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위
📍 네마(Nema)-티지크자(Tidjikja). 735km.
스페셜 스테이지. 총 주파 10,120km.

마의 트리플 스페셜
사하라 횡단의 하이라이트 3구간이 시작되었다. 하이라이트 구간이라는 말은 기자 놈들이 붙인 말이다. 우리는 이 구간을 마의 트리플 스페셜이라 부른다. 가장 험난하고 복잡한 사막 준령을 넘으며 가장 많은 경주 주자들이 다치고 조난 당하는 구간이기 때문이다. 칼날 같은 돌과 깊은 모래가 골짜기마다 차 있어 한 번의 잘못된 핸들링으로 아까운 차를 모래밭에 묻고 몸만 빠져나와야 한다. 이후 나는 나라 이름만 들어도 나를 식은땀 나게 하는 그 모리타니아의 깊은 사막은 참으로 전율적이다.
어젯밤 낙타와 부딪히는 사고와 길을 잃고 160km나 더 밤의 사막을 헤매고 난 후 간신히 비박 장소에 도착, 자정 무렵 도착 신고를 했다. 선두차와의 차이가 이틀을 넘겼다. 50시간 차이가 나고 있는 것이다. 그 시간 차이가 72시간을 넘기면 퇴장이다. 퇴장당하면 그 차는 검은 테이프로 X 표적을 크게 붙여야 하고, 절대 경주 구간 안으로 들어오지 못한다. 대부분 퇴장당한 주자들은 불명예스러운 X 표를 받으면 경주장 부근을 서성이지 않고 곧장 돌아가 버린다.
이제 내 차는 22시간밖에 남지 않았다. 나는 내 나라의 첫 주자이고, 많은 인터뷰에서 밝혔듯 선진국 대열에 들어가고 있는 우리가 누구인가를, 이 대회에서 뭔가를 보여 주어야 한다. 만약 퇴장당하거나 이 경주를 포기해야 하는 일은 한국 젊은이의 기개와 자존심을 돈 들여 상하게 하는 꼴이 된다.
참가하지 않아도 될, 국가 위상이 걸린 선진국 놀음에 괜히 참가하여 죽을 둥 살 둥 하다 창피만 당하고 쫓겨나 버리는 것은 죽기보다 싫은 일이다. 나는 긴 숨을 들이쉰 후 어둡고 추운 새벽, 먼지 바람에 날리고 있는 태극기를 만지며 중얼거렸다.
"조상님들…, 한 번도 이곳에 올 일 없었던 조상님들 이리 좀 오이소…. 내가 지금 조상님들만큼 위대한 일은 않고 있지만, 잘난 저놈들에게는 지기 싫습니다. 태극기 때문에 돌아가신 조상님들은 햇살을 타고 낯선 이곳 사하라로 오셔서 나 좀 도와주이소…."
새벽 3시, 브리핑 이후 벌벌 떨며 선 채 커피를 마신 후 4시에 출발. 나와 제롬도 마찬가지지만, 대부분 주자들이 잠을 설치곤 보이지 않는 밤 속으로 또 사라지고 있다. 마치 이 밤에 무슨 일이 난 것처럼. 아무튼, 이 사람들도 참 독하다. 그들 끈기와 계획성엔 혀를 내두르게 된다.
(기도). 조상님들, 이 사하라로 오시어 죽을지도 모르는 단군 자손 하나 제발 좀 도와주이소.
285km. 후우, 또 죽었구나!
푸조 차 한 대가 첫 새벽 어두운 언덕 쪽으로 날아가 버렸다. 그 차는 차 안에 둘러쳐진 구명 파이프까지 엿가락처럼 휘어지고 부서져 있다. 내가 그토록 좋아했던 이 경기가 정녕 죽음의 놀음인가? 원시의 자연과 메커니즘 그리고 인간 중 정녕 깨지는 것은 수리 불능의 인간뿐임을 이곳에 와서야 깨닫게 된다.
