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 공유 신뢰 깨진 한미 동맹, ‘혈맹의 위기’ 극복할 출구 찾아야

한미 간 정보협력 갈등을 둘러싼 암운이 갈수록 짙어지고 있다. 미국 정부가 양국이 수십 년간 이어온 동맹 기준의 준수를 공개적으로 강조하고 나선 것은 현 상황의 심각성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이번 사태는 지난 3월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국회에서 평북 구성시 북핵 시설 관련 발언을 하면서 촉발되었다. 단순한 말실수를 넘어 한미 정보 교류 파열 사태로 번진 이번 사건은, 결국 양국 동맹의 정체성 문제까지 위협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미국 측이 우리 정부의 정보관리 방식에 강력한 불만을 드러내면서 그 파장은 일파만파로 커지고 있다. 이종석 국가정보원장의 방미는 끝내 불발되었고, 우리 국정원이 사이버위협대응 협의체에서 제외되는 초유의 일까지 벌어졌다. 미 백악관과 행정부 당국자들이 "한국이 수십 년간 이어져 온 양국 동맹 기준을 준수하길 기대한다"며 특히 정보 및 방첩 관련 사안을 직접적으로 지목한 것은 사실상 우리 정부를 향한 경고다. 정 장관이 미 정보자산을 통해 파악된 북핵 정보를 대수롭지 않게 유출하고, 이후 정부가 후속 조치에마저 미온적으로 임한 것에 대한 우회적 불만 표시인 셈이다.
한미 군사비밀정보보호협정 등에 따라 정보 공유 시 '보안 유지'는 동맹의 가장 기초적인 의무이자 기본 원칙이다. 신뢰가 생명인 정보 협력에서 우리 측이 이 원칙을 깨뜨렸다는 것이 미국의 냉정한 인식이다. 정보 동맹의 균열은 곧 안보 공백으로 직결된다. 동맹 간 신뢰에 명백한 '적신호'가 켜진 지금, 정부는 사태의 엄중함을 깨닫고 무너진 신뢰를 회복하며 '혈맹의 위기'를 극복할 출구를 찾는 데 모든 외교·안보 역량을 집중해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