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분투칼럼] 아프리카 사헬의 붕괴…쿠데타 이후 위기와 기회

이원희 보도본부/ 편집국장 기자

등록 2026-05-19 08:00

[우분투칼럼] 아프리카 사헬의 붕괴…쿠데타 이후 위기와 기회


김은경 한국외대 아프리카연구소 부교수


김은경 교수김은경 교수 [김은경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편집자 주 = 연합뉴스 글로벌문화교류단이 국내 주요대학 아프리카 연구기관 등과 손잡고 '우분투 칼럼'을 게재합니다. 우분투 칼럼에는 인류 고향이자 '기회의 땅'인 아프리카를 오랜 기간 연구해온 여러 교수와 전문가가 참여합니다. 아프리카를 다양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분석하는 우분투 칼럼에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을 기대합니다. 우분투는 '당신이 있어 내가 있다'는 뜻의 아프리카 반투어로, 공동체 정신과 인간애를 나타냅니다.]


지난 4월 말리 수도 바마코에서 예정됐던 대형 콘서트가 72시간 통금으로 갑자기 취소됐다. 수도의 일상까지 멈춰 세운 것은 다름 아닌 이슬람 무장세력과 반군의 동시다발 공격이었다. 2020년 이후 말리, 부르키나파소, 니제르로 이어진 이른바 사헬의 '쿠데타 벨트'는 모두 민주정부가 안보를 지키지 못했다는 논리 위에 세워졌다. 그러나 2026년 현재, 군부가 내세웠던 안보 회복이라는 명분은 실제 상황 악화와 함께 그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사헬은 2024년 전 세계 테러 관련 사망자 수의 51%를 차지한 지역이 됐다. 지하디스트(이슬람 성전주의자) 관련 폭력은 2021년 이후 거의 두 배로 늘었다. 안보를 위해 선택했던 군사정권이 오히려 더 큰 불안과 고립을 낳고 있는 지금, 과연 사헬은 이 악순환에서 벗어날 출구를 찾을 수 있을까.


[연합뉴스 그래픽] 아프리카 사헬지역[연합뉴스 그래픽] 아프리카 사헬지역 (서울=연합뉴스) 김영은 기자 = 아프리카 사하라 사막 남쪽 가장자리에 위치한 사헬(Sahel)지역은 세네갈 북부부터 모리타니, 말리, 부르키나파소, 니제르, 나이지리아, 차드, 수단(남수단 일부 포함), 에리트레아까지 동서로 긴 띠 모양으로 펼쳐진 지역이다. 0eun@yna.co.kr


◇'국가 생존'이라는 통치 명분의 파산


2020년대 초반 연쇄적으로 발생한 사헬의 쿠데타는 단순한 권력 교체가 아니라 국가 통치의 정통성이 어디에서 나오는가를 다시 정의하는 과정이었다. 군부는 선거가 아니라 '안보 회복'과 '국가 생존'을 통치의 핵심 명분으로 제시했다. 말리의 2020년·2021년 쿠데타, 부르키나파소의 2022년 쿠데타, 니제르의 2023년 쿠데타는 서로 다른 사건이 아니라 동일한 정치 논리의 반복이라고 볼 수 있다. 기존 정치세력은 부패했고 국가를 지키는 데 실패했기 때문에 군이 직접 질서를 회복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에 따라 선거는 '안전이 확보될 때까지' 연기됐다. 정당은 점차 통제와 해산의 대상으로 바뀌었다. 부르키나파소 군정은 2024년 민정 이행 시한을 사실상 5년 연장했다. 이어 2026년 1월에는 모든 정당을 공식 해산했다. 같은 해 4월 군 지도자 이브라힘 트라오레는 공개적으로 "민주주의를 잊어야 한다"고 언급했다. 말리 역시 2024년과 2025년에 정당 활동을 중단·해산하며 야권과 시민사회의 정치 공간을 급격히 축소했다.


부르키나파소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산다아고 다미바 중령부르키나파소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산다아고 다미바 중령 지난 2022년 2월 국가원수로 선서하는 산다아고 다미바 중령[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하지만 최근 사태는 군정이 내세운 명분이 얼마나 취약한지 드러낸다. 2026년 4월 말리에서는 알카에다 연계 무장조직인 '이슬람과 무슬림 지원그룹'(JNIM)과 투아레그 분리주의 세력이 주요 군기지와 공항, 수도권 거점을 동시에 공격했다. 이로 인해 사디오 카마라 국방장관이 사망했다. 또 러시아 지원 세력이 북부 거점에서 후퇴했다. 이 공격으로 일부 도로가 차단됐고, 수도 바마코 봉쇄 가능성까지 제기됐다. 이는 단순한 테러가 아니라 정부가 더 이상 국가의 중심부마저 제대로 지키지 못하고 있다는 신호였다. 이미 2024년 9월에도 무장세력은 바마코의 경찰학교와 국제공항을 공격해 대통령 전용기를 불태웠다. 수도 한복판에서 대규모 총격전이 벌어졌다.


