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카 시(3)》 해탈문

권오정 문화부장/ 기자

등록 2026-05-14 21:53


■《디카 시(3)》해탈문


해탈문



해탈문 지나가면 해탈할까요



네가?


시주하면 될니껴?


부처님이 가만히 보고 계신다.


/ 권 비오 作


◇ ㅡ◇ㅡ ◇ㅡ ◇ㅡ◇ ㅡ◇ ㅡ◇ ㅡ◇


이 시는 짧지만 기 승 전 결의 과정을 거치면서 질문의 칼날이 매우 선명합니다. 


겉으로는 산사 입구의 한 장면을 포착한 ‘디카 시’의 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수행과 구원의 본질을 되묻는 선문답에 가깝습니다.


문턱을 묻는 시, ‘해탈문’에 대한 역설적 성찰


「해탈문」은 공간의 통과를 곧바로 정신의 해방으로 오해하는 인간의 습성을 날카롭게 겨냥한다.


 ‘해탈문 지나가면 해탈할까요’라는 첫 행은 독자에게도 즉각적인 자문을 던지며, 물리적 이동과 존재의 변화를 동일시하는 인식의 허술함을 드러낸다. 


이어지는 ‘네가?’라는 짧은 반문은 질문을 외부에서 내부로 끌어당긴다. 해탈은 장소가 아니라 주체의 문제라는 점을 응축된 언어로 환기한다.


특히 ‘시주하면 될니껴?’라는 구어적 표현은 종교적 행위의 형식화, 나아가 거래화된 신앙을 비판하는 대목으로 읽힌다. 해탈이 금전이나 행위의 축적을 통해 획득될 수 있다는 통념을 가볍게 비틀면서도, 그 어조는 가볍지 않다. 


오히려 일상어의 투박함이 아이러니를 강화한다. 이는 선불교의 화두처럼 단순하지만 쉽게 넘길 수 없는 질문을 남긴다.


마지막 행 ‘부처님이 가만히 보고 계신다.’는 시 전체의 시선을 정리하는 결정적 장치다. 여기서 ‘보고 계신다’는 단순한 관찰이 아니라, 침묵의 응시이자 깨달음을 촉구하는 무언의 가르침이다. 


말하지 않음으로써 더 많은 것을 드러내는 이 장면은 독자로 하여금 스스로 답을 찾도록 유도한다. 결국 해탈문은 통과의 대상이 아니라, 멈춰 서서 자신을 비추는 거울이 된다.


이 시의 미학적 성취는 ‘짧음’에 있다. 군더더기를 제거한 언어, 직설적이면서도 여운을 남기는 질문 구조, 그리고 사진적 장면과 철학적 사유의 결합이 그것이다. 


디카 시가 자칫 순간 포착에 머무르기 쉬운 형식임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은 그 순간을 존재론적 사유로 확장시킨다.


또한 ‘해탈문’이라는 상징은 이중적으로 작동한다. 하나는 사찰의 물리적 입구이고, 다른 하나는 내면으로 향하는 관문의 은유다. 시는 이 둘 사이의 간극을 드러내며, 진정한 해탈은 문을 ‘지나는 것’이 아니라 ‘멈춰 서서 묻는 것’임을 말한다.


결국 「해탈문」은 묻는다. 우리는 얼마나 많은 문을 지나왔으며, 그 가운데 단 하나라도 스스로를 통과했는가.


 이 짧은 시는 독자의 발걸음을 잠시 멈추게 하여, 문턱 앞에 서게 만든다. 그리고 그 문은 밖이 아니라, 안으로 열려 있다.




권오정 문화부장/

권오정 문화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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