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산~제주를 넘어 남해안 크루즈 관광벨트 구축해야”

경남 창원시 마산항과 제주를 연결하는 대형 크루즈 항로 개설 필요성이 지역사회에서 다시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이제는 단순히 마산과 제주를 잇는 항로 하나를 넘어, 남해안 전체를 연결하는 해양관광 시대를 준비해야 할 시점이다. 바다는 이미 열려 있다. 필요한 것은 그 바다를 미래 성장동력으로 바라보는 상상력과 정책적 결단이다.
지금까지 제주를 오가는 주요 해상노선은 대부분 목포, 완도, 고흥, 사천 등에 집중돼 왔다. 과거에는 부산과 제주를 연결하는 밤배 문화가 있었지만, 항로가 중단되면서 경남과 경북 남부권 주민들의 해상 접근성은 오히려 축소됐다. 특히 대구·창녕·함안·밀양·의령 등 낙동강권 주민들에게 마산항은 가장 현실적이고 접근성이 뛰어난 해양 관문이 될 수 있다.
사람은 길이 열리면 움직인다. 그리고 길은 단순한 이동수단을 넘어 지역의 문화와 경제를 바꾼다. 철도가 도시를 성장시켰듯 바닷길 또한 새로운 시대를 여는 동력이 된다. 마산~제주 크루즈 항로는 단순히 배 한 척을 띄우는 사업이 아니라 남부내륙과 남해안을 연결하는 해양 플랫폼 구축의 시작이 될 수 있다.
마산항은 이미 충분한 잠재력을 갖추고 있다. 오랜 역사를 간직한 마산어시장과 돝섬, 해양레저 자원, 남해안 관광벨트와 연계 가능한 지리적 조건은 체류형 관광도시로 성장할 가능성을 품고 있다. 제주를 연결하는 크루즈가 정기적으로 운항 된다면 마산은 단순한 경유지가 아니라 여행의 출발점이자 머무는 도시로 변모할 수 있다.
특히 대형 크루즈 운항은 교통 이상의 경제효과를 창출한다. 승선 전후 숙박 수요 증가, 전통시장 소비 확대, 음식점과 상권 활성화, 야간관광 확대, 항만 서비스 산업 성장 등 지역경제 전반에 파급효과를 가져온다. 관광은 결국 사람이 머무는 시간만큼 경제가 살아나는 산업이다.
현재 창원·마산권 관광은 여전히 당일형 소비 구조가 강하지만, 크루즈 관광은 이를 체류형 소비 구조로 전환 시킬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된다.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국민형 크루즈’라는 새로운 접근이다. 해외 초호화 크루즈처럼 일부 계층만을 위한 관광이 아니라 가족 단위와 중장년층, 청년층 누구나 부담 없이 이용할 수 있는 생활형 해양관광 모델이 필요하다. 숙박과 공연, 식음, 쇼핑, 문화체험이 결합 된 복합문화공간으로서의 크루즈는 새로운 관광 수요를 창출할 수 있다.
지역 주민들의 기대도 크다. “부산까지 가지 않고 마산에서 바로 제주를 갈 수 있다면 훨씬 편리하다”라는 목소리는 단순한 희망이 아니다. 실제 생활권 이동 동선과 관광 수요를 반영한 현실적 요구다. 여기에 대구와 경북 남부권까지 포함하면 잠재 이용객 규모 또한 결코 적지 않다.
그러나 더 큰 비전은 마산~제주 단일 항로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이제는 남해안을 하나의 관광 네트워크로 연결하는 크루즈 관광벨트 구축을 고민해야 한다. 마산을 출발해 통영과 거제, 여수, 완도, 목포를 거쳐 제주로 이어지는 순환형 크루즈 노선은 대한민국 해양관광의 새로운 성장모델이 될 수 있다.
남해안은 한려수도와 다도해, 수많은 섬과 항구, 풍부한 역사문화 자원을 보유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는 지역별 관광에 머무르며 하나의 관광상품으로 연결되지 못했다. 유럽의 지중해 크루즈가 여러 국가와 도시를 연결하며 세계적인 관광상품으로 성장했듯이, 대한민국 남해안 역시 항구와 섬, 문화와 역사를 연결하는 해양관광 벨트로 발전할 충분한 잠재력을 갖추고 있다.
마산항은 이러한 남해안 크루즈 네트워크의 동부권 거점이 될 수 있다. 대구·경북 남부권과 낙동강 유역 주민들이 가장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해양 관문으로서 역할을 수행하며, 내륙과 해양을 연결하는 중심축이 될 수 있다.
물론 과제도 있다. 항만시설 확충과 경제성 검토, 운영 주체 선정, 안정적인 수익구조 확보는 결코 가볍지 않은 문제다. 그러나 지역균형발전과 남해안 관광 활성화라는 국가적 과제를 고려한다면 단순한 수익성만으로 판단할 사안은 아니다. 철도와 공항, 고속도로가 국가 미래를 위해 투자되었듯 해양관광 인프라 역시 미래를 위한 투자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그동안 우리는 남해안 시대를 이야기하면서도 정작 바다를 활용하는 실질적 정책은 부족했다. 육지 중심의 사고에서 벗어나 바다를 새로운 성장축으로 바라보는 시선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마산에서 제주로 향하는 바닷길은 단지 하나의 항로 개설이 아니다. 그것은 남부내륙과 남해안을 잇고, 문화와 관광, 경제를 연결하는 새로운 흐름의 시작이다. 더 나아가 남해안의 항구들이 하나의 크루즈 네트워크로 연결될 때 비로소 남해안 시대는 구호가 아닌 현실이 될 것이다.
바다는 오래전부터 그 자리에 있었다. 이제는 우리가 그 가능성을 다시 바라보고, 새로운 길을 열어야 할 때다.

배성근
시인 · 수필가 · 소설가 · 평론가 · 칼럼니스트
시와늪 대표
이원희 보도본부/ 편집국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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