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커스와 전자음악이 빚어낸 몽환적 의식…'엔:트런스'

최용대 발행인/ 주필 기자

등록 2026-10-24 14:11

서커스 창작단체 코드세시·육사크사나 신작 U+스테이지서 개막


경계를 허문 관객과 무대, 낯설고도 강렬한 몰입의 시간


'엔:트런스'(EN: TRANCE)'엔:트런스'(EN: TRANCE) [박혜정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조윤희 기자 = 지상과 공중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전자음악의 강렬한 비트가 전율을 선사하자, 관객들은 어느새 하나의 거대한 굿판 한가운데 서 있었다. 서커스 기예와 전통 타악, 라이브 디제잉이 한데 엉켜 완성된 무대는 관객을 단숨에 미지의 몰입 속으로 밀어 넣었다.


독창적인 연출과 미학을 결합해 서커스를 동시대 공연예술의 새로운 형식으로 확장해온 서커스 창작단체 '코드세시'와 한국 무속음악에서 출발하여 테크노와 결합한 독자적인 사운드를 만들어내는 전자음악 밴드 '육사크사나'(64ksana)의 신작 '엔:트런스'(EN: TRANCE)가 지난 23일 서울 강서구 LG아트센터 서울 U+스테이지에서 막을 올렸다.


다양한 분야의 창작자들과 함께 흥미로운 예술적 시도를 선보여온 LG아트센터의 협업 프로그램 '크리에이터스 박스'의 다섯 번째 무대다.


오는 25일까지 이어지는 이번 공연은 서커스와 라이브 디제잉, 전통 타악이 어우러져 관객을 새로운 몰입의 세계로 이끄는 여운의 무대였다.


공연장에 들어서면 홀 중앙의 직사각형 무대를 중심으로 관객들이 지정석 없이 자유롭게 서서 관람하는 독특한 형식이 눈에 띄었다.


'엔:트런스'(EN: TRANCE)'엔:트런스'(EN: TRANCE) [박혜정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천장에서 늘어진 하얀 천과 자욱한 스모그가 묘한 긴장감을 조성하는 가운데, 공연 시작 전부터 신기한 듯 주변을 둘러보던 관객들은 DJ의 리듬과 함께 북, 장구, 꽹과리 등 전통 악기의 울림이 겹쳐지자 순식간에 그 분위기에 깊이 몰입하게 됐다.


'엔:트랜스'는 단순히 고난도 서커스 기예를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고, 마치 하나의 굿판을 연상시키는 유기적인 서사로 채워졌다. 몸에 밧줄이 묶인 채 끌려다니는 퍼포머와 그 뒤를 따르는 관객들의 모습은 관람객을 단순한 구경꾼이 아닌 의식의 참여자로 만들었다.


금속 기둥 위에서 힘과 유연성으로 팽팽한 회전 궤적을 그려내는 '폴댄스'를 시작으로 관객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기예가 이어졌다. 특히 수직의 금속 기둥을 오르내리며 아찔한 낙하와 정지를 반복하는 '차이니즈 폴'(Chinese Pole) 기예 중, 퍼포머가 마치 경기를 일으키듯 종을 흔들고 바닥으로 아슬아슬하게 떨어질 때면 객석 곳곳에서 깜짝 놀란 듯 탄성이 터져 나왔다.


공중에 매달려 마치 굿판의 희생양처럼 몸으로 아슬아슬한 궤적을 그리는 '에어리얼'(Aerial) 연출 역시 시각적 긴장감을 극대화했다.


이어 동력 없이 오직 체중 이동과 원심력만으로 원형 링을 구르며 신체의 균형을 나열하는 '씨어휠'(Cyr Wheel)에서는 관객들의 환호성이 극에 달했다.


'엔:트런스'(EN: TRANCE)'엔:트런스'(EN: TRANCE) [박혜정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퍼포머들의 아찔하고도 날카로운 움직임 위로는 테크노 비트와 결합한 신개념 굿음악이 얹어졌다. 전통 굿판의 무속적 에너지와 현대 전자음악의 강렬한 사운드가 겹쳐지며 현장의 몰입감은 한층 더 깊어졌다.


공연이 후반부로 치닫자 마치 한풀이하듯 퍼포머들은 무대 위를 자유롭게 뛰어놀고, 객석과 무대의 경계가 모호해진 공간 속에서 관객들 역시 함께 호흡하며 열기에 동참했다.


공연이 끝난 후에도 여운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모든 퍼포머가 퇴장한 이후에도 루프처럼 반복되는 디제잉 노래에 맞춰 몇몇 관객들이 자리를 떠나지 않고 남아 리듬에 맞춰 뛰어노는 모습이 연출되기도 했다.


'엔:트런스'는 관객과 무대의 경계를 지우고 날것의 감각과 해방감을 일깨워준 예술적 순간을 선사했다.


최용대 발행인/ 주필

최용대 발행인/ 주필

기자

한국매일뉴스
등록번호인천 아 01909
등록일자2025-07-05
오픈일자2025-07-05
발행일자2026-10-24
발행인최용대
편집인이원희
연락처010)8834-9811
FAX031)781-4315
이메일hangukmaeilnews@naver.com
주소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야탑동 274-3.일심빌딩 302호 031-781-9811.
한국매일뉴스

한국매일뉴스 © 한국매일뉴스 All rights reserved.

한국매일뉴스의 모든 콘텐츠(기사 등)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R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