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메시지 수위 높여 '실용적 개입'…잠정합의 도출 발판(종합)
'노동권―국가경제' 균형 메시지로 타협 촉구…막판 자율교섭서 합의 이뤄
'소년공' 출신이지만 노조 향해서도 강력 압박…마지막까지 합의 추동
金총리도 관계장관회의·대국민담화 통해 노사 대화 촉구
발언하는 이재명 대통령 (서울=연합뉴스) 김도훈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20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 겸 비상경제점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6.5.20 superdoo82@yna.co.kr
(서울=연합뉴스) 이상현 기자 = 삼성전자 노사가 총파업 직전 극적으로 잠정 합의를 이뤄내기까지 이재명 대통령은 노동권과 국가 경제라는 포기할 수 없는 두 가치를 동시에 고려한 메시지를 통해 타협 분위기를 만드는 데 공을 들였다.
소년공 출신으로 노동자의 목소리에 힘을 더 실으리라는 예상과 달리 파업이 반도체 산업 전반에 미칠 수 있는 영향 등을 고려해 실용주의적 접근을 하며 노사 모두에 강한 양보의 시그널을 보낸 점이 협상 동력 유지에 주요한 역할을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재명 대통령은 20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국무회의 겸 비상경제대책회의 모두발언에서 "지금 일부 노동조합이 단결권·단체행동권을 통해 단체교섭을 하면서 자신들의 이익을 관철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좋은데 거기에도 적정한 선이 있지 않나"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투자자들의 경우 위험과 손실을 부담했으니 당연히 이익을 나눠 갖는 권한을 갖는다. 영업이익을 배분받는 건 투자자와 주주"라며 "세금도 떼기 전에 일정 비율로 제도적으로 나눠 갖는 것은 투자자도 할 수 없는 일"이라고도 말했다.
이는 파업이 목전에 닥친 상황에 노조의 요구 사항에 대한 근본적 의문을 드러내며 파업을 실행하기보다는 다른 해법을 찾아볼 것을 강하게 압박하는 취지의 메시지로 해석됐다.
이 대통령은 앞서 파업 위기가 점차 고조되는 과정에서도 노동권에 대한 기본적인 존중의 자세를 드러내면서도, 국가 경제와 공동체를 위한 '현실적 가치'도 놓칠 수 없다는 언급을 내놓았다.
우선 지난달 30일 열린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사측은 노동자를 기업 운영의 소중한 동반자로 대우해야 하며 노동자와 노조도 책임 의식을 함께 가져야 한다"고 촉구한 바 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은 "일부 조직 노동자들이 자신만 살겠다고 과도한 요구나 부당한 요구를 해서 국민으로부터 지탄을 받게 된다면 해당 노조뿐 아니라 다른 노동자들에게도 피해를 주게 된다"고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 부처 성과보고 청취 (서울=연합뉴스) 김도훈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20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 겸 비상경제점검회의에서 이형일 재정경제부 차관의 국정성과 보고를 듣고 있다. 2026.5.20 superdoo82@yna.co.kr
특정 기업을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파업에 대한 비판 여론이 고조되는 상황과 맞물리며 사실상 삼성전자 노조를 겨냥한 메시지라는 해석이 제기됐다.
다만 강유정 청와대 수석대변인은 당시 "특정 기업과 관련된 사안을 논의한 것은 아니다"라며 "노동자와 사용자, 국민 모두의 공생과 협력이 중요하다는 원칙적 말씀"이라고 설명했다.
이후 청와대는 삼성전자가 한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상징성과 비중이 매우 크다는 판단 아래 물밑에서 노사 대화가 이어질 수 있도록 최대한 지원했다.
하지만 안팎의 기대와는 달리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으면서 협상은 좀처럼 돌파구를 찾지 못했고, 이 대통령은 지난 18일 엑스(X·옛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보다 분명한 메시지를 내놓았다.
이 대통령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와 자본주의적 시장 경제질서를 채택한 대한민국에서는 기업만큼 노동도 존중돼야 하고, 노동권만큼 기업 경영권도 존중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제헌 헌법에 포함됐다가 삭제된 '기업이익 균점권'을 거론해 노동계를 달래는 제스추어를 취하면서도, '기본권 제한'을 언급함으로써 정부의 강경 대응 가능성이 열려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는 노사 양측을 향해 일방적 이익만을 추구해선 안 된다며 압박 수위를 높인 것으로, 파업이 현실화하면 반도체 산업은 물론 국가 경제 전반에 심대한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에 따른 메시지로 받아들여졌다.
발언하는 이재명 대통령 (서울=연합뉴스) 김도훈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20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 겸 비상경제점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6.5.20 superdoo82@yna.co.kr
김민석 국무총리 역시 급박하게 움직였다.
김 총리는 어떤 경우에도 파업이 현실화하면 안 된다는 원칙을 토대로 단계적으로 메시지 강도를 높이며 대화를 거듭 촉구했다.
지난 13일 관계장관회의에서는 "노사 간의 대화가 지속적으로 이뤄지도록 적극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고, 17일엔 대국민담화를 통해 "국민 경제에 막대한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 발생한다면 정부는 국민경제 보호를 위해 긴급조정을 포함한 가능한 모든 대응 수단을 강구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결과적으로 이 대통령과 김 총리는 노동권 존중이라는 토대를 두되, 민생과 국가 경제를 위해서는 파업을 막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하다는 인식 하에 점차 발언 수위를 높였고, 이를 통해 협상 동력을 유지하는 데 주력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런 다각도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20일 오전 사후 조정이 결렬되면서 한 때 파업이 현실화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기도 했다. 이로 인해 '긴급조정권' 카드가 거론되기도 했지만, 정부의 포기하지 않은 노력 끝에 노사가 극적인 잠정 합의를 이뤄내면서 한국 경제는 삼성전자 총파업 위기를 넘길 수 있게 됐다.
이 대통령과 김 총리가 직접 협상 테이블에 나선 것은 아니지만, 어떤 경우에도 파국을 막아야 한다는 의지가 담긴 잇단 강한 메시지가 결과적으로 삼성전자 노사가 타협에 적극적으로 나서도록 하는 환경을 조성했다는 평가다.
삼성전자 파업 관련 대국민 담화 마친 김민석 국무총리 (서울=연합뉴스) 안정원 기자 = 김민석 국무총리가 17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삼성전자 파업 관련 대국민 담화를 마친 뒤 인사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 김민석 국무총리,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 2026.5.17 jeong@yna.co.kr
hapyr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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