조금 전 아침 먹다 커피에 손을 데어 펄펄 뛰던, "퓨딴, 퓨딴, 부따나(더러운, 더러운 창녀)!" 라고 욕을 해대며 손을 털던 느와시 르섹 팀의 주자였다.
"…오, 퓨딴, 퓨딴 Ce'st pas Possible(아니야 정말이 아니야) 퓨딴…."
차 사고를 탓하며 나는 조금 전 브리핑장에 들어가기 전 쏟은 커피에 욕을 하던 그를 나도 모르게 따라 하곤 '퓨딴'이라고 달리는 와중에도 계속 중얼거렸다. 항상 싱글거리던 좋은 친구였는데…. 하느님, 잘 거두어 주십시오!
지옥의 산맥 계곡
나침반 250°. 호갈 산맥.
새벽 주자의 죽음에 나도, 제롬도 기가 꺾여버렸다. 죽은 귀신이 붙잡는 듯 차 속도가 붙질 않는다. 몇십 미터 깊은 모래를 죽는소리로 빠져나가면 돌밭이 나오고 눈이 아플 만큼 머리가 흔들리며 그곳을 지나오면 모래와 돌이 섞인 지표가 나오고… 참으로 지독한 악조건이 끝없이 계속된다.
마음이 뒤집혀 어지러움이 계속되더니
구토가 나와 잠시 돌밭 위에 차를 얹어놓고 밖으로 나왔다.
제롬이 내 등을 쳐주었지만
입에서는 침밖에 아무것도 나오지 않는다.
허리를 펴고 충혈된 눈을 드니
멀리 사막 끝에서
노랗고 붉은 아침이 피어오르고 있다.
이마에 손을 얹으니 열이 뜨겁다.
나는 몸을 묶은 안전벨트에 두 손을 잡은 채
끝없이 흔들리며
미망과도 같은
꿈과 무의식에 빠져들고 있다.
"설마 이대로 죽는 건 아니겠지?"
혼자 중얼거리며
가물거리는 의식을 붙잡으려 안간힘을 쓴다.
우리가 지나는 이곳은 적도 북부.
지구상 가장 사람이 살기 어려운
인간이 갈 일 없는 곳이다.
이제 며칠, 이 마의 산맥 계곡만 빠져나가면
꿈같은 대서양이 나온다.
나 얼마나 그 바다를 보고 싶어 했나?
거기까지는 죽어도 가야 한다.
348km.
"엇, 퓨딴… 부따나!"
제롬의 고함 소리에 눈을 뜨니 우린 와디 속 먼지 구름에 갇혀 있다. 몇 십 미터씩 간간이 시계가 열리고 그 공간을 차지하려 제롬이 옆 차 파일럿 놈들에게 내지르는 욕설이다.
"엇, 창녀 같은 놈. 비켜 인마…! 퓨딴… 죽을래?"
다른 랠리 경주에선 상상할 수 없는 욕지거리들이 이 파리-다카르에서만은 예외이다. 벌써 보름이 훨씬 넘도록 제대로 자지도 먹지도 못한 채 목숨 걸고 죽기 살기로 달려온 놈들이라 눈은 충혈돼 뒤집혀 있고, 모두가 한계를 넘어선 상태다. 비박 장소에서 싸우는 놈들도 있다. 나는 제롬에게서 핸들을 받고 싶었으나 튀어나온 돌에 부딪히며 차는 깨지는 비명을 토해냈다. 지금 이 순간은 차를 멈추게 할 수도 없다. 시계 제로의 먼지 속에서 무조건 달려오는 뒤차에 들이받히기 때문이다.
오후 2시. 평균 시속 20km. 검은 바위 밭을 지나 바람에 만들어진 모래 산을 이 속도로 한 시간 반이나 걸려 빠져나왔다. 그런데 이게 웬일 인가?
처참한 모습으로 변해버린 느와시 르섹 팀의 푸조 차. 차 내부의 생명 바도 엿가락처럼 휘어버렸다.
