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해협 선원 안전 매일 체크"…"수산물 유통구조 혁신 추진"
황종우 해양수산부 장관 [촬영 강선배]
(부산=연합뉴스) 이영재 박성제 기자 = 황종우 해양수산부 장관은 최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북극항로 활성화를 위한 북극항로특별법이 시행되는 올해 12월 이후 해양수도권 조성 방안을 보다 구체화한 '남부 해양수도권 육성 실행 계획'을 내놓을 것이라고 밝혔다.
중동 전쟁에 따른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3개월 넘게 현지에 발이 묶인 한국 선박 25척과 선원들에 대해서는 "선원들의 안전이 가장 중요해 매일 체크하고 있고, 상황이 길어지면서 불안해하는 선원들을 대상으로 심리 상담도 하고 있다"고 했다.
다음은 황 장관과의 일문일답.
-- 해수부가 부산으로 이전한 지 6개월이다. 부산 이전의 효과는.
▲ 해수부가 부산으로 이전함에 따라 부산항, 부산공동어시장 등 주요 정책 현장과 거리가 가까워졌다. 그러다 보니 전국해상선원노동조합연맹, 전국항운노동조합연맹, 부산상공회의소 등 세종에서 만나기 힘들었던 분들과도 좀 더 쉽게 만날 수 있게 됐다. 그분들의 말씀을 경청하면서 해수부에 대한 기대감을 피부로 느꼈고, 현장감 넘치는 정책 아이디어들도 얻을 수 있었다.
-- 서울과 세종에 오가야 해 효율성이 떨어진 부분도 있을 것 같은데.
▲ 주요 업무 공간이 서울과 세종, 부산으로 분산되면서 업무 효율성 저하를 걱정하는 시각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이런 우려를 불식하기 위해 부산 이전과 동시에 일하는 방식을 개선해 비대면 보고 활성화를 추진하고 있다. 그렇게 비효율성을 극복하고 있으며, 직원들도 잘 적응하고 있다.
-- 더 보완해가야 할 점이 있다면.
▲ 부산의 지리적 특성으로 인해 타지역에서는 해수부와 소통이 어려워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그래서 11개 지방해양수산청을 비롯한 소속 기관들의 기능과 역량을 강화하고자 한다. 이 기관들이 해수부 본부와 현장을 잇는 가교 역할을 잘해준다면 물리적 거리는 충분히 극복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지방정부와 함께 권역별 해양수산 발전 방안을 만드는 것도 필요하다. 그래야 각 지역의 강점을 살리면서 현장 적합도가 높은 대책들을 실행에 옮길 수 있다고 본다.
-- 이재명 정부는 북극항로 활성화를 국정과제로 추진 중이다. 국내 항만과 해운산업 등은 얼마나 준비돼 있나.
▲ 우리나라가 내빙선 건조 기술 등 조선 분야에서는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하지만, 실제 극한의 환경인 북극항로를 상시 운항하며 글로벌 물류를 안정적으로 처리하기 위한 실무적 경험과 제반 인프라는 아직 더 보완해가야 할 부분이 많다. 북극항로 활성화는 긴 호흡으로 준비가 필요한 중장기 과제인 만큼, 우선은 시범 운항 등을 통해 현장에서 필요한 실질적 데이터와 노하우를 축적해가는 게 중요하다.
-- 오는 8월 시범 운항에 참여할 선사로 부산 지역을 거점으로 한 선사 팬스타라인닷컴이 예비 선정됐다. 시범 운항 진행 상황은.
▲ 현재 선사 선정 절차는 최종 단계에 와 있다. 시범 운항 선박은 3천TEU(1TEU는 20피트 길이 컨테이너 1개)급 컨테이너선이 될 것이다. 2030년 정기 운항 가능성을 검증하기 위해 설정한 규모다. 3천TEU에 해당하는 화물을 모으는 작업도 하게 될 것이다. 오는 8월 하순 출항해 네덜란드 로테르담까지 갔다가 돌아오는 데 50일 정도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과거에도 북극항로로 우리 선박이 운항한 적은 있지만, 제대로 왕복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 북극항로 운항은 러시아의 협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이는데, 국제사회의 대러 제재로 어려움이 따르지 않을까.
▲ 우선 안전한 북극항로 운항을 위해 외교부와 협조해 유빙, 기상, 해협 지형 등의 안전 정보를 보유하고 있는 러시아와 필요한 협의를 추진할 예정이다. 미국, 유럽연합(EU) 등 관련국에도 대체 항로 확보를 위한 우리나라의 북극항로 진출 필요성을 알리는 한편, 평화롭고 지속 가능하며 개방적인 북극을 위한 책임 있는 핵심 동반자 국가로서 북극항로 진출을 추진 중임을 설명할 예정이다. 러시아는 우리 선박의 북극항로 운항에 호의적인 분위기로 알고 있다.
