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시조가 있는 풍경(12)]
낮술
셈이 틀린 어느 한낮
소주 한 병 붙들고
그 셈을 검산하다
그만 쏘주가 되었다
변명이
구차해지는
애비도 모르는 한 낮
ㅡ 강인순, 시조시인
◇ㅡ ◇ㅡ ◇ㅡ ◇ㅡ ◇ㅡ ◇ㅡ ◇
강인순의 「낮술」은 짧은 시어 속에 삶의 어긋남과 인간적 허기를 담아낸 작품이다.
겉으로는 소주 한 병을 들고 있는 한낮의 풍경이지만, 그 이면에는 계산이 맞지 않는 삶—곧 관계와 마음의 불일치가 놓여 있다.
“셈이 틀린 어느 한낮 / 소주 한 병 붙들고”
이 첫 구절은 단순한 실수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인생에서 기대와 결과가 어긋나는 순간, 사람은 이유를 찾고 싶어 한다.
‘검산하다’라는 표현은 스스로를 돌아보는 행위이지만, 그 끝이 “쏘주가 되었다”는 데서 아이러니가 발생한다. 이성적 검토는 감정적 해소(술)로 무너지고, 결국 현실은 더 흐릿해진다.
“변명이 구차해지는 / 애비도 모르는 한 낮”
이 대목은 인간의 고독을 날것으로 드러낸다. 변명조차 설득력을 잃은 상태, 누구에게도 이해받지 못하는 상황. 심지어 ‘애비도 모르는’이라는 표현은 가장 가까운 관계조차 단절된 듯한 심리적 거리감을 보여준다.
낮이라는 시간은 본래 밝고 명료해야 하지만, 여기서는 오히려 내면의 어둠이 더 또렷이 드러나는 시간이다.
이 시는 현실의 삶으로 확장시킨다.
세상이 발전할수록 관계는 더 섬세해지고 배려는 깊어져야 할 것 같지만, 실제로는 오히려 이기와 욕심, 오해와 단절이 더 자주 드러난다.
말은 넘쳐나지만 이해는 줄어드는 시대, 그 간극에서 우리는 ‘낮술’을 마시듯 스스로를 달래게 된다.
인간사 살다보면 뒤틀린 경우가 수 없이 많지만 그 때 마다 좌절하고 끊어지고 포기할 일은 아니라 보여진다.
그렇다면 이 실망과 어긋남을 줄일 방법은 없을까.
이 시는 결국 우리에게 묻는다.
틀어진 셈을 끝까지 맞추려 할 것인가, 아니면 잠시 내려놓고 다시 시작할 것인가 현명한 솔로몬의 지혜가 필요한 때다.
낮술은 패배의 상징이 아니라,
어쩌면 다시 살아가기 전 잠깐의 정지 버튼일지도 모른다.
인정과 배려가 강물처럼 흐르는 세상은 쉽게 오지 않겠지만,적어도 내 마음에서 부터 한 줄기 물길을 내는 일은 가능하지 않을까.
그 작은 흐름이 모이면, 언젠가는 낮술이 아닌 밝은 얼굴로 서로를 마주할 날도 올 것이다.
권오정 문화부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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