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8 타이완 여행기'에 인터내셔널 부커상…"대만인인 건 행운"(종합)
대만 작가 양솽쯔·번역가 린 킹에 영예…중국어 문학 최초 수상
"낭만적이며 날카로운 탈식민지 소설"…레드카펫서 '주식 투자' 농담도
2026년 인터내셔널 부커상 수상한 대만 작가 양솽쯔(오른쪽)와 번역가 린 킹 [AFP=연합뉴스. 재판매 및 DB금지]
(서울=연합뉴스) 신유리 권숙희 기자 = 대만 작가 양솽쯔가 소설 '1938 타이완 여행기'로 국제적 명성의 인터내셔널 부커상을 받으면서 중국어 문학으로는 최초 수상을 기록하게 됐다.
AP와 AFP 통신 등 외신과 대만 중앙통신사(CNA)에 따르면 영국 런던에서 19일(현지시간) 열린 인터내셔널 부커상 시상식에서 양솽쯔는 대만계 미국인 번역가 린 킹과 함께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양솽쯔의 인터내셔널 부커상 수상은 대만 작가로는 첫 수상이자, 영어로 번역된 중국어 문학 작품으로도 처음이다.
이 소설은 1930년대 일본의 식민 통치 아래 가상의 여성 작가인 주인공이 대만 곳곳을 여행하며 음식 문화를 체험하는 여정을 유쾌하면서도 날카롭게 담아냈다.
제국주의 시대 일본인 여성 작가의 대만 여행기라는 독특한 설정을 통해 식민 지배 국가와 피지배 국가 사람들 사이에 가로놓인 복잡한 감정을 예리하게 포착한 작품이다.
앞서 이 작품은 2024년 대만 작가 작품으로는 처음으로 전미도서상 번역 부문을 수상하기도 했다.
자신이 여성 동성애자임을 공개적으로 밝혀온 양 작가는 여성 간 애정과 친밀함에 기반한 서사를 역사와 결합한 '역사 백합(百合) 소설'이란 장르를 개척한 작가로 꼽힌다.
2026년 인터내셔널 부커상 수상하는 대만 작가 양솽쯔 [EPA=연합뉴스. 재판매 및 DB금지]
인터내셔널 부커상 심사위원장 나타샤 브라운은 "이 소설은 독자를 놀라게 하며, 겉으로 보이는 것과는 다른 작품"이라면서 "낭만적으로도 성공적이며, 동시에 날카로운 탈식민주의 소설"이라고 평가했다.
시상식에서 심사위원장이 수상작을 호명하자 작가와 번역가가 서로 포옹하며 기뻐하는 모습이 카메라에 포착됐다.
이들은 수상소감에서 대만 역사와 주권 문제에 대한 문제의식을 표출하며 특히 대만 문학에 대한 소명의식과 애정을 드러냈다.
양 작가는 "대만 문학이 100년에 걸쳐 탐구한 것은 대만인의 자유와 평등에 대한 추구"라면서 "한 명의 대만인이 될 수 있었던 것은 나의 행운이며 대만 작가의 신분으로 이 자리에 설 수 있는 것은 나의 자랑"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만 문학의 역사를 보면 지난 100년간 우리는 사실 끊임없이 '대만인은 어떤 미래를 원하는가' 혹은 '대만인은 어떤 국가를 원하는가'와 같은 질문을 해왔다"라면서 "나의 작품도 이 문제를 묻는 대열에 이제 합류하게 됐다"고 했다.
그는 또 "나는 줄곧 문학에 힘이 있다고 믿어왔다"라면서 "문학은 대개 조용하지만 신념이 멀리 퍼지는 것을 결코 막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동반 수상자 린 킹은 "2022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을 때 나는 결정했다"라면서 "중국어권 작품을 무차별적으로 번역하지 않고 대만에서 나온 작품만 번역하겠다고 말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내 고향의 주권이 영어권 세계에서 더 이상 일종의 도발이나 농담이 되지 않을 때까지 그렇게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영어권에서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부커상은 노벨문학상, 프랑스 공쿠르상과 함께 세계 3대 문학상으로 꼽힌다.