모래 산을 돌아 나오니
눈앞 세상이 온통 부옇고 노랗다. 그리고
연이어 차에서 깨 볶는 소리가 시끄럽다.
모래 폭풍이다.
지독한 바람이다.
바람의 세기에 따라 하룻밤 사이
모래 산 몇 개도 옮겨버린다는
대단한 기세의 폭풍이다.
모래를 막기 위해
뜨거운 차 안의 창문을 다 닫고 나니
폐와 얼굴이 솥뚜껑 안처럼 데워지는 것 같다.
미칠 것 같다.
창과 차체를 때리는 억수 같은 모래 알갱이는
소리만 들어도 따갑다.
생명이 다해 가는 머신의 온갖 부분을
저 모래가 파고들 것만 같다.
히치콕의 영화 『새』 속의 새들처럼
이 모래 알갱이들이 내 머신을 다 쪼아대
만신창이로 만들 것만 같다.
머신이 나보다 먼저 죽을 수도 있을 것 같아
두려워진다.
차를 휘청거리게 하는 이 폭풍 속에
불쌍한 우리 애마는
그래도 아슬아슬하게 잘도 달려가고 있음이 고맙다.
저쪽 하늘 위로 뱀 같은 모래바람이
긴 기둥으로 오르고 있다.
끝없이 하늘로 높게 차오르고 있는
그 모래 회오리바람은
우리 차를 더 크게 흔들어댄다.
모래를 기둥처럼 감아
하늘로 솟구쳐 올리고 있는 이 사하라는
정녕 지옥으로 가는,
나만 눈 뜨고 있게 하는
동화 속 세계의 환영이다.
뜨거운 적도의 햇볕 속
창문 닫힌 양철 지붕 아래 갇혀
얼굴과 내장이 타오르고 있는
살아있는 지옥 말이다.
더 높이 올라간 차 안의 열기에
신열이 올라 뜨겁던 내 머리는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무색해져
아픈 것도 모를 지경이다.
공포의 모래 폭풍. 시계 제로의 주행 20분은 지금도 악몽으로 남아있다.
보온병 속 얼음물에 바스티스를 타
깊게 몇 모금 마셨다.
초록빛 짙은 박하 향이
차갑게 가슴으로 스며든다.
살 것 같다.
운전 중에 알코올 기운이 있는 바스티스를 마시면
온갖 잔소리를 해댈 제롬이지만
어째 그는 아무 소리 없다.
죽음의 20분, 악몽의 주행
바람이 차를 더 흔들어대더니 이윽고 신기루 같은 노란 모래 먼지가 우리 차를 감싸버렸다. 시계 제로.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문제는 이곳에서 절대 차를 멈추면 안 된다는 것이다. 모래가 깊어 이런 곳에서 멈췄다 움직이면 차바퀴는 점점 수렁 같은 모래 속으로 빠져들기에 차를 버리는 것 외엔 별도리가 없다. 이미 그 사고로 수십 대의 차가 경주를 끝내는 것을 익히 보아왔다. 한 대당 수억, 수십억 원을 들인 차들이 말이다.
멈출 수 없는 일이다.
그런데 모래 폭풍 속 앞이 보이지 않는데...
내가 어찌해야 하는 건가?
계속 가느냐... 멈추느냐... 갓떼믓!
시계 제로!
나는 계속 차를 움직였고,
앞에 절벽이 나타나건
바위가 나타나건
죽음을 향해 달릴 수밖에 없다.
이 위험한 주행이,
여기까지 와서
모래에 차를 묻는 것보다 나은 일인가를
판단할 이성조차 망각된 시간이다.
절벽으로 달려가고 있을지도 모르는 차 안에서
미쳐 나갈 것 같더니
뜨거운 차 속이지만 갑자기
한기 같은 소름이 돋는다.
베토벤 7번 3악장 아다지오가 떠오른다.
그 음악을 들으며
꿈결 같은 잔디 위 평원을
시속 397km로 달리고 있는
겁 없는 내 모습이 환영으로 나타난다.
