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서

영어권에서는 교과서를 ‘텍스트북’과 ‘스쿨북’의 두가지 의미로 쓰고 있다. 으뜸이 되는 책이라는 뜻을 담고 있는 텍스트북은 일종의 종교교리서를 가리킨다. 성경이나 불경처럼 절대자가 행한 말씀과 행동을 기록한 교리서가 모두 포함된다. 이들 교리서는 학교가 생겨나기 아주 오래전부터 자연스럽게 교육기능을 충실히 해온 교과서인 셈이다.
학교에서 사용하는 책이라는 뜻의 스쿨북이 최초로 등장한 것은 17세기 보헤미아 출신의 교육자 코메니우스에 의해서였다. 종교개혁가 후스를 추종한 그는 30년 전쟁으로 조국이 멸망하자 이나라 저나라로 떠돌면서도 평생동안 세계평화를 위한 교육을 구상한 교육사상가였다.
그가 1658년 직접 쓴 유아용 교과서 등에서 제시한 전국민을 대상으로 한 교육제도, 남녀공학, 교사의 전문성 등은 세계평화와 인류애에 기초한 교육사상으로 현대교육에 큰 영향을 끼쳤다. 그러고 보면 텍스트북이건 스쿨북이건간에 교과서의 출발점은 세계평화와 인류애인 셈이다.
이점은 우리의 근대교과서도 마찬가지다. 배재학당과 이화학당에 앞서 설립된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식 학교는 원산학사였다. 1883년 민간인들의 주도로 설립된 이 학교의 교과용 도서는 당시의 상황을 반영해 ‘농정신편’을 비롯, ‘양잠’ ‘광물학’ 등 개화관련 교과내용이 주종을 이뤘지만 국제법에 해당하는 ‘만국공법’과 세계지리서인 ‘만국지리’ 등 타국의 이해를 높이는 교과서들의 비중도 작지는 않았다.
일본의 과거 침략을 미화한 내용으로 한국은 물론 중국의 거센 비판을 받아온 ‘새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의 교과서가 일본 문부과학성의 최종 검정을 통과하면서 날로 긴장이 높아가고 있다.
일본 정부는 137곳에서 수정 보완을 했다고 생색을 내고 있지만 한국에서는 인정하지도 않는 ‘임나일본부’, 신라와 백제의 ‘일본조공’에다 침략을 ‘진출’로 표현하면서 심지어 일본의 식민지배가 ‘한국근대화에 도움을 줬다’는 거짓서술도 마다하지 않고 있다. 교과서 제정의 기본정신인 인류애와 세계평화는커녕 역사왜곡마저 서슴지 않는 그런 나라가 바로 이웃에 있다는 자체가 소름끼친다.
최용대 발행인/ 주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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