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 열망 상징' 태극기, 국보 될까…국가유산청, 조사 나선다
데니·김구 서명문·진관사 태극기 '후보'…첫 국보 나올까
가장 오래된 태극기·김구의 의지·일장기 덮은 흔적 등 사연 눈길
정부서울청사와 외교부 외벽에 걸린 대형 태극기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구한말과 일제강점기에 독립을 열망하는 상징으로 쓰인 태극기가 국보로서 가치가 있는지 검토한다.
19일 문화계에 따르면 국가유산청은 지난달 열린 문화유산위원회(현재 국가유산위원회로 개편) 회의에서 태극기에 대한 국보 지정 조사 계획을 보고했다.
국가유산청은 "최근 태극기를 재평가해야 한다는 요구가 이어졌다"며 "전문가 자문을 거쳐 국보 지정의 적정성과 타당성을 검토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국보로 승격될 수 있는 '후보'는 총 3건이다.
보물 '데니 태극기' [국가유산청 국가유산포털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국립중앙박물관이 소장한 '데니 태극기', 독립기념관의 '김구 서명문 태극기', 서울 진관사의 '서울 진관사 태극기'로 모두 2021년 보물로 지정됐다.
각 태극기에 담긴 사연은 주목할 만하다.
1890년 이전에 제작한 것으로 추정되는 데니 태극기는 현존하는 태극기 가운데 가장 오래된 것으로, 국기 제정의 초창기 역사를 담고 있다.
미국인 오언 니커슨 데니(1838∼1900)의 소장품으로, 1891년 그가 본국으로 돌아가면서 가지고 간 것을 1981년 후손이 한국에 기증했다.
보물 '김구 서명문 태극기' [국가유산청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데니는 중국 상하이(上海) 주재 미국 영사를 지낸 뒤 1886년 조선 정부의 외교·내무 담당 고문으로 활동한 바 있다.
데니 태극기는 가로 262㎝·세로 182.5㎝로, 현재 남은 옛 태극기 중 가장 크다.
김구 서명문 태극기는 1941년 대한민국임시정부 국무위원회 김구(1876∼1949) 주석이 글을 적어 벨기에 신부 매우사(梅雨絲·본명 샤를 미우스)에게 준 것이다.
매우사 신부는 미국으로 건너가 도산 안창호(1878∼1938)의 부인에게 태극기를 전했고, 후손들이 보관해 오다 '안창호 유품' 중 하나로 1985년 독립기념관에 기증됐다.
서명문 세부 모습 [국가유산청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가로 62㎝·세로 44.3㎝ 크기의 태극기에는 광복을 향한 염원이 생생히 담겨있다.
"강노말세(强弩末勢·힘을 가진 세상의 나쁜 무리)인 원수 일본을 타도하고 조국의 독립을 완성하자. 1941년 3월 16일 충칭에서 김구 드림"(서명문 내용 중 일부)
김구 서명문 태극기는 19세기∼20세기 초에 제작된 것으로 알려진 태극기 가운데 제작 시기가 정확히 알려진 유일한 자료로도 가치가 크다.
북한산 기슭 진관사에 있는 태극기는 한쪽 귀퉁이가 불에 타 손상된 듯한 모습이다.
보물 '서울 진관사 태극기' 지난해 국가유산청의 '빛을 담은 항일유산' 전시에 소개된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2009년 사찰의 부속 건물인 칠성각을 해체·복원하는 과정에서 발견됐는데 '경고문', '조선독립신문', '자유신종보' 등 독립신문류 5종 19점이 태극기 안에서 확인됐다.
진관사 태극기는 일장기 위에 태극과 4괘를 먹물로 덧칠한 형태다. 일장기 위에 태극기를 그린 유일한 사례이자 항일 의지를 강렬하게 표현해 상징적 의미가 크다.
지난해 광복 80주년을 계기로 태극기가 주목받으면서 국가 상징이자 역사가 깃든 태극기의 가치를 다시 평가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돼 온 것으로 알려졌다.
태극기가 발견된 서울 진관사 (서울=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서울 은평구 진관사 칠성각 벽면에 진관사 태극기가 발견된 사연이 소개돼 있다. 사진은 지난 4월 촬영한 것. 2026.5.19
yes@yna.co.kr
나라의 보물, 즉 국보로서 가치를 인정받는다면 태극기로는 첫 사례가 된다.
국가유산청은 최근 조사 대상을 선정하기 위한 세부 논의를 시작했다.
국보 지정·해제 등을 심의하는 국가유산위원회와 위원이 새롭게 꾸려진 만큼 관련 내용을 다시 보고한 뒤, 조만간 조사를 본격화할 방침이다.
조사는 이르면 연내에 마친 뒤 평가·검토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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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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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희 보도본부/ 편집국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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