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가나 해라" 한마디에 머리 깎은 MZ 스님…"정답 찾은 기분"

이원희 보도본부/ 편집국장 기자

등록 2026-05-21 22:49

"출가나 해라" 한마디에 머리 깎은 MZ 스님…"정답 찾은 기분"


책 '성불 한번 해볼까' 쓴 현밀스님…'좌충우돌' 10년 수행기 담아


"출가는 세상 버리는 게 아니라 자신 만나는 길…'도망치듯' 출가 안돼"


"불교는 '잠시 멈춰도 된다'고 말해주는 종교…편안하게 불교 접했으면"


책 '성불 한번 해볼까' 출간한 현밀스님책 '성불 한번 해볼까' 출간한 현밀스님 [현밀스님 제공]


(서울=연합뉴스) 고미혜 기자 = 대학 졸업을 앞두고 학업과 취업 준비에 몸도 마음도 지쳤던 소원 씨는 산속 암자를 찾아 기도했다. 며칠이 몇 주가 되고, 108배가 3천 배가 됐을 때 그를 지켜보던 스님이 미소 지으며 말했다.


"소원아, 출가나 해라."


'출가'(出家)라는 묵직한 단어 뒤에 '나'라는 가벼운 조사가 가당키나 한 걸까. 느닷없는 제안이 당황스러울 법도 하지만, 소원 씨는 스님의 이 한마디가 "내 안의 의심과 방황을 잠재웠고, 방향을 잃은 나침반의 바늘을 단숨에 바로잡았다"고 회고했다.


그렇게 출가한 '구(舊) 소원 현(現) 현밀스님'이 출가 결심부터 지금까지 10년여의 수행 여정을 진솔하게 풀어낸 책 '성불 한번 해볼까'(휴머니스트 펴냄)를 내놨다.


현재 국내 최대 비구니 수행 도량인 경북 청도 운문사에서 포교팀장을 맡고 있는 현밀스님은 21일 연합뉴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출가나 하라는 스님의 말이 내가 찾던 정답같이 느껴져 일말의 고민도 없이 출가를 결심했다"고 말했다.



출가 전 현밀스님은 건축학도였다. 학창 시절 우연히 만난 한 건축가가 '건축가는 꿈꾸는 사람들을 만나는 직업'이라고 한 말에 매료돼 건축학과에 진학했다. 그러나 공부할수록 사람들의 '드림 하우스'를 지어주는 것 외에도 건축엔 다양한 분야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고, 여러 선택지 사이에서 고민하느라 마음이 복잡해졌다.


그러던 중 한때 스님이었던 고모의 권유로 절에 기도하러 가게 된 것이 모든 것을 바꿔놓았다. 불자 가정에서 자랐지만 자신 있게 '불자'라고 말할 정도로 불교를 잘 알진 못했다는 당시의 현밀스님은 고요한 암자에서 기도하며 불교를 새롭게 보게 됐다.


"계속 절을 하는 게 그냥 너무 좋았습니다. 알 수 없는 평화가 찾아왔죠. 항상 경쟁 속에서 나를 최대한 끌어올려야 한다는 생각으로 바쁘게 살았는데, 절에 와서 아무도 나를 신경쓰지 않는 상태에서 처음으로 편안하게 내려놓고 내 안을 들여다볼 수 있었습니다."


암자에서의 기도가 생각지 못했던 출가로 이어졌지만, 독실한 불교 신자였던 부모님은 걱정과 달리 그의 결정을 웃으며 응원해줬다. 친구들에게는 성철스님의 책 '영원한 자유'와 함께 편지로 출가 결심을 알렸고, 남은 학기를 마치고 졸업하자마자 곧바로 머리를 깎았다.


현밀스님은 "조금씩 깎이는 머리카락을 보며 그동안 알아채지 못한 번뇌들도 깎여나가는 것을 느꼈다"며 "오래전부터 기다려온 저의 진짜 얼굴을 보는 것 같았다"고 돌아봤다.