시속 50km도 안 되는 지금
이리 죽음의 두려움에 떨고 있다니...
아니, 나는 지금 실제 죽어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안절부절 제롬도 내게 나침반 방향만 손가락질해 줄 뿐 쥐죽은 듯하다.
391.50km. 갑자기 시계가 무한으로 열리고 파란 하늘이 보인다. 마치 벽 하나 사이를 걷고 나온 듯한 우리는 앞이 안 보였던 모래 폭풍 속, 죽음으로의 명상은 사하라의 신기루처럼 내 안에서 사라져 버렸다. 아! 다시 보이는 세상이다. 또 달리자. (사실 나는 이 경주를 끝내고 파리로 돌아온 이후로도 몇 년간을 그 악몽의 순간이 연상돼 소위 말하는 '전쟁 공포증'으로 고생했다. 가슴이 답답해지고 얼굴이 뜨거워지며 몸 둘 바를 모르고 당황해지는 병 말이다.)
부족 마을을 돌아 다시 사막으로 진입. 나침반 250°. 모래 먼지 가득한 마른입 속을 인삼 물로 씻고, 보리 빵을 모래알처럼 씹으며 요기를 했다. 열이 오른 몸은 계속 식은땀이 흐른다. 라디에이터도 나처럼 정상보다 더 열이 올라있어 불안하다. 사람은 열이 올라도 쉬 죽지 않겠지만 머신은 죽을 수 있다. 주파 기록 게이지는 경주 구간 거리보다 약 1,500km를 더한 11,500km를 넘었다.
466km. 나침반 정서 방향. 와디와 모래 산줄기를 간신히 빠져나가니 한 그루 에삐나(가시나무) 밑에 낙타 대상이 쉬어가고 있다. 저들이 마시는 놀랄 만치 단 차 한잔 얻어 마시고 싶은 마음 간절하지만, 시간이 없다. 나는 크게 손을 흔들어 주며 그들을 지나쳤다. 그들도 우리에게 손을 흔들어 주었다.
505km. 긴 사막 모래가 끝나고 마지막 같은 산줄기가 우리 눈앞을 가득히 막고 서 있다. 쇠진한 몸은 체념이 앞선다. 낮은 골을 찾아 왼편으로 2km를 내려와 공격 루트를 정했다. 차에서 내려 제롬과 나는 지점 지점에 표시를 하고 허세를 부리듯, 액셀러레이터를 끝까지 밟아야 함을 서로에게 상기시켰다. 세계 최고의 조종 운전자들이 무슨 짓인가 싶지만, 공격 운전은 체력과 용기가 있어야 함인데 저 산을 넘기엔 우리 둘 다 체력, 용기 모두를 상실해 있었기에 서로에게 주의를 환기시키는 것이다.
분홍빛 모래 산 공격
경주 본부 시각 16시 20분.
가공할 일이다.
넘어야 할 산은 몽환적인 분홍빛으로
아름답기까지 하다.
아무리 보아도
이쁜 마녀들이 골짜기 어디쯤 살고 있을 것 같은
유혹적 자태의 모래 산이다.
오르다 물러나기를 3번째. 산마루터기 왼편의 십여 미터를 넘지 못하고 차는 심장이 터지는 소리를 내며 헛바퀴질만 했다. 우리는 다시 물러나 공격을 포기하고 지표를 삽으로 고르고 장비를 풀어 받침대와 담요 깔개를 깔기로 했다.
"제기랄, 창녀 같은 년..."
"부따나... 퓨딴, 퓨딴..."
애꿎은 차를 욕하며 발로 걷어찼다.
"힘 아껴, 인마... 성깔 부리지 말고."
제롬의 빈정거림에 더 약이 오른다. 하기야 하루에 몇 번씩이나 그녀(차, elle) 밑으로 기어들어가 담요를 깔고 폈다 접었다 하니 창녀가 아니라 창남..., 그래 창남 맞아, 우리가 말이야... 염병할..."
