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국 통해 제재 회피…트럼프 행정부 무관심도 영향
푸틴 대통령과 로스텍 CEO 세르게이 체메조프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러시아 크렘린궁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이신영 기자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측근들이 서방의 제재에도 불구하고 개인 제트기를 타고 전 세계를 누비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서방에서 러시아 특권층에 대한 제재를 강화해왔지만, 이들의 호화스러운 생활을 위축시키지는 못했다는 의미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5일(현지시간) 항공기 수입 데이터와 비행 추적 기록 등을 분석한 결과 푸틴 대통령의 측근들이 여전히 서방에서 제작된 호화 제트기를 계속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이들은 중개업자를 통해 서방 제조사의 제트기를 신규 혹은 중고 구매한 뒤 서방의 제재가 미치지 않는 국가에 등록하는 방식으로 제재를 회피하고 있었다.
여기에는 국영 방산기업 로스텍의 최고경영자(CEO) 세르게이 체메조프, 푸틴 대통령의 절친인 아르카디 로텐베르크, 신흥재벌 이고르 케사예프 등이 포함돼있었다.
푸틴 대통령과 함께 구소련 정보기관인 KBG에서 활동했던 체메조프는 한때 스페인 등 유럽을 많이 찾았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한 이후에는 제재를 피해 여행지를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 등으로 바꿨다.
항공 추적업체 플라이트레이더24에 따르면 체메조프는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1월까지 전용기를 이용해 UAE로 6차례나 여행을 다녀왔다.
푸틴 대통령이 집권한 이후 각종 정부 계약을 따내며 부를 축적해온 로텐베르크는 2022년 말부터 캐나다 봄바디어사의 글로벌 제트기를 두 대 이용해왔다.
플라이트레이더24 데이터에 따르면 로텐베르크의 제트기는 서방의 제재가 미치지 않는 UAE와 아제르바이잔 등의 휴양지로 자주 비행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러시아 무기 산업을 지원한 혐의로 미국과 유럽연합(EU)의 제재 대상에 오른 케사예프는 2023년 봄바디어의 글로벌 익스프레스 제트기를 수입했다.
WSJ에 따르면 북미나 유럽에 본사를 둔 기업의 경우 항공기나 항공기 부품이 러시아로 흘러 들어가지 않도록 제재를 준수해야 할 의무가 있다.
고객이 제품을 구매한 이후 러시아에 재판매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실사를 진행할 의무도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제재가 제대로 준수되지 않고 있는 셈이다.
존 스미스 전 미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 국장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마약 밀매와 이란 문제에 집중하면서 러시아에 대한 제재가 우선순위에서 밀려났고, 그 덕에 러시아가 서구권 제품의 수입을 늘릴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제재 이행은 마치 두더지 잡기 게임과 같다"며 "회피 행위를 추적하고 이에 대응할 방법을 찾기 위해서는 상당한 노력이 필요하지만, 지금의 행정부는 러시아에 대한 제재 압박에 집중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꼬집었다.
최용대 발행인/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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