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털 파이트·조너선 영 협업…LG아트센터 서울서 7일까지
논쟁과 대사, 무용수 춤으로…공동체 의미 탐구한 '댄스 시어터'
크리스털 파이트와 조너선 영의 '어셈블리 홀' [LG아트센터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조윤희 기자 = 음악이 아닌 일상적인 대화와 낮게 깔리는 목소리, 인물들의 숨소리와 망설임이 섞인 '언어'가 공연장의 공기를 바꿨다.
음악이 사라진 자리를 채운 말소리에 맞춰 8명의 무용수들의 움직임이 무대를 채워 나갔다.
말의 억양과 음절에 맞춰 움직이는 듯한 정교한 몸짓은 무용수들의 춤이라기보다 일상에서 나누는 대화를 그대로 몸으로 표현한듯했다.
무용수들의 움직임과 춤이 어우러지면서 오히려 대화는 점점 음악처럼 들렸고 대사 속에서 리듬감이 느껴졌다.
지난 5일 서울 강서구 LG아트센터 서울 LG 시그니처홀에서 개막한 안무가 크리스털 파이트와 극작가 조너선 영의 '어셈블리 홀'은 무용과 연극의 결합을 통해 현대무용의 매력을 보여줬다.
이번 공연은 안무가 크리스털 파이트가 2002년 창단해 이끄는 '키드 피봇'과 함께 처음으로 한국을 찾은 내한 무대로 큰 기대를 모았다.
작품의 배경이 된 '어셈블리 홀'은 북미 지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마을회관이다.
낮은 단상과 붉은 커튼, 낡아 보이는 농구 골대가 걸린 친숙하면서도 지루한 공간에서 동호회 '자애와 보호의 기사단'의 정기 회의가 열린다.
오랫동안 중세 재현 축제를 열어온 이 단체는 해체될 위기에 놓이고, 사소한 안건을 둘러싼 논쟁과 대사들은 웃음을 자아내면서도 무용수들의 몸을 거치며 날카로운 리듬으로 변신한다.
크리스털 파이트와 조너선 영의 '어셈블리 홀' [LG아트센터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녹음된 대사에 완벽하게 타이밍을 맞춘 립싱크와 과장된 제스처는 회의가 진행될수록 긴장감을 자아냈고 어느덧 대사는 하나의 음악이 돼 객석에 스며들었다.
특히 현실과 환상 속 중세 신화가 경계 없이 뒤섞이는 극적 구성은 관객을 순식간에 작품 속으로 몰입시켰다.
동호회의 존폐를 두고 인물들의 갈등과 절망이 깊어지는 순간, 무대는 이들이 오랫동안 재현해 온 중세 전설 속 세계로 연결된다.
벼랑 끝에 몰린 동호회 회원들의 현실적인 고뇌가 중세 기사들의 장엄한 전투와 서사로 투영되는 것이다.
이러한 장면의 변화는 평범한 인물들이 서로를 구원하고 공동체를 지켜내고자 하는 간절한 외침을 시각적으로 극대화해 보여준다.
마을회관에서 열리는 정기 총회라는 지극히 현실적인 풍경 속에서 관객들은 일상에서 쉽게 마주하는 작은 공동체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그 안에서 집단이 뿜어내는 열정과 소외되지 않고 어딘가에 온전히 소속되고자 갈망하는 개인의 외로움은 묵직한 언어와 무용수들의 움직임을 통해 전달된다.
크리스털 파이트와 조너선 영의 '어셈블리 홀' [LG아트센터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공연이 끝난 후 진행된 '관객과의 대화'에서 무용수들은 음악이 아닌 대화와 음성을 온몸으로 표현해낸 과정을 공유했다.
글렌다 역의 르네 시구앵은 "성우의 보이스오버 연기를 듣자마자 캐릭터가 어떻게 움직일지 바로 떠올랐다"며 "퍼포머로서 캐릭터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고 다른 캐릭터들과의 관계성은 어떨지 생각하며 그런 부분들을 살리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데이브 역의 그레고리 라우는 자연스러운 일상적 몸짓과 극을 위한 춤 사이의 균형에 대해 "몸속에 일종의 '볼륨 다이얼'이 있는 것 같다"라는 흥미로운 비유를 들었다.
초반 회의 장면에서는 볼륨을 낮춰 지극히 자연스러움 몸을 보여주다가 중세의 전투를 재현하며 집단 심리가 고조될 때는 볼륨을 크게 증폭시켜 신체성을 극대화한다는 설명이다.
그는 "목소리에도 분명히 고유의 운율과 음악성이 존재하기 때문에 매번 대사 속 미세한 숨소리와 디테일을 찾아 몸으로 구현하는 과정은 절대 지루해지지 않고 매번 새로운 것을 찾을 수 있는 보물찾기 같다"고 했다.
지극히 진부할 수 있는 일상의 회의를 묵직한 질문으로 바꿔 관객들에게 전달하는 무대에 관객들은 뜨거운 박수로 화답했다.
'어셈블리 홀'은 7일까지 LG아트센터 서울에서 공연된다.
최용대 발행인/ 주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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