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세계는 급진적 불확실성 시대…한국, 중재자 역할 중요"

이원희 보도본부/ 편집국장 기자

등록 2026-05-21 22:53

"지금 세계는 급진적 불확실성 시대…한국, 중재자 역할 중요"


마틴 돈턴 케임브리지대 명예교수 인터뷰…'권력과 통치' 한국어판 출간


"트럼프 관세, 상황 더 악화시켜…중견국 연대해 다자주의 확산해야"


인터뷰하는 마틴 돈턴 케임브리지대 명예교수인터뷰하는 마틴 돈턴 케임브리지대 명예교수 (서울=연합뉴스) 이재희 기자 = 세계 경제사를 조명한 '권력과 통치'의 저자인 마틴 돈턴 영국 케임브리지대 명예교수가 지난 21일 서울 중구의 한 호텔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6.5.22


(서울=연합뉴스) 강종훈 기자 = "우리는 미래 예측이 매우 어려운 급진적 불확실성의 시대에 살고 있어요. 혼란을 제대로 수습하지 않으면 세계 경제가 분열하고 붕괴할 위험이 있습니다."


경제사학자인 마틴 돈턴 영국 케임브리지대 명예교수는 현재 세계를 신자유주의를 뛰어넘는 새로운 경제 질서가 나타나지 않은 '불확실성의 시대'라고 규정했다.


그러면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정책을 비롯한 각국의 경제적 민족주의와 포퓰리즘이 심각한 불평등을 야기하며 위기를 몰고 왔다고 진단했다.


돈턴 교수는 경제대공황 이후부터 최근까지 세계 경제 100년사를 다룬 '권력과 통치'의 저자다. 한국어판 출간을 계기로 한양대 국제학술대회 참석차 방한했다.


그는 21일 서울 중구 한 호텔에서 진행된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오늘날 위기의 본질로 '부의 불평등'을 꼽으며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세계화 시대에 자유무역은 당연한 것으로 여겨졌지만 지금은 경제 안보를 더 중요한 가치로 여기는 시대"라며 과거와 달리 지정학적 불확실성도 커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오늘날을 '경제적 포퓰리즘의 시대'라고도 정의하며 그 위험성도 경고했다.


돈턴 교수는 "포퓰리스트 세력들은 탈산업화 때문에 일자리를 잃고 밀려난 사람들에게 무역 정책이 문제의 원인이라고 설득한다"며 "포퓰리즘은 경제적 민족주의로 이어져 세계 경제에 큰 혼란을 불러올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오늘날을 전 지구적 불평등이 가장 심했던 시대인 제1차 세계대전 직전과 비교했다.


"자유무역을 비난했던 세력들이 포퓰리즘을 일으켰고, 그들의 경제적 민족주의가 제1차 세계대전으로 이어졌어요. 미래의 정치인들이 우선 내부적으로 포퓰리즘과 경제적 민족주의로 나아갈 수 있는 압력을 해결하는 것이 과제입니다."



돈턴 교수는 미국의 관세정책과 '자국우선주의'에 대해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역사를 잘못 읽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트럼프의 정책은 미국 경제의 불균형을 해소하지 못하고 상황을 악화시킬 가능성이 더 크다"며 "경제 성장 해법으로 관세를 택한 것은 잘못됐다"고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4월 2일 다른 나라와의 무역에서 갈취당한 미국이 자유로워지는 날이라며 '해방의 날'을 선포하고 '상호관세' 부과를 발표했다. 당시 그는 1890년대 관세를 대폭 인상해 '관세왕'으로 불린 윌리엄 매킨리 미국 25대 대통령을 언급했다.


그러나 돈턴 교수는 "1890년대 미국의 불황 탈출은 관세 때문이 아니라 기술 혁신과 트럼프가 싫어할 만한 해외 이주자 덕분"이라고 말했다.


미중 패권 경쟁에 대해서는 "양국이 전면적인 갈등이나 디커플링(탈동조화)으로 가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일정 수준에서 현실적으로 협력하며 나아갈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돈턴 교수는 현재의 혼란과 불확실성 위기를 해결할 의지가 있는 국가들이 모여 실용적·점진적으로 합의를 이뤄가야 한다며 한국의 역할도 강조했다.


실현 불가능한 '전원 합의'라는 신기루를 좇기보다는, 뜻이 맞는 국가끼리 협력하는 '개방적 다자주의'가 그가 제안하는 접근 방식이다.


"오늘날에는 한국과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등 비서구 국가들이 이미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으며, 미국을 빼고도 많은 국가가 교류하고 있어요. 모두 미국만을 바라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돈턴 교수는 "한국은 중재자로서 아주 중요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며 "한국은 군사적으로 미국과 매우 긴밀한 관계이고, 경제적으로는 중국과 깊은 관계를 맺고 있다. 이러한 특수성은 한국을 미국과 중국 모두와 대화할 수 있는, 중재 역할을 할 나라로 만들어준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을 비롯한 중견국들이 동맹을 결성해 미국이나 중국의 일방주의에 대항하는 '중견국론'도 언급했다.


"공통의 이해관계를 가진 중견국들이 연대해 열려 있는 다자주의를 향해 나아갈 수 있습니다. 이들 국가는 세계 경제에 대한 의존성이 매우 높고, 그만큼 다자주의를 확산시킬 필요성이 있어요."


한국 경제의 과제로 그는 한 나라나 지역에서 제조업 비중이 줄어드는 현상을 뜻하는 탈산업화 문제를 꼽았다.


그는 "미국이나 영국에서는 탈산업화가 소외된 사람을 만들어내고, 이로 인해 사회적 긴장이 높아지고 포퓰리즘이 등장했다"며 "한국에서도 탈산업화에 어떻게 대응하느냐가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와 함께 그는 "한국은 복지를 가계에 의존하는 경향이 강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는 사회적인 수준에선 복지가 부족하다는 것"이라며 "가계에 지나치게 복지를 의존하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저자는 2015년까지 케임브리지대 경제사 교수였고 영국 왕립역사학회 회장 등을 지냈다. 현재 케임브리지대 명예교수이자 그레셤 칼리지 객원 교수로 있다.


세계화와 자유무역, 시장 질서 충돌 등을 장기적 관점에서 조명하며 오늘날 벌어지는 혼란의 기원을 추적하는 이번 책의 감수는 그의 제자인 김승우 한양대 교수가 맡았다.


알에이치코리아. 이은주 옮김. 1천50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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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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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희 보도본부/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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