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은 권력이 아니라 사실이 증명한다

가짜뉴스는 현대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가장 위험한 사회적 병리 현상 가운데 하나다. 거짓 정보는 개인의 명예를 훼손하고, 사회적 갈등을 증폭시키며, 국민의 판단을 흐리게 만든다. 디지털 플랫폼과 인공지능 기술의 발달로 허위정보는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으며, 그 피해 또한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이러한 현실에서 정부가 가짜뉴스의 심각성을 경고하고 대응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밝히는 것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언론 역시 허위정보의 위험성을 알리고 사회적 경각심을 높이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그러나 여기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질문이 있다.
가짜뉴스를 비판하는 언론은 과연 스스로 얼마나 객관적이며 균형적인가.
최근 보도된 한 기사는 5·18 민주화운동 왜곡 발언과 선거 관련 허위정보를 사례로 들며 대통령의 '가짜뉴스 척결' 기조를 집중적으로 소개했다. 기사 후반에는 언론학자들의 인터뷰를 통해 언론과 플랫폼의 책임을 강조했다. 언뜻 보면 충실한 기획기사처럼 보이지만, 전체적인 구성을 살펴보면 적지 않은 아쉬움이 남는다.
무엇보다 기사의 상당 부분이 대통령의 발언을 반복적으로 인용하는 데 집중되어 있다. 국무회의 발언, 기자회견 발언, 취임 100일 발언, 이전 회의 발언까지 여러 차례의 메시지를 나열하면서 정부의 입장을 상세히 전달한다. 그러나 정부 정책에 대한 비판적 시각이나 법률적 검토, 표현의 자유를 우려하는 전문가의 의견은 거의 소개되지 않는다.
언론의 역할은 정부의 정책을 확대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그 정책이 헌법과 민주주의 원칙에 부합하는지를 함께 검증하는 데 있다. 권력이 아무리 선한 목적을 내세운다 해도 언론은 언제나 한 걸음 떨어져 질문을 던질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언론의 독립성이며 존재 이유다.
또 하나의 문제는 '가짜뉴스'라는 용어의 사용이다. 기사에서는 허위조작정보와 오보, 정치적 주장, 혐오 표현, 조롱 등을 하나의 범주로 묶어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은 법적 성격과 사회적 의미가 서로 다르다.
고의적으로 조작한 허위정보는 사회적 제재의 대상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취재 과정에서 발생한 오보는 언론윤리의 문제이며, 정치적 의견은 헌법이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의 영역이다. 이처럼 서로 다른 개념을 모두 '가짜뉴스'라는 이름 아래 포괄해 버리면, 결국 비판받아야 할 허위정보와 보호받아야 할 표현의 자유가 같은 잣대로 평가되는 위험이 생긴다.
더욱 우려되는 점은 기사에서 사용한 언어의 선택이다. "응징", "척결", "엄정 대응"과 같은 강한 표현은 국민의 감정에 호소하는 효과는 있을지 몰라도, 언론이 지켜야 할 냉정한 거리감을 약화시킬 수 있다. 언론은 권력의 언어를 그대로 반복하는 기관이 아니라, 그 언어가 적절한지 분석하고 검증하는 기관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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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뉴스를 둘러싼 논의는 언제나 표현의 자유와 충돌한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표현의 자유는 불편한 의견까지도 보호하는 권리다. 물론 허위사실 유포는 법적 책임을 질 수 있다. 하지만 어디까지를 허위정보로 볼 것인지, 누가 그것을 판단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매우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이러한 논의를 생략한 채 규제의 필요성만 강조한다면 독자는 중요한 판단의 기준을 잃게 된다.
기사에서 인터뷰한 전문가들은 공통적으로 언론의 신뢰 회복을 강조했다. 그러나 신뢰는 선언으로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언론이 정치적 이해관계와 거리를 유지하고, 사실 확인을 철저히 하며, 서로 다른 의견을 균형 있게 소개할 때 비로소 독자는 언론을 믿는다.
오늘날 우리 사회는 진영 논리가 극심하다. 같은 사건을 두고도 어느 언론을 보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현실을 접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언론이 특정 정치세력의 입장을 반복적으로 전달하는 모습은 스스로 신뢰를 약화시키는 결과를 가져온다. 언론이 진영의 대변인이 되는 순간, 독자는 언론을 사실의 전달자가 아니라 정치적 이해관계의 일부로 인식하게 된다.
언론은 가짜뉴스와 싸워야 한다. 그러나 그 싸움은 특정 진영과의 싸움이 아니라 거짓과의 싸움이어야 한다. 어느 정부 아래서도, 어느 정당을 향해서도 동일한 기준을 적용할 수 있을 때 언론은 비로소 공정성을 인정받는다.
민주주의는 권력이 진실을 결정하는 사회가 아니다. 또한 다수의 목소리가 언제나 진실인 것도 아니다. 진실은 사실과 증거, 그리고 자유로운 검증을 통해 드러난다. 그 과정에서 언론은 어느 편에도 서지 않는 공정한 심판이어야 한다.
가짜뉴스를 없애는 가장 강력한 방법은 더 많은 규제가 아니라 더 많은 신뢰를 만드는 것이다. 신뢰는 권력의 보호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언론 스스로의 절제와 균형, 치열한 사실 확인에서 비롯된다.
가짜뉴스를 말하는 언론이라면 먼저 스스로의 편향부터 돌아보아야 한다. 거울을 보지 않는 언론은 사회를 비출 자격도 잃게 된다. 진실은 권력이 만들어 주는 것이 아니라, 끝없는 검증과 균형 있는 보도를 통해 스스로 증명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시와 늪 대표 배성근(시인, 수필, 소설, 평론(비평). 칼럼리스트)
이원희 보도본부/ 편집국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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