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다운 사람, 사람 냄새 나는 사람이 진정한 문인이다

문학은 인간을 떠나 존재할 수 없다. 언어를 재료로 삼지만, 그 언어에 생명을 불어넣는 것은 결국 사람이다. 한 편의 시가 독자의 마음을 흔들고, 한 권의 소설이 시대를 넘어 오래 살아남는 이유도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와 따뜻한 시선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문인의 첫 번째 자격은 뛰어난 문장력이 아니라 사람다움에 있다.
오늘날 문학은 다양한 매체와 플랫폼을 통해 새로운 환경을 맞이하고 있다. 작품을 발표할 기회는 넓어졌고 문인의 활동 영역도 크게 확장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 속에서도 문학의 본질만큼은 흔들려서는 안 된다. 작품보다 이름이 앞서고, 문학보다 관계가 우선되며, 성찰보다 경쟁이 앞서는 풍토는 문학이 지녀야 할 정신을 약화시키기 쉽다. 문학이 인간을 향한 예술이라는 사실을 잊는 순간, 문인은 창작자가 아니라 소비되는 이미지로 남을 위험에 처하게 된다.
문인은 언어를 다루는 사람이기 이전에 삶을 살아가는 사람이다. 그의 말과 행동, 타인을 대하는 태도는 작품과 결코 분리될 수 없다. 작품은 삶의 흔적이며, 문장은 작가의 세계관과 인격을 비추는 거울이기 때문이다. 독자는 글의 아름다움만이 아니라 그 글을 쓴 사람의 진정성과 삶의 깊이에도 마음을 연다. 그래서 사람 냄새가 스며 있는 작품은 시대가 변해도 쉽게 낡지 않는다.
사람 냄새 나는 문인이란 특별한 영웅을 의미하지 않는다.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하고 배움을 멈추지 않는 사람, 타인의 성취를 시기하기보다 함께 기뻐할 줄 아는 사람이다. 후배를 따뜻하게 이끌고, 선배를 존중하며, 문학을 자신의 명예를 위한 수단이 아니라 함께 가꾸어 가야 할 공공의 문화로 이해하는 사람이다. 이러한 품성은 작품 밖의 덕목이 아니라 작품의 깊이를 결정하는 중요한 토양이 된다.
문학은 사람을 위로하고 시대를 성찰하며 공동체를 더욱 인간답게 만드는 예술이다. 따라서 문인의 품격은 화려한 수상 경력이나 직함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오히려 평범한 일상 속에서 사람을 존중하고, 삶의 고통과 기쁨을 함께 바라보며, 진실한 마음으로 세상을 기록하려는 태도에서 비롯된다. 이러한 인품이 축적될 때 문학은 독자의 마음속에 오래 머무는 생명력을 얻게 된다.
물론 좋은 작품이 반드시 좋은 사람에게서만 나온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예술과 인격은 언제나 완전히 일치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인간에 대한 신뢰와 연민이 결핍된 문학은 깊은 울림을 지속하기 어렵다. 문학의 출발점과 종착점은 언제나 사람이며, 인간에 대한 이해가 사라진 언어는 결국 공허한 수사에 머물 가능성이 크다.
오늘의 문단은 어느 때보다 뛰어난 재능을 필요로 한다. 그러나 그보다 더 절실한 것은 사람다운 문인이다. 자신의 이름보다 문학의 가치를 먼저 생각하고, 경쟁보다 공존을 선택하며, 명예보다 진실을 소중히 여기는 문인 말이다. 문학은 혼자 이루는 성취가 아니라 서로의 삶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과정 속에서 더욱 깊어진다.
문학은 사람을 닮는다. 사람의 체온이 스며든 언어만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 결국 사람다운 삶을 살아가는 문인이야말로 문학을 가장 아름답게 완성하는 존재이며, 그러한 문인이 많아질수록 우리 문학은 더욱 깊어지고 문단 또한 건강한 공동체로 성장할 것이다. 문학의 미래는 새로운 기법보다 사람을 향한 따뜻한 시선에서 시작된다.

시와늪 대표 배성근(시인.수필.소설.평론(비평). 칼럼리스트)
이원희 보도본부/ 편집국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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