경주 본부 시각 17시 35분.
한 시간 동안 분홍색 모래를 퍼내고
담요를 깔아가며 사투를 벌인 후
산등성이까지 차를 올려놓은 우리는
이 산에 보호색을 하고 사는
분홍색 파충류가 되어있다.
종일 얼굴에 들러붙어 이글거리던
해가 먼 지평선에 걸려있고
그쪽 등성이에서
조그만 어깻숨을 고르고 있는 제롬이
티베트 목각 승려처럼
새카맣게 앉아 가여워 보인다.
살아서 파리에 돌아가면
제롬을 엘리제 궁 옆에 있는
최고의 식당 '맥심'에 데려가
그가 좋아하는 'Fruit de Mer(생굴과 조개, 게 일품요리)'와
알자스 산 백포도주로 초대해 위로해 주리라.
먼지 가득한 입에 침이 고인다. 바보같이... 죽을지도 모르는 놈이 이 먼 곳에서 그런 호화로운 저녁을 기대하다니...
612km. 기적처럼 잘 참고 견디던 차가 기어이 터지고 말았다. 라디에이터로 이어지는 고무 튜브가 터지며 폭발한 것이다. 우리는 차 앞 덮개를 열어놓고 뜨거운 물과 김이 빠지기를 기다리며 낙담한 채 차에 기대 주저앉았다. 우리가 가야 할 쪽으로 해는 뉘엿뉘엿 지고 길 없는 암담한 사막. 노을빛이 잔인하다. 바스티스를 물에 타 한 잔씩 한 후 우리는 라디에이터를 통째로 뜯어냈다. 냉각장치 틈새마다 모래 먼지가 엉겨 붙어있다. 접촉이 안 좋았던 배터리도 뜯어냈다. 해는 언제 넘어갔는지 우리 주변으로 스멀스멀 어둠이 기어들고 헤드라이트를 쓰고 있는 제롬의 분홍빛 얼굴은 어느새 새카만 기름때로 범벅이 되어있다. 그로테스크한 피카소의 자화상 같은 그 얼굴에 웃음이 터져 나올 것 같다. 나는 짓궂게 제롬의 턱을 불빛 쪽으로 살짝 들어보며
"여어, 인마, 이제 보니 너 잘생겼구나. 분홍색 분칠에, 검은..."
"너 미쳤구나 이제."
제롬은 내 팔을 떨쳐내며 고함질렀다.
"넌 인마, 경주 끝내면 세네갈에 남아 다카르 정신병원에서 좀 고치고 와야겠다..., 이대로 파리 가는 건 안 돼, 인마."
밤 10시가 넘었다.
먼지가 엉겨 붙어있는 라디에이터가
일을 더디게 하고 있다.
우리는 하던 일을 접은 채,
커피를 끓이고
비상 통조림과 마른 빵으로 저녁을 먹었다.
이 사막 판에서 온갖 것들을 다 풀어헤쳐 놓고
이 꼴이 뭔가.
언젠가 이곳 사막 판에서 사라져 버린
생떽쥐베르가 연장 가방을 들고
어린 왕자와 함께 좀 와줬으면 좋으련만...
아니 지쳐 빠진 내게
몸이 무겁지 않은
손가락만 한 어린 공주가 나타나
모깃소리 같은 작은 말이라도
걸어줬으면 좋겠다.
달은 하늘 높이 두둥실 떠 있고
은빛 천지,
몽롱한 정신은
툭툭 떨어질 것 같은 별을 하나쯤 받으려고
이 밤새 기다리고 싶다.
힘들고 외로운 이곳으로
누군가 아무나 와줬으면 좋겠다.
모리타니아의 마지막 밤, 새벽에 도착하자마자 별 밭 아래 죽은 듯이 잠들어버렸다.
