


  어느 사이 마을은 구석구석 어둠이 깔리어 있고 오랜 세월 나는 무엇을 그토록 기다려온 것인지 도대체 알 수가 없습니다



허방 짚고 다닌 삶


‘광주리’라고 하면, 흔히 싸리나무나 대나무나 버드나무 등을 가공하여 만든, 윗지름이 크고 아랫지름이 조금 작은 키 낮은 원통형의 큰 그릇을 말한다. 대개는 여러 가지 과일을 비롯한 농산물을 담아서 머리에 이고 여성들이 운반하는 도구로 많이 사용한다.


광주리는 옛사람에게는 일종의 집안 살림을 도맡아 하는 권한이자 책임을 상징하는 물건이기도 했다. 빈 광주리는 실속이 없는, 빈 껍데기뿐인  안타까운 상황을 상징한다.


어느 쪽인가 하면 나는 확실하게 한가지 모습으로 살지 못하고 매양 갖지 못한 다른 쪽 세계를 기웃거리거나 현재의 삶을 후회하고 내가 갇는 길을 비관으로 덧칠하는 생을 살았다.


나는 현재의 옷을 벗고 일탈하여 어떤 다른 것을 찾는 데 일생을 다 바쳤다. 세상으로 난 숱한 갈래 길 헤매고 다녔지만 허방짚고 돌아와 보면 내가 찾던 것은 그 자리에 원래부터 놓여 있었다. 


뽀얀 먼지를 일으키며 막차가 지나간 자리에 행상에 지친 아낙이 빈 광주리를 들고 서 있는 모습처럼 나 역시 빈 광주리만 들고 삶의 반환점을 돌아섰다.


시간이 얼마나 더 남았는지 모르겠지만 앞으로는 가장 보편적인 삶의 양식에 기대어 사는 평범한 생활인으로 살고 싶다.    


클로드 를루슈(Claude Lelouch) 감독의 영화 포스터

홀애비와 과부간의 사랑이야기를 아름다운 음악과 영상으로 표현한 클로드 를루슈(Claude Lelouch) 감독의 영화 《남과 여》에 나오는 노래 가사 중에 “우리 속의 행복이냐 진흙탕 속의 자유냐”라는 귀절이 있다. 


내 삶은 ‘진흙탕 속의 자유’를 빠져나와  ‘우리 속의 행복’으로 가고 있는 중이다.


1966년의 영화《남과 여》의 한 장면

1966년 개봉한 영화 《남과 여》는 1937년 10월생인 클로드 를루슈 감독이 20살에 만든 첫 영화이자 출세작으로 전세계적으로 대박을 거둔 영화이다. 단 3주만에 만들어진 영화로 매우 빠르게 만들다보니 성공 못한다는 말도 들었으나 프랑스 역대 최고 영화 중 하나로 선정될 정도로 전설이 된 걸작이다.


영화 《남과 여》는 서정적이고 아름다운 스토리와 배우들의 섬세한 연기력으로 개봉과 동시에 전 세계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또한 흑백 화면을 교차시킨 모노크롬(monochrome : 단색영화)이라는 특이한 기법을 응용 독특한 연출과 신선한 촬영 기법으로 당시 영화계에 센세이션을 불러일으키면서 제19회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 제39회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 및 각본상, 제24회 골든 글로브 외국어영화상 및 여우주연상 수상 등 전 세계 유수 국제 영화제를 휩쓸며 멜로 영화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당시 감독은 만 28살 최연소로 황금종려상을 받아 더더욱 화제를 낳았다. 


수십 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모든 관객들의 마음속에 깊이 자리한 작품”(France24), “너무나 로맨틱하고 아름답다”(TV Guide) 등의 극찬과 함께 세기의 명작으로 손꼽히고 있다.


영화《남과 여 : 여전히 찬란한》포스터

전 세계가 사랑한 영원한 마스터피스 《남과 여》 그 후 이야기가 2020년 10월 8일 개봉됐다. 이 영화 《남과 여 : 여전히 찬란한》은 하루하루 기억을 잃어가는 남자와 그가 잊지 못하는 단 한 사람, 찬란하게 사랑했던 이들이 반 세기가 지나 운명처럼 재회하면서 다시 시작되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으로, 전 세계를 사로잡은 가장 아름다운 클래식 《남과 여》 그 후의 이야기를 다룬다.


54년 만에 새로운 이야기로 찾아온 《남과 여 : 여전히 찬란한》 역시 제72회 칸 영화제에 공식 초청되면서 화제를 모은 바, 또 하나의 마스터피스 탄생을 예고했다. 해외 언론들은 “여전히 빛나는 두 사람의 케미. 이들의 따뜻한 매력이 영화에 숨을 불어넣는다”(Screen international), “또 하나의 기적”(Cinemania), “두 사람이 전하는 달콤씁쓸한 진심. 현실적인 감정이 끌어올린 드라마”(Variety) 등의 호평을 전해 관객들의 기대감을 고조시켰다. 


이 작품에서도 《남과 여》를 탄생시킨 세계적인 거장 끌로드 를르슈 감독이 다시 한번 각본과 연출을 맡았다. 또한 《남과 여》, 《아무르》, 《해피엔드》 등 삶에 대한 통찰과 깊이 있는 연기력을 선사한 장-루이 트린티냥과 《남과 여》로 골든 글로브 여우주연상, 영국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등 4관왕을 석권한 아누크 에메가 또 한 번의 완벽한 호흡을 선보였다. 여기에 《남과 여》, 《러브 스토리》 OST를 탄생시킨 영화음악의 거장 프란시스 레이가 참여해 추억을 되살리는 감성적인 음악으로 관객들의 마음을 또 한번 사로잡았다.


박상봉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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