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 압박·안전 관리 부실…"불법의 백화점…여러 문제 집약"
붕괴한 철골 구조물 [연합뉴스 자료사진]
(광주=연합뉴스) 정다움 기자 = 노동자 4명이 숨진 광주대표도서관 붕괴 사고는 세계적인 수준의 기술력을 갖춘 국내에서 또다시 발생한 후진국형 인재(人災)라는 지적이 나온다.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은 접합부 용접 불량으로 지목됐지만, 그 이면에는 불법 재하도급과 무자격 인력 투입, 무리한 공기 단축 등 건설 현장의 고질적인 문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12일 연합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광주대표도서관 붕괴 사고 현장에서는 기본적인 시공·관리 원칙이 지켜지지 않은 정황이 행정안전부 국립재난안전연구원 조사를 통해 잇따라 확인됐다.
조사 결과 주요 공정 중 하나인 철골 공사는 불법 재하도급을 거쳐 이뤄졌고, 구조물 제작·설치 과정에서도 시공 원칙이 준수되지 않았다.
당초 길이 48m 규모 트러스(철제 뼈대)를 공장에서 완제품으로 제작한 뒤 현장에 설치할 계획이었지만, 24m짜리 구조물 2개를 현장으로 옮긴 뒤 용접해 나란히 연결하는 방식으로 변경됐다.
설계 변경에 따라 시공 조건도 뒤따라 바뀌었지만, 구조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한 시공사의 검토와 관리는 충분히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연구원은 판단했다.
특히 일부 공정은 다단계 하도급 구조로 운영됐는데, 이 과정에서 무등록 건설업체가 다른 업체 명의를 활용해 계약 없이 시공에 참여한 정황도 확인됐다.
연구원은 고난도의 공사 현장에서 여러 단계를 거쳐 도급이 이뤄지면서 시공 품질이 떨어졌고, 안전 관리 감독도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했다.
또 국가기술자격을 갖추지 않은 인력이 붕괴 원인으로 지목된 용접 작업에 참여한 정황도 드러났는데, 한 용접공은 조사 과정에서 "공사 관계자들이 용접을 빨리하라고 재촉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구조물을 부수지 않고 내부 결함 여부를 확인하는 비파괴 검사에서도 다수의 용접 결함이 확인됐지만 전수검사는 이뤄지지 않았다.
오히려 불합격 용접부를 보수한 뒤 정식 검사를 진행하는 방식의 사전검사가 이뤄진 정황도 확인돼 품질관리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사고 현장에 투입됐던 한 용접공은 조사 과정에서 "공사 기간에 쫓기지 않았다면 사고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부실시공의 배경에 공기 압박과 원가 절감을 우선시하는 건설 현장의 관행이 자리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무리한 공기 단축과 비용 절감을 위해 인력과 자재 투입이 최소화되면서 품질관리와 안전관리가 뒷전으로 밀렸고, 결국 구조물 붕괴를 불러왔다는 것이다.
최명기 한국건설품질기술사회 부회장은 "용접 불량은 붕괴의 직접적인 원인일 뿐 사고의 본질은 불법 재하도급과 무자격 인력 투입, 품질관리 부실이 중첩된 데 있다"며 "건설 현장의 불법 관행이 집약된 전형적인 인재로 기록될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세계적인 수준의 건설 기술과 장비를 갖추고도 기본 원칙이 지켜지지 않아 사고가 발생했다는 점에서 이를 바로 잡을 제도적인 대안도 필요하다"며 "이번 붕괴 사고는 '불법의 백화점'이라고 할 정도로 여러 문제가 한 현장에 집약돼 있다"고 지적했다.
이원희 보도본부/ 편집국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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