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비 80만원 들여 사설업체 포렌식 휴대전화서 스토킹 증거 확인
살인죄 확정 후 징역 1년 2개월 추가…경찰, 아이폰 잠금 해제 못해
스토킹 범죄 [연합뉴스TV 제공]
(부산=연합뉴스) 차근호 기자 = "딸의 휴대전화에 증거가 다 들어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결국 저희가 사비 80만 원을 들여 직접 포렌식해 열었습니다."
19일 오후 부산지법에서 열린 이른바 '부산 교제살인' 가해자 A씨의 스토킹처벌법 위반 사건 선고가 끝난 뒤 만난 피해자 어머니는 딸을 떠나보낸 뒤 이어진 고통스러운 시간을 털어놓았다.
이날 부산지법은 A씨의 스토킹처벌법 위반 및 폭행 혐의에 대해 징역 1년 2개월을 선고했다.
앞서 A씨는 2024년 9월 3일 부산 연제구 한 오피스텔에서 재결합을 거부하는 20대 전 연인을 흉기로 살해한 혐의로 기소돼 지난해 대법원에서 징역 30년이 확정됐다.
이날 재판은 A씨가 피해자를 살해하기 전 반복적으로 연락하고 접근했던 스토킹 혐의가 뒤늦게 드러나 별도로 기소된 건이다.
피해자 어머니가 가해자의 스토킹 정황을 구체적으로 확인한 것은 경찰로부터 딸의 휴대전화를 돌려받은 뒤였다.
피해자 어머니는 "딸 휴대전화에 결정적 증거가 있을 텐데 경찰은 이를 열어보지 않은 채 돌려줬다"며 "가해자와 주고받은 내역을 확인하기 위해 서울의 한 사설 포렌식 업체에 약 80만 원을 주고 직접 잠금을 풀었다"고 밝혔다.
휴대전화에는 피해자가 명백히 거절 의사를 밝혔음에도 A씨가 끊임없이 전화와 메시지를 보내고 집착하며 접근을 시도한 정황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어머니는 딸이 숨지기 전 교제 폭력으로 경찰에 신고한 이력도 있었고 긴급 주거 지원까지 받았음에도, 경찰 초기 수사 단계에서 스토킹 정황을 밝혀내지 못한 점에 깊은 유감을 표했다.
어머니는 "스토킹 혐의에 대한 본격적인 수사는 살인 사건 1심 재판 도중 부산경찰청 국정감사에서 부실 대응 문제가 지적된 뒤에야 비로소 시작됐다"고 토로했다.
당시 수사팀은 아이폰의 보안 잠금을 기술적으로 해제하지 못해 유족에게 기기를 반환했다는 입장이다.
부산경찰청 마크 [연합뉴스 자료사진]
어머니는 이날 나온 1심 판결에 대해서도 아쉬움을 드러냈다.
검찰 구형량인 징역 3년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형량이 선고됐기 때문이다.
어머니는 "검찰 구형만큼이라도 선고되길 바랐는데 1년 2개월에 그쳐 가슴이 무너진다"며 "스토킹 범죄에 대한 사법부의 처벌 수위가 여전히 안일하고 가볍다"고 호소했다.
재판을 함께 방청한 반성폭력 활동가 '연대자 D'(활동명)는 "스토킹 범죄가 살인죄와 함께 병합 재판을 받지 못하면서, 이미 확정된 살인죄와 형평성을 고려하는 형법상 '후단 경합범' 감경 규정이 적용됐다"며 "결국 피해자와 유족은 하나의 사건을 두고 기나긴 수사와 재판 과정을 반복해 견뎌야 하는 이중고를 겪게 된 셈"이라고 지적했다.
유족의 법적 싸움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어머니는 검찰에 항소를 요청하는 한편, 가해자 A씨를 상대로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할 방침이다.
그는 "살인 재판에 이어 스토킹 재판까지 이어지면서 하루하루가 지옥 같았고 가해자를 마주할 때마다 피가 거꾸로 솟는 것 같았다"면서도 "딸의 억울함을 풀기 위해 앞으로 남은 법적 절차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밟아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