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떼구름. 덥다
디르쿠Dirkou-아가데즈Agadez. 855km. 총주파 6,614km.

히틀러와 롬멜
아침 8시 17분.
양탄자 같은 모래가 끝없이 펼쳐졌다. 하늘엔 양떼구름이 남북으로 갈리어 있고 눈부신 햇살. 어제의 지옥 같은 날에 비하면 고진감래 격이다.
평균 방향 270~280°. 사하라를 가로지르고 있다. 그간 많은 동료 주자들이 사하라 종단 중 사고와 조난으로 대열에서 떨어져 나갔다. 비박 장소에 도착하면 매일 세계적인 레이서들의 낙오 소식과 슬픈 얘기들이 들렸다. 이제부턴 스피드와 인내의 대질주다. 여기까지 버텨 온 우리와 우리 애마는 햇빛과 푸른 바람에, 하느님께 감사한다. 아프리카 지역마다의 토속 신들에게도 감사 올린다.
나는 유럽에서는 예수님을 믿고 아랍에서는 알라신을, 극동 우리나라에서는 부처님을 열심히 믿는다. 소외된 이곳 그들의 토테미즘도 왜 믿으면 안 되랴. 그들 모두가 다른 지역, 다른 이름으로 똑같은 한 분을 나처럼 믿고 있으리라. 하느님을 명석한 머리로 찾아내 내 신만이 최고라 하면 그땐 싸움뿐이다. 그 때문에 중세 수백 년 동안 같은 하느님을 믿으며 싸워 수 천만이 죽었다. 머리 써서 하느님을 믿다가 말이다.
124.05km. 초막 한 채 옆에 샘이 나타났다. 바위 밑으로 난 깊고 넓은 샘이다. 제롬에게 한 두레박 주니,
"빠르륵, 빡, 빡..." 하며 닭이 날개 털며 도망하듯 샘 주위를 돈다. 주위는 사막뿐이다.
203km. 모래 상태가 양호하여 차 안에서 레이션을 먹었다. 주행 시간의 대부분이 극도의 긴장 상태인지라 우린 종일 아무것도 먹지 못했다. 우리 주자들의 날카로운 긴장과 신경 상태는 달리 설명할 수가 없다. 그것이 장시간 계속되면 근육이 굳어오기도 한다. 그런 연유로 주자들은 다른 운동으로 체력을 보강해야 하고, 집중력 훈련을 따로 해야만 한다. 나는 집중력 단련으로 참선이 아주 효과적이라 생각한다. 달리면서도 우린 시간만 나면 차 안에서 쥐처럼 먹고 농담을 하고 욕을 해낸다. 생명 놀음을 하고 있는 대부분의 경주자는 폭넓은 유머 감각을 가지고 있고, 입은 험하다. 순간의 긴장을 풀 수 있는 자구책이자 모험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천성인 것 같다. 그래서 우리들 몇이 모이면 배우나 코미디언이 따로 없다. 서로들 5분도 못 돼 말을 놓고 십년지기처럼 된다.

