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이스트엔드 기타콩쿠르 1위·청중상 차지한 이동휘 인터뷰
8년 전 국소성 이긴장증 진단…"주위 응원에 연주법 바꾸고 무대 복귀"
연주하는 기타리스트 이동휘 (서울=연합뉴스) 이재희 기자 = 클래식 기타리스트 이동휘가 지난 11일 서울 동대문구의 한 카페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 도중 기타를 연주하고 있다. 2026.6.12 scape@yna.co.kr
(서울=연합뉴스) 권지현 기자 = "오른손 검지 손가락으로 기타 줄을 튕기는 순간 이렇게 손가락이 말려 들어가거든요. 콩쿠르에서 남들은 네 손가락으로 연주하는 트레몰로(반복되는 빠른 연주)를 단 두 손가락으로 연주해야 했어요."
근육 운동에 장애가 생기는 신경질환인 국소성 이긴장증(focal dystonia)을 앓는 클래식 기타리스트 이동휘(26)가 일본 기타 콩쿠르에서 우승을 차지해 감동을 주고 있다.
지난 11일 서울 동대문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이번 콩쿠르 우승은 단순한 수상이 아니라 8년이란 긴 암흑기와 상처를 극복하는 과정 그 자체였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동휘는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일본 도쿄에서 열린 이스트엔드 국제 기타 콩쿠르에서 1위와 청중상을 차지했다.
그는 한국예술종합학교에 재학 중이던 지난 2018년 오른손 검지에 국소성 이긴장증 진단을 받았다. 국소성 이긴장증은 특정 부분 근육이 뜻대로 움직이지 않고 지속적으로 수축해 뒤틀리는 질환이다. 원인은 불분명하지만 직업적으로 지속적인 작업과 관련되는데 타이피스트나 골퍼, 음악가 등에게 자주 나타난다.
국내뿐 아니라 유럽과 아시아 등의 콩쿠르를 휩쓸며 활발하게 활동하던 그에게는 청천벽력과 같은 소식이었다. 이동휘는 대전국제기타콩쿠르, 그레도스 산 디에고 국제 기타콩쿠르, 아시아 기타 페스티벌 콩쿠르 등에서 우승했다.
"어느 날 갑자기 자고 일어났는데 하루아침에 손이 안 움직이는 거예요. 당시 유학을 가기 위한 상금이 필요해서 무리하게 콩쿠르를 준비하던 때였고, 하루에 10시간씩 연주한 적도 있어서 그 때문이 아닐까 싶었죠."
증상이 시작된 지 2주 만에 '도레미파솔라시도'조차 연주할 수 없게 된 그에게 긴 공백과 암흑기가 찾아왔다. 스페인 콩쿠르에서 우승하면서 잡혔던 유럽 투어는 취소됐고 연주로 이어갔던 생계가 막막해져 아르바이트를 전전해야 했다.
"한 3년간은 폐인처럼 살았던 것 같아요. 미래 계획이 모두 무너졌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힘들었고, 고통을 혼자 감당해야 한다는 외로움에 아무도 모르는 곳으로 이사도 했죠."
인터뷰하는 기타리스트 이동휘 (서울=연합뉴스) 이재희 기자 = 클래식 기타리스트 이동휘가 지난 11일 서울 동대문구의 한 카페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6.6.12 scape@yna.co.kr
음악을 완전히 놓지 못한 그는 독학으로 작곡 공부 등을 틈틈이 이어갔다. 우연한 계기로 영화계에 연이 닿아 단편을 포함해 20편가량의 영화 음악을 만들었다. 그가 음악 제작에 참여한 영화 '증후군'은 칸영화제에 초청되기도 했다.
그러나 '무대에 서고 싶다'는 생각은 그를 떠나지 않았다. 이동휘는 "관객과 무대가 너무나 그리웠다"고 털어놨다. 가까운 사람들이 "네 연주는 여전히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는 특별한 힘이 있다"고 격려했고, 그는 독주회를 계획했다. 특히 같은 클래식 기타리스트로 스페인 타레가 콩쿠르 등에서 우승한 조대연이 많은 도움을 줬다.
"대연이 형이 유럽에서 저와 같은 병을 가진 연주자를 만나서 조언을 구했대요. 그때 병을 고칠 생각보다 증상을 받아들이고 연주법을 바꾸라는 이야기를 전해줬죠."
아예 검지 손가락을 빼고 기타를 연주하는 방법으로 바꾼 그는 2024년 부산에서 복귀 연주회를 연 데 이어 지난해 서울에서도 연주회를 개최했다. 용기를 낸 그는 조대연이 연주자로 초청된 일본 이스트엔드 콩쿠르에 참가 신청을 했다.
이동휘는 "수상은 바라지도 않았고, 콩쿠르를 무리하게 준비하다가 병을 얻었기에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게 목적이었다"고 회상했다.
그러나 그는 막상 무대에 오르니 과거 힘들었던 시간과 아픈 기억이 떠올랐다고 한다. 오랜만의 대회에 땀이 비 오듯 쏟아졌지만 '도망치지 말자'는 다짐을 했다. 결선에서 긴장을 덜기 위해 눈을 감고 폰세의 기타 모음곡을 연주했고, 그의 이름은 우승자로 호명됐다.
이동휘는 "콩쿠르 우승은 주변의 응원 덕분이었다"며 "예전과 같은 방식으로는 연주할 수 없어도 지금의 저만이 할 수 있는 음악이 있을 수 있다는 믿음을 갖게 됐다"고 돌아봤다.
일본 이스트엔드 콩쿠르에서 우승한 기타리스트 이동휘 [독자 제공]
그는 다음 행보는 8월 부산, 9월 서울에서 열리는 독주회다. 독주회에서도 멕시코 출신 작곡가 폰세의 모음곡을 포함해 라틴아메리카 기타 음악을 선보인다.
라틴아메리카 기타 음악에는 여러 음을 한 번에 연주하는 화성이 많이 쓰이는데, 화성을 연주할 때는 검지손가락의 움직임이 비교적 덜 정교하기 때문에 남미 음악은 그를 더 자유롭게 해주기도 한다.
그는 "남미 음악에서 돋보이는 화성과 선율 그 자체의 아름다움에서 서정성을 느끼실 수 있을 것"이라고 예고했다.
이동휘는 같은 병으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이들에게 응원의 말도 전했다.
"몸이 좋아질 것이라는 믿음과 다시 나빠지는 고통이 반복돼 지쳐 무너지는 순간이 오더라도, 진심으로 사랑하는 것이 있다면 다시 일어설 수 있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제가 음악으로 일어섰듯이 사랑하는 것을 찾아 반드시 다시 일어서기를 바랍니다."
최용대 발행인/ 주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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