사하라에 지다 최종림 작가
❛ 최종림 작가 프로필 ❜
출생: 부산
학력: 프랑스 파리 4 대학 현대 불문과 졸업
데뷔: 미당 서정주 추천으로 『문학 정신』을 통해 한국 문단에 등단
주요 경력:
한국 시인 협회 회원
한국인 최초 FISA 자동차 경주 자격증 A** 취득
파리-다카르 사하라 사막 자동차 경주 참가 및 완주
주요 작품:
소설: 『코리안 메모리즈』, 『사라진 4시 10분』, 『사하라에 지다』
시집: 『에삐나』
논픽션: 『사하라 일기』
오페라 시나리오: 『하멜과 산홍』, 『오디푸스의 신화』(번역 및 각색)
이원희 보도본부/ 편집국장
기자
관련기사
헤드라인 뉴스
-
.《인문 정치》 정치적이되 아름다워야 한다
정치적이되 아름다워야 한다 여야 사이뿐 아니라 같은 당 계파 사이에 오가는 말을 듣다 보면, 이들이 정치를 하고 있는 건지 싸움을 하고 있는 건지가 구분이 안 된다. 정치에서 웃음이 사라진 지도, 정치가 시민들을 웃게 만든 지도 오래다. 더 큰 문제는 그다음이다. 뭐든 상대방 탓으로 만들고자 하고 마치 ‘거울 이미지 효과’처럼 모진 말을 반사하듯 주고받는
-
《인문사회》 젊은 인문사회과학도들의 곤경
젊은 인문사회과학도들의 곤경 1980년대 초·중반에는 인문사회과학 분야의 학자가 20대에 교수가 되는 일이 적지 않았다. 1980년 전두환의 신군부가 정권을 쥐자마자 단행한 소위 ‘7·31 교육개혁’으로 졸업정원제가 실시되어 대입 정원이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갑자기 교수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 인문사회계도 취직이 비교적 쉬웠다. 지금은 특수한 분야를
-
《인문사회》문화 ‘아래로부터의 복지
문화 ‘아래로부터의 복지’ 문화란 그저 자연과 분리되는 인간의 활동일 수도 있고 인간이 사람답게 살기 위하여 갖추어야 할 기본가치일 수도 있는데 요즈음 이 말이 상당한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문화생활을 한다는 것이 이미 삶의 수준을 상징적으로 말해 주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은 자신의 활동에 문화의 의미를 부여하고자 하는지도 모른다. 아무튼 문화는 이제
-
《인문사회》 “살 도리들을 하시오
“살 도리들을 하시오” “합하면 조선이 살 테고, 만일 나뉘면 조선이 없어질 것이오. 조선이 없으면 남방사람도 없어지는 것이고 북방사람도 없어지는 것이니 근일 죽을 일을 할 묘리가 있겠습니까. 살 도리들을 하시오.” 해방 후 우리나라가 통일 독립국가가 되지 못하고 두 동강이 나는 것을 지켜본 노혁명가 서재필 선생이 1949년 3·1절을 맞아 ‘조선민족에게
-
《인문정치》 정체 모를 야당
정체 모를 야당 한국 정치에서 야당이라는 말은 묘하다. 이름이 자주 바뀌다보니 당명을 특정해 말하기 어려울 때 하나의 통칭으로 사용되는데, 선거에서 크게 패하거나 ‘만년 야당’ 같은 자조적인 분위기가 되면 더 많이 애용된다. 한때는 ‘보수 야당’이나 ‘제도권 야당’으로 불렸다. 두 말 모두 외국어로 옮기기 어렵고 글자 그대로 직역하면 오해를 불러오기 쉬운
-