책 '성불 한번 해볼까' 출간한 현밀스님책 '성불 한번 해볼까' 출간한 현밀스님 [현밀스님 제공]


1992년생인 현밀스님은 그렇게 스물넷의 나이에 2016년 행자 생활을 시작했고, 교육을 마친 후 이듬해 사미니계를 받아 예비 승려가 됐다. 운문사 승가대학에서 수행과 배움을 마친 후 2023년 구족계를 받고 정식 스님이 됐다.


행자 시절부터 10년간의 수행은 쉽지 않았다. 고장 난 알람 시계 탓에 새벽 예불에 지각하기도 하고, 급한 마음에 절 마당에서 뛰어다니다 따끔하게 혼나기도 했다. 여전히 완벽하진 않지만, 스님은 한 번도 출가 결심에 회의를 느낀 적이 없다고 했다.


"잘하고 싶다는 마음이 오히려 조급함이 돼서 꾸중을 듣기도 하고, 부족한 제 모습을 보면서 속상해한 날도 많았어요. 그렇지만 신기하게도 후회는 없었습니다. 수행은 완벽해지는 길이 아니라, 자기 마음을 정직하게 바라보는 길이라는 걸 조금씩 배우고 있습니다."


348가지나 되는 비구니계(비구니가 지켜야할 계율)에도 처음엔 두려움이 앞섰지만 시간이 지나며 "계율은 나를 옭아매는 사슬이 아니라 나를 지켜주는 울타리이자 마음이 흐트러질 때 다시 길을 보여주는 등불"임을 알게 됐다고 스님은 말한다.


책 '성불 한번 해볼까'에는 여느 신입사원과도 닮아있는 초보 스님의 '우당탕탕' 수행기와 함께 스님이 하루하루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가고 있는 불교의 가르침도 알기 쉽게 담겼다.


뭉게구름을 닮은 책 속 '뭉밀이'는 현밀스님이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사람들과 소통하기 위해 만든 캐릭터다. 불교가 어렵고 무거운 게 아니며, 부처님 가르침이 우리 작은 일상에도 담겨 있다는 걸을 알리고 싶어서였다.


현밀스님의 '뭉밀이' 인스타툰 (@buddha_milmil)현밀스님의 '뭉밀이' 인스타툰 (@buddha_milmil)


"뭉밀이는 제 수행의 모습이 반영된 또 다른 저입니다. 운문사의 구름은 정말 아름다워요. 하늘의 뭉게구름을 보면 마음이 편안해집니다. 불교가 지친 하루 끝에 마음을 쉬어갈 수 있는 작은 구름 한 조각처럼 느껴졌으면 좋겠어요."


현밀스님과 같은 친근한 소통 시도도 한몫한 덕분에 요즘 젊은 층엔 불교가 꽤 '힙'하다.


현밀스님은 이에 대해 "불교는 '괜찮다, 잠시 멈춰도 된다'라고 이야기해주는 종교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요즘 청년들은 정말 열심히 살아갑니다. 끊임없이 비교되고, 증명해야 하는 세상 속에 너무 빨리 달리다 보니 마음은 지쳐있죠. 불교는 꼭 대단한 사람이 되지 않아도 괜찮고,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바라보라고 말해줍니다. 걱정과 불안 속에 사는 청년들에게 명상이나 수행은 현재를 숨 쉬게 해주는 힘을 줍니다."


부처의 가장 큰 가르침은 결국 "자기를 바로 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는 현밀스님은 출가는 "세상을 버리는 일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깊이 만나러 가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많이 내려놓아야 하지만, 그만큼 마음은 더 자유로워집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도망치듯' 출가하지 않는 것입니다. 힘든 현실을 피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정말 이 길을 살아보고 싶은 마음이 있는지 스스로 충분히 물어봐야 하죠. 출가를 고민한다면 이미 그것만으로도 마음 안에 귀한 씨앗 하나가 심어진 것이니 너무 조급해 말고 자기 마음을 오래 들여다보세요."


mihy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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