부르키나파소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군정은 영토 회복과 반테러 전쟁을 내세웠다. 하지만 실제로 북부와 동부 지역에서 정부 통제가 급격히 약화했다. 2024년에는 연간 사망자가 8천명을 넘었다는 분석이 나왔다. 2026년에는 정부군과 친정부 민병대가 지하디스트보다 더 많은 민간인을 살해했다는 국제 보도까지 등장했다. 지난해 만실라 전초기지 공격에서 100명이 넘는 병력이 사망한 사건은 군정의 영토 통제력이 얼마나 취약한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사디오 카마라 말리 국방장관 장례식사디오 카마라 말리 국방장관 장례식 지난 4월 25일 말리 전역에서 이슬람 무장세력과 분리주의 세력이 벌인 연쇄 공격 과정에서 사망한 사디오 카마라 말리 국방장관의 장례식에 참석한 군 관계자[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니제르 역시 예외가 아니다. 2023년 쿠데타 직전에는 오히려 일부 지역의 폭력이 감소하고 있었다. 그러나 군정 등장 이후 서부 접경지대를 중심으로 공격이 급증했다. 2026년 들어서는 사망자가 1천명을 넘어섰다. 또 올해 4월에는 알카에다계(系)와 이슬람국가(IS) 계열 무장조직이 니제르 영토 안에서 본격적으로 충돌하기 시작했다. 결국 '안보를 위한 쿠데타'가 약속했던 것은 질서 회복이었지만, 현실은 오히려 국가 중추 기능 마비와 영토 통제력 약화, 국경을 넘는 무장세력 확산이라는 전례 없는 안보 공백으로 귀결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이제 치안 악화를 넘어, '국가 존립 위기'에 더 가까워지고 있다. 특히 위에서 언급했듯 최근 말리는 수도와 핵심 군사시설까지 반복적으로 공격받으며 국가의 핵심 통치 역량 자체가 시험대에 오른 상황이다. 이런 모습은 과거 아프가니스탄과 오늘날 소말리아를 동시에 떠올리게 만든다. 아프가니스탄에서는 서방 지원 아래 세워진 국가가 결국 무너지고 탈레반이 권력을 장악했지만, 강한 통제에도 불구하고 경제·인권·국제적 정당성 측면에서는 여전히 심각한 위기를 겪고 있다. 소말리아 역시 중앙정부가 존재하지만, 알샤바브와 지역 권력이 장기간 경쟁하며 하나의 국가 안에 여러 통치 체제가 병존하는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사헬은 아직 그 단계에 완전히 도달한 것은 아니지만 국가 자체가 얼마나 유지될 수 있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에 가까워지고 있다.


서아프리카 군정 3국 수반서아프리카 군정 3국 수반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국제정세 변화와 다자협력 붕괴의 결과


사헬 위기의 배경에는 국내 정치의 실패뿐 아니라, 다자협력 체제의 약화와 국제 안보 질서의 공백이 함께 놓여 있다. 한때 사헬은 프랑스, 미국, 유럽연합(EU), 유엔(UN)까지 다수의 외부 행위자가 개입하는 대표적 국제 안보 공간이었다. 그러나 2023년 이후 상황은 급격히 달라졌다. 프랑스는 니제르 주둔 1천500명 규모의 병력을 철수했다. 미국 역시 2024년 9월까지 니제르 철군을 마쳤다. EU는 2024년 말리 군훈련임무단(EUTM Mali) 활동을 종료했다. 유엔 말리다차원통합안정화임무단(MINUSMA)도 2023년 말 완전히 철수했다. 과거에는 '과잉 외부개입'의 상징처럼 보였던 사헬이 이제는 오히려 외부 안보 공급이 빠르게 사라진 공간으로 변한 것이다.


유엔 말리다차원통합안정화임무단(MINUSMA) 철수유엔 말리다차원통합안정화임무단(MINUSMA) 철수 2023년 12월 말리에서 철수하는 유엔다차원통합안정화임무단이 유엔기를 내리고 있다. [MINUSMA 제공.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지역 차원의 다자협력도 동시에 붕괴했다. 니제르 쿠데타 이후 서아프리카경제공동체(ECOWAS)가 군사 개입 가능성까지 거론하며 강경 대응에 나서자, 말리·부르키나파소·니제르는 2024년 기구에서 탈퇴를 선언했다. 그 이탈은 2025년 공식화됐다. 말리의 이탈로 이미 흔들리던 G5 사헬 연합군 역시 사실상 기능을 상실했다.


문제는 사헬의 안보 위기가 본질적으로 초국경적이라는 점이다. JNIM과 IS 계열 무장세력은 말리·니제르·부르키나파소 국경을 자유롭게 넘나들며 이동한다. 이들은 무기와 연료·인신 매매·밀수 네트워크 등 지역 전체를 연결한다. 실제로 최근 연구는 G5 사헬 연합군이 활동하던 2017∼2020년 국경 인접 작전지대에서 폭력사태와 사망자 수가 유의미하게 감소했다고 분석한다. 즉 핵심은 국경을 넘는 반란에 맞서 합동작전과 정보공유 같은 초국경 협력이 실제로 일정한 효과를 냈다는 점이다. 하지만 쿠데타 이후 지역 안보 협력을 떠받치던 제도적 틀이 사실상 붕괴했다.


