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디카 시(2)》 손가락질
손가락질
피는 꽃 보고
손가락질 말아라
우리가 지나 온 길 아니더냐
지는 꽃 보고
손가락질 말아라
우리가 가야할 길이 아니더냐
ㅡ 권 비오 作
◇--◇--◇--◇--◇--◇--◇
이 디카시는 짧은 언어 안에 인간 존재의 시간성과 연민의 철학을 담아낸 작품이다.
‘피는 꽃’과 ‘지는 꽃’이라는 자연의 순환을 통해 인간 삶 전체를 비추는 울림이 깊다.
피고 지는 존재의 길 위에서
― '손가락질'은 대개 타인을 향한다.
그러나 이 시는 그 손가락 끝을 조용히 다시 자기 자신에게 돌려 놓는다.
그래서 이 작품은 단순한 자연 서정이 아니라 인간 존재에 대한 성찰이며, 삶의 윤리를 묻는 시가 된다.
피는 꽃 보고
손가락질 말아라
우리가 지나 온 길 아니더냐
첫 연의 핵심은 ‘피는 꽃’이다.
꽃이 핀다는 것은 젊음이고, 욕망이며, 화려한 생의 절정이다.
세상은 흔히 젊음을 시기하고, 성공을 비난하며, 남의 빛나는 순간에 쉽게 손가락질한다.
그러나 시인은 묻는다.
“그 길을 너 또한 지나오지 않았느냐”고.
여기서 꽃은 단순한 자연물이 아니다.
우리 모두의 청춘이고, 욕망이며, 실수와 치기까지 포함한 생의 한 시절이다.
결국 타인을 향한 비난은 과거의 자신을 향한 부정과 다르지 않다는 깨달음이 담겨 있다.
이어지는 후반부는 더욱 깊다.
지는 꽃 보고
손가락질 말아라
우리가 가야할 길이 아니더냐
이 부분에서 시의 정서는 연민과 겸허로 확장된다.
지는 꽃은 늙음이며 쇠락이고 죽음의 시간이다.
인간은 젊음 앞에서는 질투하고 늙음 앞에서는 외면한다.
그러나 시인은 다시 한번 존재의 본질을 환기한다.
낙화는 남의 일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향하고 있는 미래라는 사실이다.
그래서 이 작품의 미덕은 훈계조에 있지 않다.
짧고 담백한 언어 속에서 독자 스스로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만드는 데 있다.
억지 감동이나 과장된 비유 없이도 깊은 울림이 생기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특히 “우리가 지나 온 길”, “우리가 가야할 길”이라는 표현은 개인을 넘어 공동체적 운명을 드러낸다.
삶은 혼자만의 행로가 아니라 모든 존재가 함께 건너는 시간의 강이라는 인식이 숨어 있다.
그리하여 시 속의 꽃은 자연이면서 동시에 인간 군상이 되고, 세월의 은유가 된다.
디카시 특유의 순간 포착 또한 인상적이다.
아마도 사진 속에는 피거나 지는 꽃 한 송이가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시인은 단순한 풍경을 넘어 그 안에서 인간 존재의 윤리를 읽어낸다.
이 점에서 이 작품은 자연 관조를 넘어선 철학적 디카시라 할 만하다.
결국 이 시가 독자에게 남기는 메시지는 단순하다.
누군가를 쉽게 비난하지 말 것.
찬란함도 쇠락도 모두 인간의 길이라는 것.
피는 순간도 우리의 역사였고, 지는 순간 또한 우리의 미래라는 것.
꽃을 노래하면서 결국 인간을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권오정 문화부장/
기자
헤드라인 뉴스
한국매일뉴스 © 한국매일뉴스 All rights reserved.
한국매일뉴스의 모든 콘텐츠(기사 등)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R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