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GO "EU 유입 이스라엘산 농산물 20%는 점령지서 생산"
"불법 정착촌과의 무역, 인권 침해 행위에 자금 대는 꼴"
서안지구 오렌지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파리=연합뉴스) 송진원 특파원 = 요르단강 서안지구 내 이스라엘 점령지에서 생산된 과일 등이 이스라엘산으로 둔갑해 유럽으로 유입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폴리티코 유럽판이 10일(현지시간) 전했다.
미국에 본부를 둔 법률 옹호 단체인 글로벌 에코 소송센터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유럽연합(EU)으로 유입되는 이스라엘산 라벨 농산물의 약 5분의 1이 실제로는 점령지인 서안지구 정착촌이나 골란고원에서 생산된 것으로 나타났다.
정착촌에서 생산된 대추야자, 감귤류 등도 EU나 영국 법이 이스라엘 본토에서 재배된 식품에만 부여하는 관세 감면, 유기농 인증, 식물 검역 증명서의 혜택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글로벌 에코는 조사를 위해 2017년∼2026년에 작성된 3만건 이상의 수출 서류를 검토했으며, 이를 농지 관련 이스라엘 정부 데이터, 현장 조사, 이스라엘 수출업체 및 포장 공장 고위 관계자들과의 인터뷰 내용과 대조 분석했다.
일부 수출업자는 점령지 내 실제 생산지를 기재하면서도 원산지로 이스라엘을 명시하고, 일부는 이스라엘 내 가짜 주소를 생산지로 적어낸 것으로 나타났다. 포장 업체에서 점령지 산 농산물을 이스라엘산과 섞어 통으로 이스라엘산으로 표기하는 경우도 드러났다.
글로벌 에코는 이로 인해 유럽 소비자들이 이스라엘산 농산물의 원산지가 실제 어디인지 확인할 방법이 없다고 주장한다. 이 단체는 관세 당국과 소비자 보호 당국이 조처하도록 강제하기 위해 영국과 프랑스에서 소송을 제기하고 있다고 밝혔다.
요르단강 서안지구 [AFP=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1967년 3차 중동전쟁에서 승리한 이스라엘은 요르단강 서안과 동예루살렘 등을 점령한 뒤 이곳에 정착촌을 건설해 유대인들을 이주시켰다.
유엔 등 국제사회는 이스라엘이 제4차 제네바 협약 49조, 즉 '점령국은 점령지에 자국민을 이주·거주시켜서는 안 된다'는 국제법을 위반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기반해 EU는 이스라엘과는 자유롭게 무역을 할 수 있지만, 서안지구 등의 이스라엘 정착촌과는 무역할 수 없다는 입장을 유지해 왔다.
국제사법재판소(ICJ) 역시 2024년 권고적 의견을 통해 이스라엘 정착촌의 불법성을 재확인하면서 각국이 점령지 내 이스라엘의 정착 활동을 지원하거나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되는 무역 관계를 차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스라엘은 이러한 법적 해석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으며, 해당 지역을 점령지가 아닌 영유권이 확정되지 않은 '분쟁 지역'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글로벌 에코의 보고서는 EU가 서안지구에서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인권을 침해한 극단주의 이스라엘 정착촌 운동가와 단체들을 제재하기로 한 이후 공개됐다.
이 보고서를 공개한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의 EU 담당 책임자 클라우디오 프란카빌라는 "이스라엘의 불법 정착촌과 무역을 함으로써 EU는 자신들이 매일같이 규탄하는 행위들, 즉 인종청소와 아파르트헤이트를 비롯한 인권 침해 행위에 자금을 대고 있다"고 비판했다.
HRW를 비롯한 160개 이상의 비정부기구와 노동조합은 지난해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에게 "EU와 이스라엘의 불법 정착촌 간 모든 무역 및 사업을 금지하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EU는 가자지구에서 벌어지고 있는 인도적 위기의 책임을 물어 지난해 이스라엘에 제공하는 일부 무역 특혜를 중단하는 방안을 추진했으나, 회원국 간 이견으로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이에 EU 회원국 중 이스라엘에 가장 비판적인 스페인은 지난해 말부터 자체적으로 정착촌에서 생산된 제품의 수입을 금지했다.
이원희 보도본부/ 편집국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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