《인문사회》 권력의 ‘투명망토’가 된 언론
권력의 ‘투명망토’가 된 언론 <투명인간>이라는 공상과학 소설이 있다. 19세기 말 웰스라는 영국 소설가가 발표한 작품이다. 영어 원제목은 투명인간이 아니라 ‘안 보이는 사람(invisible man)’인데, 투명하다는 뜻이 요즘에는 “안 보이는 것”이 아니라 “모든 것이 보이는” 의미로 통용되고 있기 때문에 투명한 인간이라고 요즘 말하면 투명인간
-
《인문정치》 정당이 바로 서야 민주정치가 바로 선다
정당이 바로 서야 민주정치가 바로 선다 어느 나라든 민주주의는 두 단계로 진행된다. 첫 번째 단계는 권위주의 체제에서 벗어나는 것으로, 우리는 1970~80년대 민주화운동을 거쳐 그 과제를 완수했다. 두 번째 단계는 민주주의를 사회 속에 안착시키는 일로, 지금 한국 사회는 이 과제를 둘러싸고 혼란을 거듭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앞선 민주주의 국가들의
-
《인문사회》 증오의 시대
증오의 시대 아주 사무치게 미워하는 마음이란 뜻을 가진 단어는 뭘까. 증오다. 증오 하면 곧장 복수란 단어가 떠오를 만큼 섬뜩한 정서다. 개인의 증오 정서와 복수는 막장드라마에서 차고 넘치게 볼 수 있다. 그래도 그건 가상이지 현실이 아니다. 현실에선 증오의 집단정서가 인터넷과 SNS를 가득 채우고 있다. 평소 타인에게 절대 사용하지 않을 험한 말과
-
《인문사회》 새해부터는 믿고 살자
새해부터는 믿고 살자 갑오년 새해도 시작된 지 벌써 4주가 지나고 있다. 만나는 사람들 마다 서로 덕담을 나누며 개인이나 사회가 더 편안하고 살기 좋은 한 해가 되기를 기원한다. 이러한 기원은 성별, 나이와 피부색을 막론하고 모든 사람들이 새해에 갖는 소망일 것이다. 그런데 살기 좋은 한 해의 구체적인 모습은 잘 그려지지 않는다. 소망이 막연한 만큼이나
-
《인문사회》 우리가 주인공인 세계사를 쓰자
우리가 주인공인 세계사를 쓰자 우리에게 세계사는 무엇을 의미할까? 고등학교까지의 정규 교과과정을 충실히 이해했다면 아마도 우리의 역사, 즉 국사 이외의 역사를 세계사로 생각할 것이다. 학과의 구분을 국사학과, 서양사학과, 동양사학과로 구분하고 있으니 국사 이외의 역사가 세계사이고 그 세계사가 주로 서양사와 동양사로 채워져 있다는 느낌을 갖게 한다. 지리
-
《사설》‘한동훈 배신자’ 논란, 끝장 토론 하라
'한동훈 배신자’ 논란, 끝장 토론 하라. 국민의힘은 한동훈 전 대표 제명을 계기로 내전 상태에 빠져들었다. 107석 소수야당으로, 정책과 정치에서 영향력을 잃어버린 정당이 이만한 일로 싸울 때냐는 비판이 많다. 한동훈 제명 과정은 위태로웠다. 이성적으로, 순리대로 했더라면 없었을 일들이 반복된 탓이다. 당무감사위원장은 “(사람을) 받아 죽이면 소는 돌로
-
《사설》 배신자 주홍글씨
배신자 주홍글씨 왜 장동혁은 한동훈을 제명하려 하는가. 탄핵 반대와 찬성 세력 간의 대결로 보는 시각도 있고, 두 사람 간의 개인적인 원한에서 이유를 찾는 분석도 있다. 하지만 나는 ‘배신자 프레임’ 그 자체에서 찾아야 한다고 본다. 끊임없이 배신자를 찾아온 보수 정치가 한동훈을 새로운 배신자로 지목했다. 배신자 돌리기의 다음 차례는 누가 될 것인가.
