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사하라에 지다 파리 -디카르 경주의 추억/마의 계곡, 마의 크레바스 지옥의 랠리 여섯째 날

이원희 보도본부/ 편집국장 기자

등록 2025-10-30 14:10

죽어가는 산의 마지막 바위 뼈- 최종림 작가-


인샬라In-Salar-타마라셋Tamanrasset. 819km. 총 주파3,836km.



아침5시기상.

어둡고 차가운 모래바람. 아직 한 번도 양치질, 세수를 못 해봤다. 

모두가 모래 먼지와 기름때로 한 겹 뒤집어쓰고 입과 눈만 제빛으로 살아 추

위에 젖어있는 모습들은 영락없는 걸뱅이다. 최소한의 인간다운 모습 조차 찾아볼 수가 없다.

비박 장소에는 어제 아침 엘 골리아를 출발했던 차들이 먼지를 일으키며 지금까지 도착하고 있다.


'젠장! 이 새벽부터 먼지를 마시는군."

우리도 어젯밤 자정 후 35분에 도착 신고를 했다.

이 경주에 참가한 모든 차는 의무적으로 도착 신고를 해야 한다. 도착 신고도 없고 차가 코스에 없는 것이 확인되면 조난으로 간주한다. 수백 명이 참가하는 이 경주에는 각종 사고나 코스 경계로 20여 대의 비행기가 동원되나 조난된 차를 찾아 나서기보단 사고 부상자를 태워 나르는 것이 우선이기에 코스를 벗어난 조난 차 수색 비행기는 절대 부족한 실정이다. 많은 스폰서들이 자기 팀을 보호하기 위해 자가용 비행기나 전세 경비행기를 이용한다.

어제의 비박 장소까지 34대의 차량이 각종 사고로 낙오되었고, 중상 9명은 S.O.S 항공편으로 유럽에 후송되었다. 그리고 오늘 아침 6시 현재 50 대의 차가 도착하지 않은 상태다. 자정 넘어 도착한 차 중 우리처럼 비행기 보조 팀이나 정비사가 없는 가난한 팀들은 손수 정비를 하고, 노선책을 보며 밤을 새우고 다음 코스를 떠나야 한다. 더욱이 오늘 코스는 819 km의 돌 계곡과 사막 언덕 공략의 험난한 코스다. 나는 떨리는 아침 추위에 커피를 마시며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지난날 힘들었던 유학 시절을 지탱해 준 인고의 시간들이 커피 향에 녹아 들었다. 그렇듯 저 덩치 큰 부자들도 견디는데 몸으로 버티는 것쯤이야 못 견디랴. 그중에 넌 엄청난 돈을 들여 처음으로 선진국 부자 놀음에 끼어들지 않았는가...

외로운 주자, 사하라에선 외로움조차 엄청난 두려움이다.

잡념도 가끔은 향신료 같아서 

스쳐 가는 이런 생각이 

심신에 활기를 주는 듯하다. 

허리춤을 들썩 올리며 엇-싸 

배에 힘주어 차에 올랐다.


나 보란 듯 제롬도 목을 빼흔들며 

하늘을 향해 포효하더니 

기세등등 차 안으로 들어왔다.


오전 8시 43분 출발 

30초 간격을 두고 떠나는 

주자들의 차 먼지가 

화산에서 용트림하는 연기처럼 

줄줄이 하늘로 오르고 있다.


해내리라. 오늘 코스에서 가장 많은 차가 부서지고 해체되는 날이다. 

웬만큼 쥔 나사도 다 풀어지는 819km, 마의 코스다.

시속 170km. 작은 구덩이와 흙무덤을 지날 때는 차가 1m나 높이 튀어 4~5m씩 공중으로 난다.