-- 북극항로가 활성화되면 부산항이 있는 동남권에 어떤 변화가 올까.
▲ 부산항은 북극해에 오가는 선박들이 반드시 기항하는 환적 허브이자 기착지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단순히 화물을 싣고 내리는 차원을 넘어 연료 벙커링, 선박 수리 등 고부가가치 연관 산업의 동반 성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 부산항은 북극항로로 가는 길의 마지막이자 첫 항만, '라스트 앤 퍼스트 포트'(Last and First Port)다. 동남아시아 국가들이 직접 북극항로로 가지 않고 부산항에서 환적할 수도 있다. 부산항의 환적 기능이 커지는 것이다. 중국의 경우 지난해 북극항로에서 29번 운항하는 등 강력한 의지를 보이지만, 항만 입지 면에선 우리가 유리하다.
-- 동남권이 싱가포르와 상하이 등 글로벌 해양도시, 나아가 해양수도권으로 육성될 잠재력이 있는가.
▲ 동남권은 유럽항로, 미주항로, 북극항로의 교차점이라는 지경학적 요충지에 위치하고 있다. 앞으로 세계 최고 수준의 컨테이너 부두인 진해신항, 관문 공항인 가덕도신공항, 철도망 등 '트라이포트'(Tri-Port)를 구축하면 동북아 물류 허브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여기에 더해 동남권은 기계, 방산, 조선, 석유화학, 항공우주 등 세계적인 제조업 생태계를 통해 수출의 약 20%를 담당하는 핵심 산업지역이기도 하다. 기존 산업 역량을 강화하고 북극항로 활성화에 따른 물동량 증가, 기업·인재·자본 집적화가 이뤄진다면 대한민국의 새로운 성장엔진 창출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한다.
-- 부산항 등 국내 항만이 북극항로의 혜택을 볼 것이라는 전망이 있긴 해도 실제 물동량 증가로 이어질 구체적 시나리오가 눈에 띄진 않는다.
▲ 이제 시범 운항을 추진하는 단계기 때문에 당장은 구체적인 경제적 성과가 나타나긴 어려울 수 있다. 다만, 북극의 해빙 감소가 가속화되면서 연간 운항 가능 기간이 늘어나고, 운항 선박도 차츰 대형화하게 되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고 본다. 기존 유럽 항로보다 35%나 운항 거리가 짧다는 것은 엄청난 강점이기 때문이다. 이 경우 국내 항만들은 북극항로를 통해 유럽에 오가는 우리 수출입 화물은 물론, 동아시아 화물을 집적하는 시·종착점의 위상을 갖게 되고 실질적인 물동량 증가 효과도 나타날 것으로 기대한다. 아울러, 최근 호르무즈 해협 봉쇄와 같이 전통적 교역로의 안정성에 문제가 발생할 경우 에너지와 자원 수송 다변화 측면에서 대안 항로로서 중요성도 높아지리라 생각한다. 북극항로는 '익스프레스 라인'으로 활용될 수도 있다. 일종의 급행 라인이 되는 것이다. 고가의 제품, 신선 제품, 계절 상품 등은 급행 라인이 유용할 수 있다.
-- 언제쯤 물동량 증가 효과를 볼 수 있나.
▲ 2030년 정기 서비스 항로를 개설하고, 2035년쯤 되면 규모의 경제가 실현될 것으로 본다. 이번엔 3천TEU급이지만, 2035년을 넘어서면 8천TEU급까지 높여볼 수도 있다. 그러면 규모의 경제가 실현돼 경제성이 높아진다. 북극 해역의 해빙이 더 진행되면 더 큰 배가 들어갈 수 있다. 2035년쯤부터는 가능성이 커지는 만큼, 미리 준비해야 한다. 올해부터 2030년까지 5년은 시범 운항으로 데이터를 축적하는 기간이다. 초기에는 경제성이 떨어질 수 있지만, 급행이 필요한 화물 중심으로 어느 정도 상쇄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다.
-- 해운업계 일각에선 아직 회의적 시각도 있는데.
▲ 벌크선이나 탱크선이라면 몰라도 컨테이너선 정기 항로는 어렵지 않겠느냐는 시각도 아직 업계에 있다. 회의적 시각은 앞으로 5년간 시범 운항을 거쳐 정리돼가지 않을까 한다.
-- 북극항로에서 선박을 운항할 인력은 갖춰져 있는가.
