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으로 몰아가지 말라"·"케이블타이 영상 삭제하라" 지시
중간 수사 결과 발표…장윤기 아버지와 '근무 인연' 팀원도 입건
'장윤기 사건' 중간 수사 결과 브리핑하는 경찰 (전남광주=연합뉴스) 정다움 기자 = 15일 광주경찰청 기자실에서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특별수사단이 장윤기 사건을 둘러싸고 불거진 증거인멸·유착 등 의혹에 대한 중간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2026.7.15 daum@yna.co.kr
(전남광주=연합뉴스) 정회성 정다움 기자 = '여고생 살해범' 장윤기(23)에게 단순 살인죄를 적용한 경찰 수사의 주요 과정마다 담당 수사팀장의 '묵살' 지시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장윤기 사건 진상규명' 특별수사단은 15일 브리핑을 하고 중간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특별수사단은 장윤기 사건 1차 지휘를 담당한 광주 광산경찰서 형사과 소속 박모 경감(강력팀장)이 "성적으로 몰아가지 말라"고 팀원들에게 지시해 조사 범위를 제한했던 것으로 파악했다.
성적인 범행 목적을 검토해야 한다는 과학수사 분야 면담 보고서를 받고도 수사 기록에서 누락한 것으로 밝혀졌다.
장윤기가 피해 여학생을 제압할 때 차 뒷문이 열려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한 보고서 또한 '불분명하다'라는 내용으로 재작성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여학생 살해 전 장윤기가 아르바이트 동료에게 저지른 스토킹 범죄 수사보고서에서도 특정 내용을 빼도록 했으며, 다른 분석 보고서를 첨부할 때도 '성적 목적'은 배제하도록 지시했다고 특별수사단은 전했다.
현직 경찰관인 장윤기 아버지가 케이블타이, 리얼돌 등 주요 증거를 인멸하게 된 배경에도 박 경감의 지시가 있었다.
케이블타이 등 실물 확보 없이 차량과 자취방 등을 사건 하루 또는 사흘 만에 가족에게 인계하도록 했다.
'장윤기 사건' 증거인멸 혐의로 구속된 강력팀장 [연합뉴스 자료사진]
이른바 '봐주기 수사' 의혹에 따른 파문이 연일 확산하던 지난 2일에는 수사보고서 등 누락된 자료를 검찰에 추가로 송치하라는 상부 지시도 박 경감은 따르지 않았다.
오히려 같은 날 케이블타이를 촬영한 현장 감식 영상을 삭제하라는 명령까지 팀원에게 내렸다.
특별수사단은 장윤기가 단순 살인 혐의로 검찰에 송치되도록 깊이 관여한 박 경감에 대해 증거인멸, 직무유기,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를 적용해 이날 검찰에 넘겼다.
박 경감은 "케이블타이, 리얼돌 등 증거가 살인의 주요 증거는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주장하면서도, 스토킹과 살인 행위를 연결하지 않은 배경에는 "윗선의 지시가 있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별수사단은 당시 광산경찰서장, 형사과장 등 박 경감의 직속상관들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입건했다.
또 박 경감이 지휘한 강력팀에 소속된 A 경사를 공무상비밀누설 혐의로 입건해 수사 중이다.
A 경사는 장윤기 아버지에게 압수수색·구속 계획 등 수사 정보를 알려준 혐의를 받고 있다.
두 사람은 과거 함께 근무했던 전력이 확인됐다.
오동욱 특별수사단장(경무관)은 "사건의 진실을 밝혀야 할 수사 담당자가 도리어 범행의 증거물을 은닉함으로써 유가족에게 씻기 힘든 상처를 드렸다"며 고개 숙여 사과했다.
장윤기 차에서 발견됐으나 경찰이 증거로 확보하지 않은 케이블타이 [연합뉴스 자료사진]
특별수사단은 장윤기 사건의 부실 수사 과정에서 상부의 지시 또는 외부의 청탁이 있었는지를 계속 수사할 방침이다.
또 장윤기가 여고생 살해 직전 저질렀던 여러 성범죄 혐의를 여성청소년과에서 살인 행위와 분리해 수사한 경위도 확인할 계획이다.
이원희 보도본부/ 편집국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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