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만의 인세(印稅’)

인세란 인지세(印紙稅)의 줄임말로, 각종 인지에 붙여지는 세금이란 뜻이다. 출판업계에서 사용될 경우에는 저자가 작품 사용권을 출판사에 넘기는 대가로 받는 저작권료를 의미한다. 요즘은 ‘저자와의 협약에 따라 인지를 붙이지 않습니다’라는 문구조차도 거의 보이지 않지만, 몇 해 전까지만 해도 책 뒤에 저자의 도장 딱지를 붙여 출판부수를 계산하곤 했다. 이 딱지가 붙여지지 않은 채 서점에 진열됐다가는 해적본으로 취급받기 십상이었던 것도 그런 까닭이었다.
출판사마다 약간씩 차이가 있겠으나 늦어도 책이 출판되고 두세달 안에는 인세가 지불되는 것이 보통이다. 생활비를 전적으로 인세에 매달려야 하는 전업 작가들에게 있어 이조차도 길게 느껴질 수밖에 없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워낙 영세한 출판업계의 사정상 인세 계산이 인색한 데다 이런저런 핑계로 자꾸 미뤄지다가 아예 떼어먹히는 경우도 없지 않다는 점에서 받기만 해도 다행인 것이 인세인지도 모른다.
2000년 이산가족 방문차 서울을 방문중인 북한 국어학자 류렬(柳烈·82)씨에게 50년 만에 인세가 전달됐다 해서 화젯거리가 된적이 있다 . 인사동의 통문관(通文館) 주인 이겸노(李謙魯·)옹이 자신의 출판사에서 ‘농가월령가’를 펴내면서 그의 주석을 인용했으나, 전쟁으로 헤어져 아직 계산하지 못하고 있던 사례비를 뒤늦게나마 정리하게 됐다는 것이다. 그것도 방문단 일행의 일정에 맞춰 일부러 기다렸다가 전달했다는 얘기니, 금액의 많고 적음을 떠나 잊혀졌던 인연을 다시 떠올리게 했다는 점에서 잔잔한 여운을 던졌었다.
현존 서점 중에서 가장 역사가 오랜 통문관의 아름다운 전통도 돋보인다. 일제시대인 1943년 설립된 이래 고서만을 취급해 온데다 국학 전문서적을 출판함으로써 이희승, 고유섭, 전형필, 김원룡, 최순우 등 쟁쟁한 학자들이 단골손님으로 드나들었던 통문관이다. 더군다나 창업자인 이겸노옹 본인이 평남 용강이 고향인 실향민의 처지라는 사실이 애잔함을 더한다. 그가 인세가 든 봉투와 ‘농가월령가’ 2권을 류렬씨에게 건네면서 스스로 다짐했다는 “우리 서로 통일이 되는 그날까지 건강하자”는 말에 어떤 군더더기가 더 필요했겠는가.
최용대 발행인/ 주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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