▲ 2014년부터 해기사를 양성 중인데, 기초교육을 수료한 인원이 103명이다. 심화 교육은 선장과 일등항해사가 받는데 29명이 수료했다. 2개월 이상 승선 경력을 완료한 최정예 인원은 11명이다. 인력 양성은 계속할 것이다. 앞으로 진행될 시범 운항의 경험도 중요하다.
-- 해양 관련 공공기관의 동남권 이전과 집적이 핵심 과제로 거론되지만, 속도와 범위가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지적이 있다.
▲ 해양수도권을 제대로 육성하기 위해서는 해수부뿐 아니라 해양수산 분야 공공기관 이전도 조속히 추진될 필요가 있다. 해수부는 산하 해양수산 공공기관들을 최대한 빨리 부산으로 이전시킨다는 의지를 가지고 추진 중이다.
-- 지난달 27일 발표한 '남부 해양수도권 육성 방향'의 후속 계획은.
▲ 남부 해양수도권 육성 방향 발표를 시작으로 앵커 기업 관계자들과의 간담회 등 지속적인 소통을 통해 유망 기업 유치를 우선적으로 추진할 예정이다. 기업들이 빨리 부산으로 이전할수록 집적화 효과가 커진다. 이를 위해 기업들도 만나 부산 이전의 장점을 설명하는 등의 과정이 있을 것이다. 오는 12월 북극항로특별법 시행 이후 지방정부와 타 부처 연계 지원 방안을 고도화해 구체적인 '남부 해양수도권 육성 실행 계획'을 마련하려고 한다.
-- 호르무즈 해협에 고립된 우리 선박들 상황은 어떤가.
▲ 선원들의 안전이 가장 중요해 매일 체크하고 있고, 상황이 길어지면서 불안해하는 선원들을 대상으로 심리 상담도 하고 있다. 하선을 요구할 경우 언제든지 하선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선원들이 지금껏 버티는 데는 배를 지킨다는 마음도 있다. 영어로 '시맨십'(seamanship)이라고 하는데, 선원 정신이다. 이 점에 대해선 존경심이 들기도 한다.
-- 기후변화 여파로 대중적으로 소비되는 고등어와 오징어 가격도 크게 올랐다. 대책은 무엇인가.
▲ 국민이 즐기는 명태, 고등어, 오징어, 갈치 등은 정부 비축 물량 8천톤을 소비자 가격보다 30∼40% 낮은 수준으로 공급하고 있다. 특히 고등어는 할당 관세(올해 2.5만톤)를 도입해 수입 물량을 최대한 확보하고 있다. 온오프라인 할인 행사와 전통시장 환급 행사도 함께 추진하고 있다. 중장기적으로는 수산물 유통 구조 혁신을 차질 없이 추진해 신선한 수산물을 안정적 가격에 구입할 수 있게 하겠다.
-- K-씨푸드 수출이 확대되고 있다. 해외 유통 판로를 늘리기 위한 복안은.
▲ 작년 수산 식품 수출액은 33억3천만달러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고, 올해 4월 말 기준으로도 12억6천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9.3% 증가하는 등 안정적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정부는 수출 주력 품목인 김 외에도 굴, 전복, 넙치 등을 차세대 수출 유망 품목으로 육성하고 수출국도 다변화하고 있다.
-- 지난 5월 7일 국회를 통과한 '지속 가능한 연근해어업 발전법 제정안'의 기대 효과는.
▲ 어구, 어법, 금어기 등 잡는 방식 규제에서 벗어나 과학적 데이터를 기반으로 잡는 양을 관리하는 어업관리체계로, 시행되면 1천500여개에 이르는 기존 어업 규제 중 절반가량을 폐지, 조정할 수 있다. 또한, 어획 실적 데이터는 국가가 보증하는 공식 자료가 돼 해상풍력단지 조성으로 어장이 상실되거나, 감척 사업 참여 등으로 인한 어업 보상 산정 시 활용될 수 있다.
-- 부산시장 선거에서 '해양수도 완성'을 내건 전재수 후보가 당선됐다. 해수부와 부산시가 협력할 부분도 그만큼 많아질 것 같은데.
▲ 부산이 글로벌 해양수도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간 긴밀한 협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해양수산 공공기관과 해운기업 이전 등을 차질 없이 추진해 해양수산 정책과 산업 기능이 부산에 집적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부산시장 당선인도 부산으로 이전하는 공공기관과 기업들이 안정적으로 정착하고 경쟁력을 키워갈 수 있도록 시 차원의 적극적인 지원과 관심을 보내주길 기대한다.
이원희 보도본부/ 편집국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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