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러져간 전우들 기억해주길" 6·25 美참전용사의 간절한 기도

이원희 보도본부/ 편집국장 기자

등록 2026-06-07 08:18

새에덴교회, 미 워싱턴DC 한국전 참전용사 추모의 벽에서 헌화식


전사자 유족 "상실의 아픔 여전…값진 희생이 남긴 교훈 계승하길"


한국전 참전용사 글렌 A. 갈테리(97) 목사의 전사자 추모기도한국전 참전용사 글렌 A. 갈테리(97) 목사의 전사자 추모기도 [촬영 임미나]


(워싱턴=연합뉴스) 임미나 기자 = "지금 우리 곁에 없는 이들을 기억하고자 합니다. 그곳에 함께 있었지만 지금은 시신조차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없는, 우리가 잃은 친구, 전우들을 기억합시다."


6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한국전 참전용사 기념공원 및 한국전 전사자 추모의 벽에서 한국의 새에덴교회가 개최한 헌화식에 참석한 참전용사 글렌 A. 갈테리(97) 목사는 전사자들을 추모하는 기도를 이렇게 시작했다.


1950년 9∼12월 미 해병대 소속으로 인천상륙작전과 장진호 전투에서 최전방 소총수로 복무한 갈테리 목사는 "그 저수지(장진호 전투)에서 우리 군인들의 시신이 무더기로 쌓여 매장되던 모습을 기억한다"며 "이 자리에 남아있는 우리 모두가 그들을 절대 잊지 않게 해달라"고 거듭 기도했다.


이날 갈테리 목사가 선 연단의 뒤로는 76년 전 한국전 당시 참전용사들의 모습을 그대로 형상화한 동상이 6월의 뜨거운 햇볕을 받고 서 있었다.


새에덴교회의 '미 워싱턴DC 한국전 참전용사 기념공원 및 추모의 벽 헌화식' 새에덴교회의 '미 워싱턴DC 한국전 참전용사 기념공원 및 추모의 벽 헌화식' [촬영 임미나]


갈테리 목사에 이어 연단에 오른 한국전 참전 전몰장병 로버트 데일 림 소위의 조카 루 앤 셔크 씨는 "이곳(추모의 벽)에 새겨진 모든 이름 뒤에는 희망으로 가득했던 한 사람의 삶이 있었고, 그를 사랑하는 가족과 친구들이 있었으며, 그 희생으로 인해 영원히 바뀌어 버린 그들의 미래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 모든 상실의 아픔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며 "우리가 이 꽃을 바칠 때 이것이 기억의 상징이자 존경의 상징, 전사한 영웅들을 절대 잊지 않겠다는 약속, 그들이 남긴 헌신과 희생의 교훈이 이 나라의 삶 속에 영원히 지속될 것이라는 약속의 상징이 되게 해달라"고 당부했다.


미 해병대 소대장으로 한국전에 참전한 로버트 데일 림 소위(당시 26세)는 1950년 11월 6일 북한 진흥리 인근에서 적의 고지를 탈환하는 작전을 지휘하던 중 적의 수류탄이 날아와 대원들 사이에 떨어지자 지체 없이 몸을 던져 수류탄 파편을 막아내며 대원들의 생명을 구했다.


장렬히 전사한 림 소위에게는 1952년 2월 미국 최고의 무공훈장인 명예훈장(Medal of Honor)이 수여됐다.


새에덴교회의 '미 워싱턴 한국전 참전용사 기념공원 및 추모의 벽 헌화식' 새에덴교회의 '미 워싱턴 한국전 참전용사 기념공원 및 추모의 벽 헌화식' [새에덴교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새에덴교회 소강석 담임목사(왼쪽에서 세번째)와 미국의 한국전 참전용사들


그가 전사한 이후 76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새에덴교회 소강석 담임목사와 교인들은 한국에서 이역만리 떨어진 미국의 심장부를 찾아 전사자들의 이름이 새겨진 추모의 벽 앞에 꽃을 바치며 이들의 숭고한 희생을 기렸다.


앞서 새에덴교회는 소 목사와 교인들이 뜻을 모아 2007년부터 올해까지 20년째 한국과 미국 등 유엔 참전국을 오가며 국내외 6·25 참전용사 초청행사를 열어왔다.


전날인 5일 워싱턴DC 인근 버지니아주 레스턴에서 연 올해 행사에는 미국 현지의 참전용사와 가족, 전몰장병 유족 등 170여명이 초청받아 참석했다.


새에덴교회는 참전용사들이 어느덧 100세에 가까워지며 거동이 어려워진 사정을 고려해 이들을 직접 초청하는 행사는 올해로 마무리하지만, 이후에도 참전용사들의 희생과 헌신을 기리는 보훈 행사를 이어갈 계획이다.


이날 미국 참전용사들과 함께 워싱턴DC의 한국전 전사자 추모의 벽에서 연 헌화식은 앞으로도 한국에서 보훈 정신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약속한 행사다.


새에덴교회의 '미 워싱턴 한국전 참전용사 기념공원 및 추모의 벽 헌화식'새에덴교회의 '미 워싱턴 한국전 참전용사 기념공원 및 추모의 벽 헌화식' [새에덴교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한국전 전사자 추모의 벽은 6·25전쟁에서 전사한 미군과 카투사 4만3천808명의 이름을 각인한 조형물로, 2022년 워싱턴DC 시내에 있는 한국전 참전용사 기념공원 안에 건립됐다.


1m 높이의 화강암 패널로 이어 붙여진 비스듬한 벽에는 전사자들의 이름이 하나하나 각인돼 있다. 그 앞에는 또 하나의 벽이 똑바로 세워져 있는데, 벽 가운데에 '자유는 공짜가 아니다'(Freedom is not free)라는 글귀가 크게 새겨져 있다.


이 추모의 벽은 매일 수백명의 방문객을 맞이하고 있다.


한국 취재진이 찾은 지난 3일과 이날 모두 단체 티셔츠를 맞춰 입고 현장학습을 온 현지 초·중·고교생과 일반인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미국 워싱턴DC '한국전 전사자 추모의 벽' 둘러보는 현지 방문객들미국 워싱턴DC '한국전 전사자 추모의 벽' 둘러보는 현지 방문객들 [촬영 임미나]


이원희 보도본부/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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