49.70km 지점. 라디에에서 차가 거꾸로 넘어질 뻔했다. 방향 10°의 거의 북쪽에서 다시 방향 60°로 수정하고 15분을 달리니 전방에 서서히 돌산 줄기가 나타나기 시작한다. 두 개의 낮은 산등성이를 넘고 산 사이의 와디를 건너려고 했으나 차가 오를 만한곳이 없다.

방향 130°쪽으로 향하여 출구를 찾아 계속 와디를 내려갔다. 제2 속도계 가동. 와디의 가시나무 잎을 뜯고 있던 야생 낙타가 둔하게 도망질한다.

102.68km.또 하나의 산등성이를 올라탔다. 그러나 다람쥐 쳇바퀴돌 듯 헤매도 내려갈 곳이 없다. 오늘은 계속 지형 공격에서 적지를 못 만나고있다.

"야, 제롬. 이쪽 경사를 돌면서 차가 만약 넘어지려고 하면 왼쪽으로 틀어 원심력을 받으면 될 것같은데..."

30분을 헤매고 난 후 제롬은 내 말을 따랐다. 나는 차의 뒷면에 되도록 많은 무게를 주기 위해 차뒤에 매달렸다. 차가 48°의 급경사에서 내리꽂히는가 했더니, 좌회전하면서 원심력을 받아 왼쪽 언덕을 돌았다. 이 순간 나는 차가 틀리는 쪽 언덕바지로 날아가 버렸다. 다행히 언덕 경사에 떨어졌다. 쇠똥구리가 굴리는 소똥처럼 몇 번 뒹굴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제롬은 차를 멈추지 않고 그냥 내려가고 있다.

"엇... 퉤퉤!"

화가 절로 치밀었다. 주먹보다 큰 돌을 차 쪽으로 집어던지며 나는 툴툴거렸다.

"이건 자동차 경주가 아니야, 굵은 산적들이 노루 잡으러 온 거지.. 에 잇!"


198km. 방향 180°

지금까지 달려온 일이

한 편의 모험 드라마 같다.

수면 부족에 체력은 소진되어 

소금물에 잠긴 배추꼴이다.


그 많은 산의 계곡과 등성이를

빠지고 또 타고, 

골에 몰려있는 모래 언덕을 

20~30° 기울어진 채 

곡예를 한 지 2시간, 

아직도 갈 곳이 멀다. 아이코...


얼마를 왔을까?

전방에 산이 없어지고 

검은 흙모래로 된 평원이 보인다. 

최대 속도, 

지표는 점점 모래로 변하고 

그나마 피해갈 수 있는 노화된 검은 산들이 

줄줄이나타났다. 

우리가 내내 지나친 그산들 중엔 

완전히 도태돼 버린 것도 있었다. 

수억 년의 풍화 작용과 모래바람에 깎여 

조각조각 먼지로 날려간 뒤, 

나중엔 생물이 살아갈 수 없는 벌거숭이로 

가장 견고한 바위 성분만 남는다. 

그 단단한 바위들도 

풍상과 세월 속에 금이 가고 허물어 내려 

먼지로 닳아가다 기어이 

동물이 죽고 뼈를 이 사막에 형체대로 남기듯, 

수억 년 전의 거대한 산은 

모래발 위에 까만 바위 뼈를 

한 무더기씩 남기고 있다.


아! 산도 이 사하라에서는 죽어가고 있구나. 

70년을 살다 갈 인간 앞에 장구한 세월의 흐름과 산의 주검을 보는 감회는 말할 수 없는 것이었다.

우리는 80분 동안이나 큰 S자 커브를 그리며 죽어가는 산의 뼈 무덤을 지나갔다.