부커상은 영어로 쓰여 영국 또는 아일랜드에서 출간된 장편소설을 대상으로 하며 인터내셔널 부커상은 영어로 번역돼 영국 또는 아일랜드에서 출간된 장편소설과 단편집을 대상으로 한다.
인터내셔널 부커상의 상금은 5만파운드(약 1억원)다. 작가와 번역가가 각각 절반씩 갖는다.
양 작가는 이날 시상식 레드카펫에서 이후의 계획을 묻는 말에 "TSMC에 (상금을) 올인하는 게 어떨까?"라고 재치 있게 답변했다. TSMC는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로, 대만 증시의 시가총액 1위 기업이다.
수상작의 원제는 '대만만유록'(臺灣漫遊錄)이며 영문 제목은 '타이완 트래블로그'(Taiwan Travelogue)다.
한국판은 출판사 마티스블루에서 김이삭 작가 번역으로 지난해 출간됐다. 양 작가는 이달 말 서울에서 한국 독자들과 만나는 북토크가 예정돼 있다.
한편, 한강 작가가 '채식주의자'로 2016년 한국인 최초 인터내셔널 부커상을 번역가 데버라 스미스와 함께 수상한 바 있다. 한강은 2024년 노벨문학상도 수상했다.
2026년 인터내셔널 부커상 수상한 양솽쯔 소설 '1938 타이완 여행기' [마티스블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newglass@yna.co.kr suki@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최용대 발행인/ 주필
기자
헤드라인 뉴스
-
《인문사회 》 귀족클럽
귀족클럽 노블리스 오블리제(noblesse oblige)는 가진 자의 도덕적 의무를 일컫는 것으로 귀족의 역사가 긴 유럽사회를 지탱해온 정신적인 뿌리라고 할 수 있다. 귀족으로 정당하게 대접받기 위해서는 ‘명예(노블리스)’만큼 ‘의무(오블리제)’를 다해야 한다는 귀족가문의 가훈(家訓)인 셈이다. 전쟁이 나면 귀족들이 위험을 무릅쓰고 싸움터에 앞장서 나가는
-
다카이치 "다음엔 日지방온천서"…李대통령 "바로 추진되는건가"
다카이치 "다음엔 日지방온천서"…李대통령 "바로 추진되는건가" 회담後 만찬장, 찜닭원형 전계아 등 선보여…다카이치 위해 고춧가루 뺀 한식 다카이치 "내일 국회일정에 술 고민"…李대통령 "제가 전화해 하루 더 머물게할까" (서울=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은 19일 고향 경북 안동에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한 뒤 만찬을 함께하며 우의를
-
《인문사회 》 고리채의 마수(魔手)
고리채의 마수(魔手) 우리나라 사채의 원조는 장리(長利)다. 춘궁기에 쌀 한 가마를 빌려주고 추수철에 한 가마 반을 돌려받으니 6개월 만에 반 가마를 챙기는 셈이다. 연리로 따질 경우 100%인 한 가마가 되니까 이 정도면 고리(高利)가 아니라 폭리(暴利)다. 사채꾼하면 흔히 베니스의 샤일록을 떠올리지만 우리에게도 ‘피도 눈물도 없는’ 수전노가 적지
-
《인문사회 》 부활절과 ‘政者正也’
부활절과 ‘政者正也’ 봄은 만물이 소생하는 계절이다. 겨우내 침묵하던 생명의 몸짓이 다시 분출되고 약동한다. 조선조의 기틀을 세운 정도전은 삼봉집에서 “봄이란 봄의 출생이며, 여름은 봄의 성장이며, 가을은 봄의 성숙, 겨울은 봄의 수장(收藏)”이라고 했다. 봄철의 생명의 기운을 4계절과 자연 운행의 중심축으로 본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생명의 아름다움과
-
《인문사회 》 웅담
웅담 웅담(熊膽), 즉 곰의 쓸개는 어혈(瘀血)을 풀어주는 대표적 한약재로 쓰여왔다. 어혈이란 타박상을 입었을 때나 교통사고·수술 뒤에 기혈(氣血)이 순환장애를 일으키는 증세. 웅담의 주요성분인 타우린과 우루소데속시콜린산 등이 몸 속의 열과 독을 없애주는 것이다. 웅담은 담석·지방간의 치료와 소염에도 효능이 있다. 이런 약효 때문에 우리나라에서 웅담은
-
《인문사회 》 형과 동생
