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현충일 추념시] '현충화 피었는데'
'현충화 피었는데'
개망초 곱게 핀 유윌 높고 푸른 데
마음이 무거운건 유족들 뿐이던가
현충원 입다문 꽃들 눈물도 말랐어라
총소리 멈췄다고 긴장이 끝난건가
전쟁 잊은 백성들 전우들만 서럽다
철책선 녹쓴 핏빛들 눈 감는다 잊힐라
꽃 필 때도 아프고 꽃 질 때도 아프다
청춘은 눈을 감고 비석들 사열한다
충혼은 전설이 되고 현충화로 피었다
/ 권 오정 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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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조 ' 현충화 피었는데 '는 6월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나라를 위해 희생한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을 기리는 마음을 담담하면서도 깊은 울림으로 창작한 작품이다.
첫 수는 현충원의 정경으로 시작된다.
개망초 곱게 핀 유월 높고 푸른데 / 마음이 무거운 건 유족들뿐이던가
푸른 하늘과 흰 개망초가 아름답게 피어 있는 초여름 풍경은 평화롭지만, 그 평화 뒤에 감춰진 희생의 역사를 떠올리게 한다.
시인은 슬픔이 유족만의 몫이 아니라고 묻는다. 나라의 평화가 누군가의 희생 위에 세워졌음을 기억한다면 우리 모두가 함께 무거운 마음을 가져야 한다는 뜻이다.
"입 다문 꽃들"은 말없이 잠든 영령들을 상징하며, "눈물도 말랐어라"에는 세월이 흘러도 사라지지 않는 그리움이 배어 있다.
둘째 수는 오늘의 현실을 향한 질문이다.
총소리 멈췄다고 긴장이 끝난 건가
전쟁은 멈췄지만 완전한 평화는 아직 오지 않았음을 일깨운다. 시간이 흐르면서 사람들은 전쟁의 참혹함을 잊어가지만, 산화한 전우들과 그 가족들의 상처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특히 "철책선 녹슨 핏빛들"이라는 표현은 분단의 상처와 희생의 흔적을 강렬하게 형상화하며, 역사를 잊는 순간 희생 또한 잊힐 수 있다는 경고를 던진다.
셋째 수는 추모와 계승의 의미를 담고 있다.
꽃 필 때도 아프고 꽃 질 때도 아프다
꽃은 젊은 청춘을 바쳐 나라를 지킨 이들의 삶을 상징한다. 꽃이 피는 순간은 그들의 젊음이었고, 꽃이 지는 순간은 희생의 순간이었다.
"비석들 사열한다"는 표현은 묘역에 늘어선 비석들을 군인들의 열병식처럼 바라보게 하며 엄숙함을 더한다. 마지막 구절인
충혼은 전설이 되고 현충화로 피었다는 육신은 사라졌지만 그 정신은 꽃이 되어 후손들의 가슴속에 다시 피어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 작품은 단순한 추모시가 아니라 "기억의 책임"을 묻는 시조이다. 평화가 너무 익숙해진 시대에, 지금의 자유와 번영이 누구의 희생 위에 서 있는지를 되새기게 한다.
특히 자연의 꽃과 현충원의 꽃, 그리고 젊은 청춘을 하나의 이미지로 연결하여 호국영령의 숭고한 정신을 아름답고도 애절하게 형상화한 점이 인상적이다.
6월의 개망초처럼 소박하지만 오래 남는 울림을 주는 시조이다. "잊지 않는 것"이야말로 후손이 선열들에게 바칠 수 있는 가장 큰 헌화임을 일깨워 준다.
권오정 문화부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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