'오늘, 내가 지나간 얼마 뒤, 

내가 죽고 난 한참 후, 

너도 남은 너의 검은 몸체 무게대로 

사하라 밑으로 내려가 버리리라'



○그대 사막으로 오라


313.95km. 양대 공만 한 검은 돌이 박힌 모래밭. 그곳에 빠진 차를 건져 내 널빤지 위에 올려놓고 우린 커피를 끓이고 말린 쇠고기를 먹었다. 멀리 10리쯤 밖에 물체가 보여 쌍안경으로 보니 고장 난 경주 차와 보조 트럭이 한창 작업을 하고 있다. 경주 코스에서 경주 차가 고장 나거나 사고가 나면 뒤따라오던 스피드 보조 차Speed Assistance Car는 신속히 자기 차에서 모든 대치 부속을 살신적으로 빼내어 경주 차를 고쳐 보낸다 (경주 차와 스피드 보조 차의 차종과 성능은 동일함). 혹은 더 큰 사고 고장으로 스피드 보조 차로도 고칠 수 없을 때는, 몇 시간 뒤에 따라오는 보조 트럭이 엔진이 깨진 것이 아닌 한 모든 정비 수리를 하여 경주 차를 코스에 내보낸다. 이 트럭에는 충분한 예비 부속품과 심지어 소형 발전기와 산소 용접기, 소형 선반까지 준비되어 있다.

 파리-다카르 자동차 경주는 유능한 파일럿과 자동차만으론 참가할 수없다. 파일럿 팀과 정비 팀, 기획 관리 팀이 혼연일체가 된 메커니즘이 원시의 사막 속에서 이루어 내는 피눈물 나는 예술품이다. 따라서 세계의 차종이 이 대회에 한번 참가하게 되면 순위와 관계없이 그 차의 성능을 인정받게 된다.


400.40km. 대평원 시작됨.

방향 215° 고정.

지평선은 오늘도 감홍빛과 푸른빛의

색상 띠를 두르기 시작한다.

알제리 북부에서 시작된 이 평원은

그 크기를 짐작할 수가 없다.

좁은 우리 땅, 분단까지 된 땅을

쓸모없이 많이 사 두고

금고 속에 땅 문서를

값이 오를 때까지 썩히고 있는 사람,

그리고 월급 모아

땅 사는데 야망을 두고 있는 내 친구들은

이곳 북아프리카로 오라,

땅문서도 필요 없이

제주도만 한 땅을 하나씩 가져라.

내 이력서와 내 교만함을

파리 전진 캠프에 맡겨 놓고 왔듯

당신들도 올 때는 땅문서를

의사 없는 섬과 양로원과

데모하는 철거민촌에 맡겨 두고 오길...

맑은 물, 신선한 공기,

사시사철 꽃과 나무가 성한 

우리 좋은 땅에서 

가난하다는 이유만으로 

사는 데 불만이 많은 자와 

국산은 쓸만한 것이 없어 

외제만 사용해야하는 부자들은 

샘 하나와 나무 몇 그루의 그늘만 있어도 

사막 한가운데서 삶을 차리는 

먼지 자욱한 이곳 오아시스로 오라. 

또 골재를 채취하며 살아가는 내 형님께도  

저 모래 산 두어 개쯤 주고 싶다.


어깨동무 아이들, 어른들은 물론 아이들에게도 랠리는 신나는 구경거리다.


사하라의 별을 보면 스테피네트와 목동의 이야기가 들리는 듯하다.

❛ 최종림 작가 프로필 ❜


출생: 부산

학력: 프랑스 파리 4 대학 현대 불문과 졸업

데뷔: 미당 서정주 추천으로 『문학 정신』을 통해 한국 문단에 등단


주요 경력:


한국 시인 협회 회원

한국인 최초 FISA 자동차 경주 자격증 A** 취득

파리-다카르 사하라 사막 자동차 경주 참가 및 완주


주요 작품:

소설: 『코리안 메모리즈』, 『사라진 4시 10분』, 『사하라에 지다』



시집: 『에삐나』

논픽션: 『사하라 일기』

오페라 시나리오: 『하멜과 산홍』, 『오디푸스의 신화』(번역 및 각색)








다음주에 계속...


이원희 보도본부/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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