형과 동생 작가 이상(李箱, 1910~1937)은 일찍이 젖을 떼면서 아들이 없던 백부(伯父)에게 양자로 들어갔다. 집안의 장손이 된 것이다. 친부모에게도 장남이었던 그는 자연히 어릴 때부터 할아버지와 큰아버지, 친부모 등 온 집안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자랐다. 하지만 이러한 기대는 그에게 평생 부담으로 작용했다. 그가 시 오감도(烏瞰圖) 제2호에서
-
《인문사회 》 산삼
산삼 KBS 드라마 ‘명성황후’에서 산삼(山蔘)이 화제에 오른 적이 있었다. 명성황후가 임신을 하자 대원군이 몸 보양을 하라고 보낸 산삼이 그만 탈을 불러왔다는 누명을 쓴 것이다. 대원군이 보낸 산삼 선물은 두차례였는데 첫번째는 명성황후가 유산을 했고 두번째는 출산하기는 했는데 항문이 없는 기형아를 낳고 말았다. 명성황후의 동생 민승호는 극중에서 산삼
-
《인문사회 》 노인에이즈
노인에이즈 건강수명이 늘어나는 것과 함께 노년기의 성문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60세 이상 할머니 중 56%가, 75세 이상 할머니 가운데 25%가 ‘현재도 성생활을 하고 있다’고 응답했다는 몇달전 한 종합병원의 조사에 대해 ‘예상 밖의 수치’라는 게 일반적인 반응이었다. 최근의 몇몇 연구 결과에서 나타나듯 노인 10명 중 7명꼴로 ‘노인에게도
-
《인문사회》 결정의 순간
결정의 순간 나는 전쟁사를 좋아한다. 인류가 시작된 이래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면 삶과 죽음, 그리고 전쟁일 것이다. 인간은 끊임없이 분투한다. 내면에서는 여러 가치가 충돌하고, 개인과 개인이 부딪히며, 공동체가 형성되는 순간 '우리'와 '그들'로 나뉘게 된다. 갈등의 외연이 확장되고, 갈등이 정점에 이르는 순간 전쟁이 발생한다. 우리가 가장 많이,
-
李대통령, 메시지 수위 높여 '실용적 개입'…잠정합의 도출 발판(종합)
李대통령, 메시지 수위 높여 '실용적 개입'…잠정합의 도출 발판(종합) '노동권―국가경제' 균형 메시지로 타협 촉구…막판 자율교섭서 합의 이뤄 '소년공' 출신이지만 노조 향해서도 강력 압박…마지막까지 합의 추동 金총리도 관계장관회의·대국민담화 통해 노사 대화 촉구 (서울=연합뉴스) 이상현 기자 = 삼성전자 노사가 총파업 직전 극적으로 잠정 합의를
-
스틸 주한美대사 후보자 "한미동맹 강화로 헌신 지속하겠다"
7스틸 주한美대사 후보자 "한미동맹 강화로 헌신 지속하겠다" 상원 인사청문회…"美기업, 韓시장접근권 누려야"…한국어로 "고생 끝에 낙이 온다" 공화 상원의원, 지지발언 눈길…"인품·근면 등 봐서 주한美대사로 적합" (워싱턴=연합뉴스) 박성민 이유미 특파원 = 미셸 스틸(70·한국명 박은주) 주한 미국 대사 후보자는 20일(현지시간) "70년 넘게 이어져
-
경총 "삼성전자 최악 상황 피해 다행…불확실성 해소해야"
경총 "삼성전자 최악 상황 피해 다행…불확실성 해소해야" (서울=연합뉴스) 김윤구 기자 = 삼성전자[005930] 노사가 20일 파업 없이 임금협상 잠정 합의안을 도출한 데 대해 한국경영자총협회가 환영 입장을 밝혔다. 경총은 반도체 경쟁 심화와 글로벌 시장 불확실성 확대 등 엄중한 경영 환경 속에서 파업을 막기 위해 노사가 한발씩 물러나 대화를 통해
-
96세 비전향장기수도, 탈북가족도 비바람 속 내고향·수원 연호
96세 비전향장기수도, 탈북가족도 비바람 속 내고향·수원 연호 안학섭 "통일 조국서 관전 염원"…탈북 30대, 내고향 득점에 "기분 좋더라" (수원=연합뉴스) 하채림 기자 = "아, 또…" 20일 밤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수원FC위민과 북한 '내고향여자축구단'(이하 내고향)의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챔피언스리그(AWCL) 준결승전 경기 전반.