-
[미술 비평] 김진 작가의 회화와 시 <재생> 두 작품 속 흥미로운 대화_이원희 기자
재생 / 김진 구불구불 황톳길 난 저 언덕 저편으로 햇살에 절여 반짝거리는 스카프가 고요한 연기로 날아오네 감미로운 색색으로 헤아릴 수 없이 늘어나 상처 가혹한 땅 곳곳에 자리 잡네 서두름이 없이 꼼꼼히 상처를 덮고는 풀잎 그 언덕을 재생시키네 하얀 뭉게구름 조각 새것들이 오고 지난날 통기타로 노래하던 아름다운 이도 그 언덕에 재생되네 풀
-
[문학 기획] 김진 작가의 소설 위험한 이방인
위험한 이방인 고향마을로 돌아오기는 근 7년 만이었다. 서늘한 새벽 공기를 가르며 마을 어귀에 들어섰다. 기억 속의 포근했던 풍경은 온데간데없고, 낯선 적막감이 무겁게 감돌았다. 지난밤 내린 비로 축축해진 흙길이 발걸음을 무겁게 눌러왔다. 내 몸을 감은 무거운 쇠사슬, 바닥까지 늘어진 쇠사슬 자락은 땅을 그으며 치렁치렁 소리를 냈다. 7년간의 고행 끝에
-
《사설》 한동훈 제명한 장동혁...자멸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제명한 장동혁...자멸하는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이끄는 국민의힘 지도부가 29일 한동훈 전 대표를 제명했다. 2024년 온라인 익명 당원 게시판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 등을 비방해 당 명예와 이익에 피해를 입힌 것이 그 사유다. 게시글 작성자는 한 전 대표 가족이라고 한다. 당 윤리위가 윤 전 대통령 사형 구형일인 지난 14일 새벽 제명안을
-
법원 "김건희 샤넬백 청탁·대가성 인식"... 주가조작은 무죄
법원 "김건희 샤넬백 청탁·대가성 인식"... 주가조작은 무죄 법원이 김건희 여사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혐의의 '공동정범'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김 여사가 공동정범으로 주가조작에 가담했다는 특별검사팀의 판단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다. 앞서 검찰은 김 여사의 행위를 '공모·방조'라고 볼 수 없다며 무혐의 처분한 바 있다. 서울중앙지법
-
범정부 자살대책 추진본부, 강북구 자살예방 현장 찾아 대응체계 점검
범정부 자살대책 추진본부, 강북구 자살예방 현장 찾아 대응체계 점검 서울 강북구(구청장 이순희)는 지난 23일 범정부 자살대책 추진본부가 지역 자살예방사업 추진현황을 점검하고 현장 의견을 청취하기 위해 삼각산보건지소 생명존중팀을 방문했다고 밝혔다. 이번 방문은 국무총리 주재 '2025 국가 자살예방 전략' 발표와 범정부 자살대책 추진본부 출범 이후,
-
용산구, 면허 반납 어르신에 교통카드 최대 68만 원 지원
용산구, 면허 반납 어르신에 교통카드 최대 68만 원 지원 서울 용산구(구청장 박희영)는 2026년 2월부터 운전면허를 자진 반납한 70세 이상 실제 운전자를 대상으로 최대 68만 원 상당의 교통카드를 지원한다. 이는 서울시 자치구 가운데 최고 수준의 지원 규모로, 지원 인원도 기존 100명에서 150명으로 확대했다. 최근 고령운전자의 교통사고와 사망사고
-
삶을 견디는 언어, 시로 건네는 위로의 시간-안도현 시인과 함께 ‘목요詩토크’
재능시낭송협회 경북지회(회장 김용일)가 오는 1월 29일(목) 오후 6시 30분, 구미시 산책길 85 팔팔순두부 2층 카페에서 안도현 시인 초청 ‘목요詩토크’를 연다. 이번 행사는 새해 첫 목요시낭송회로 마련된 자리로 『쓸데없이 눈부신 게 세상에는 있어요』라는 안도현의 신작시집을 중심으로 삶의 상처와 기억, 그리고 그것을 견디게 하는 언어로서의 시를
한국매일뉴스 © 한국매일뉴스 All rights reserved.
한국매일뉴스의 모든 콘텐츠(기사 등)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R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