이 공백을 메우겠다며 등장한 러시아 역시 기대했던 대안이 되지 못하고 있다. 말리 군정은 프랑스군과 UN 평화유지군 철수 이후 바그너(Wagner)와 그 후신인 아프리카 군단(Africa Corps)을 새로운 안보 파트너로 선택했다. 그러나 최근 상황은 그 전략의 한계를 드러낸다. 프랑스를 몰아내고 러시아를 선택했던 군정의 핵심 논리는 '더 효과적인 안보'였다. 하지만 러시아 역시 안정 회복에 실패하면서 사헬은 이제 누가 개입하느냐보다 협력 자체가 무너진 상태의 위험성을 보여주는 공간으로 전락했다. 로이터 통신은 이미 2024년 서아프리카가 세계의 새로운 테러 핫스폿이 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최근에는 말리 사태가 사헬 전체의 체제 불안정으로 번질 가능성까지 경고하고 있다.


아프리카에서 활동하는 러시아 용병아프리카에서 활동하는 러시아 용병 러시아 용병들이 말리 북부에서 헬기에 탑승하고 있다. [프랑스군 제공.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사헬의 지하디스트 조직은 단순한 외부 테러세력이라기보다, 국가가 비워 둔 공간 속에서 지역사회와 복잡한 관계를 형성하며 확장해 왔다. JNIM은 단순히 공격만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일부 지역에서는 세금을 걷고 분쟁을 중재한다. 이들은 샤리아 법원을 운영하는 등 사실상 통치 기능까지 수행하고 있다. 특히 국가의 행정력과 치안이 약한 농촌 지역에서는 일부 주민들이 이들을 완전히 지지하지는 않더라도 '현실적인 질서 제공자'로 받아들이는 경우도 존재한다. 동시에 이 관계는 강압과 공포 위에도 놓여 있다. JNIM과 IS 계열 조직은 정부 협력자로 의심되는 주민을 처형하고, 마을을 봉쇄하며, 농사와 이동을 통제해 왔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군정과 친정부 민병대의 무차별 진압 역시 지하디스트의 영향력을 키우는 요인이 되고 있다. 결국 사헬의 분쟁은 단순히 국가 대(對) 테러조직의 대결구도가 아니라, 국가·지하디스트·지역 공동체가 서로 경쟁하며 주민들의 협조와 복종을 둘러싸고 싸우는 장기적 통치 경쟁에 가까워지고 있다.


◇고립에서 실용적 협력으로


누구도 지금 사헬의 해답이 무엇인지 확신하지 못한다. 서구식 국가 모델은 충분히 뿌리내리지 못했고, 군정이 내세운 '안보 국가' 역시 안정 회복에 실패하고 있다. 그렇다면 역설적으로 지금의 위기는 다시 협력의 필요성을 설득할 기회일지도 모른다. 지하디스트 무장단체들은 국경을 자유롭게 넘나들며 무법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반면 사헬국가 정부들은 오히려 협력 세력을 잃고 고립되고 있다. 따라서 지금 필요한 것은 군정을 무조건 고립시키거나, 무조건 인정하는 접근이 아니라 안보를 위해서라도 협력이 필요함을 다시 설득하는 게 필요하다. 아프리카연합(AU), 유엔, ECOWAS 역시 민주주의 복귀라는 원칙을 반복하기보다는 실질적 협력을 복원하는 데 더 집중할 필요가 있다.


실제로 최근 들어 AU와 ECOWAS는 사헬 군정과 대화를 완전히 포기하기보다, 안보와 경제 협력을 중심으로 다시 접점을 찾으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ECOWAS도 세 군정 국가의 탈퇴 이후에도 국경 이동과 경제 협력의 기본 틀은 유지하려 하고 있다. AU도 사헬 안보 문제에서 지역기구와 공조 필요성을 계속 강조하고 있다. 그 외 국제사회 역시 국경 정보공유, 난민 관리, 경제 회랑 보호 같은 실무적 현안을 매개로 사헬 군정과 전략적 접점을 마련해야 한다. 이는 사헬의 안보 공백에서 새로운 협력의 동력을 찾아내고, 위기를 역내 안정화의 기회로 바꾸는 전환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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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은경 교수


현 한국외대 아프리카연구소 부교수, 캘리포니아주립대-로스앤젤레스(UCLA) 정치학 박사, 현 한국아프리카학회 학술이사, 주요 연구분야는 아프리카 민주주의 발전(선거·정당·의회), 정치경제(산업·정치 연계), 분쟁, 체제전환, 외교관계 등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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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희 보도본부/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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