-
북한 내고향과 맞대결서 PK 실축한 지소연 "변명의 여지 없다"
북한 내고향과 맞대결서 PK 실축한 지소연 "변명의 여지 없다" (수원=연합뉴스) 오명언 기자 = 페널티킥 실축으로 북한 내고향여자축구단(이하 내고향)에 재역전할 기회를 놓친 수원FC 위민의 '베테랑' 지소연이 아쉬움에 고개를 숙였다. 수원FC 위민은 20일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25-2026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 챔피언스리그(AWCL)
-
노동장관 "삼성전자 노사 자율교섭으로 잠정합의…한발씩 양보"
노동장관 "삼성전자 노사 자율교섭으로 잠정합의…한발씩 양보" "대화로 풀어야 한다는 대원칙하에 형식 구애받지 않고 지원" (서울·수원=연합뉴스) 한혜원 옥성구 권준우 기자 = 삼성전자 노사의 총파업 하루 전 잠정 합의를 중재한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노사가 한발씩 양보해 해법을 찾았다"고 말했다. 김 장관은 20일 노동부 경기고용노동청에서 삼성전자
-
[속보] 삼성전자 임금 6.2% 인상…DX부문에 600만원 상당 자사주
[속보] 삼성전자 임금 6.2% 인상…DX부문에 600만원 상당 자사주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
[그래픽] 삼성전자 노사 임금협상 잠정합의 주요 일지(종합2보)
[그래픽] 삼성전자 노사 임금협상 잠정합의 주요 일지(종합2보) (서울=연합뉴스) 김민지 기자 = 삼성전자 노사는 20일 오후 2026년 임금협상 잠정 합의안에 서명했다. 노조는 오는 21일 예정된 총파업을 유보하고 노사 잠정 합의안을 투표에 부치기로 했다. minfo@yna.co.kr X(트위터) @yonhap_graphics 인스타그램
-
이란 혁명수비대 "하루 동안 선박 26척 호르무즈 통과"
이란 혁명수비대 "하루 동안 선박 26척 호르무즈 통과" (카이로=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해군은 20일(현지시간) 지난 24시간 동안 선박 26척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했다고 밝혔다. 혁명수비대 해군은 성명을 통해 "지난 24시간 동안 유조선, 컨테이너선, 기타 상업용 선박을 포함해 총 26척의 선박이 혁명수비대
-
李대통령, 가자구호선단 나포 강력비판…네타냐후 체포영장 언급(종합2보)
李대통령, 가자구호선단 나포 강력비판…네타냐후 체포영장 언급(종합2보) "최소한의 국제규범도 어겨, 거기가 이스라엘 영해냐…기본적 상식" 네타냐후 ICC 체포영장에 "유럽 대부분 체포하겠다던데…우리도 판단해보자" 국무회의서 '원칙적 대응' 주문…가자전쟁엔 "불법 침략한 것 아니냐" 靑 "인도주의·국민 안전 중요성 강조 차원…국제적 쟁점 질의한 것"
한국매일뉴스 © 한국매일뉴스 All rights reserved.
한국매일뉴스의 모든 콘텐츠(기사 등)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R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