242km. 수백 개의 부드러운 모래 능선을 파도 타듯 넘고 있다. 황홀하다. 카세트 속의 먼지를 털어내니 삐걱거리는 소리와 함께 로드리고 2악장이 흘러나온다.
제롬은 쌍안경으로 지형관찰을 하고 있는 나에게 롬멜이라고 진작부터 부르고 있었다.
"진정 내가 롬멜이라면 넌 은근히 나보다 높은 히틀러가 되고 싶은 모양이구나. 네놈은 콧수염까지 길러 영락없이 히틀러야."
이런 빈정거림으로 가끔 사막이 웃을 만큼 엎치락뒤치락 한 번씩 모래판 사자놀음을 한다.
248km 평균방향 240°로수정. 좌우는 모래 산줄기. 정면80km 지점에 검은 산맥이 가로막고 있다.
시속 180km. 태양이 오르고 사막이 데워지면 쌍안경 사용이 점점 어려워진다. 아지랑이 현상으로 전방 5km 이후부터는 남태평양 뉴칼레도니아 군도의 수많은 모래섬처럼 푸른 바다 위에 산이 연이어 떠있는 모습이 되기 때문이다. 그 너머로 숲이나 마을이 보일 때도 있다. 신기루이다.
352.30km. 1번 체크 포인트를 지난 후 모래 산을 넘어가다 진퇴유곡, 뒤로 후진하며 맞은 편 둔덕으로 오르려던 차는 자꾸 후미가 틀려 내리며 사방이 막힌 구렁 아래로 밀렸다. 정면 오르막으로는 차가 오를 능력이 없어 왼편 30° 경사 둔덕 쪽으로 길을 만들었으나 그것도 실패. 아이쿠... 창자가 거꾸로 되면 환장이라 했지. 그걸 몇 번 하고 나니 속에서 불이 날 것 같다. 난리 지옥이다. 15m 아래 저 구렁 속으로 차가 내려가 버리면 모든 게 끝장이다. 움직여 보려 하면 할수록 차는 밀려 내리기만 한다. 아, 여기서 우리의 장정이 끝나야 하나! 그동안 여기까지 총 6,111km 주파했다. 200여 대의 차종이 이미 낙오한 것에 비하면 그래도 장하다.
하지만 차를 사장시키는 일은 상상만으로도 내 몸을 땅에 묻는 것 같다.
미치고 말거나.. 여기까지 왔는데..
1억 명을 끌고 가다 죽였다
잔인한 왕이나 도둑들은 가난한 백성의 재물을 수탈했지만, 역사상 가장 잔인한 수탈이 사하라에서 일어났다. 아무것도 가진 것 없는 사람에게서 무얼 더 빼앗을 수 있을까? 그러나 사하라 사람들의 몸은 유럽인들에게 한 재산이 되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몸밖에 없는 불쌍한 사람들의 몸을 빼앗아 가는 것. 어찌하여 이웃 사랑의 성경을 손에 들었던 사람들이 그런 생각을 했을까! 그것도 원시 시대가 아닌 르네상스 운동(인간성 회복을 위해 다시 태어남)이 한창 무르익던 17세기 무렵부터 큰 하느님을 믿던 그 사람들이 말이다. 그들은 사하라를 터전으로 살아가던 천진 무구한 마을 사람들을 짐승처럼 줄줄이 묶어 사하라 건너 북쪽 트리플리 벤가지 해안, 동쪽 대서양 황금 해안으로 데려가 팔아넘겼다. 한 사람의 존재 가치가 흰 낙타의 절반 값이었다니..., 짐승보다 못한 값에 팔아 넘겨진 것이다. 성직자들은 성경을 들고 왜 그들 마을로 갔던가? 성직자들은 왜 노예 장사꾼들과 함께 갔던가?
그들은 아직 답하지 않았다. 1억 명이라니..., 줄줄이 꿰어진 채 사하라를 가로질러 끌려가다 사하라에서 죽은 사람들이 말이다.

3백 년 세월, 한 맺힌 사람들.
잔인한 모래 위에 흘러 마른
사하라의 눈물은 또 얼마나 되었을까.
내가 호화로운 문명의 이기를 몰며
목숨 걸고 넘어가고 있는 이 수많은 언덕.
곳곳에 깃든 한 맺힌 원혼들에게
미안하고 부끄럽다.
아침 해가 떠올라 붉게 타오르고
모래가 데워지기 시작할 즈음
목이 말라 숨져 갔을 사람들.
만신창이로 아직 죽지 않은 채
대열에서 떨어져 갔을 그들.
무구한 검은 사람들에게 미안한 마음...,
아침 커피 한 잔을 모래 위에 뿌려주고
나는 또 난리 굿판으로 달려 나간다.
마의 계곡
오도 가도 못하게 된 우리는 주위의 지형을 면밀히 읽고 의논한 후 비장한 승부를 걸었다. 여기서 끝나면, 대망의 다음 해 국산 차와 한국 팀의 참가는 수포로 돌아가게 된다. 내가 이 경주에서 쌓은 경험으로 작전과 전략을 만들지 못하면 우리나라는 앞으로 상당 기간 아무도 참가하지 못하게 된다. 또 나 같은 천방지축의 한국 후배가 나와 어려운 이 경주에 참가해 기술을 체득할 수 있을 때까지 이 파리-다카르 대회는 한국인에게서 멀어질 것이다. 복잡하고 난해한 경주 방법을 아무도 모르기 때문이다.
90분 동안 모래를 치우고 축대를 쌓고 길을 만들었다. 그리고 네 바퀴의 바람을 1kg 이하로 압력을 줄여 마찰면 접착을 최대화했다. 차가 25° 경사 둔덕만 거슬러 올라 준다면 마의 구렁 옆면으로 180° 타고 돌아내리는 반동으로 뒤쪽의 낮은 등성이를 타기로 했다. 지표에 줄을 그어 차의 진로를 표시해 두고, 제롬은 경사 위쪽에서 차의 후미 오른쪽으로 살얼음 밟듯 들어가 운전석에 앉았다. 나는 해를 보고 감히 쳐다볼 수 없는 하느님을 불렀다.
"바보같이, 그렇게 자주 부탁하다니 미안하지도 않아?"
면구스러웠다.
저속 사륜구동 1단. 차는 제자리에서 납작해진 타이어를 움직이기가 힘이 드는지 전신을 떨다, 맹렬히 모래를 뿜으며 틀리듯 오르듯 미끄러지는 사투를 하더니 낙타처럼 천천히 앞으로 움직였다. 차는 획 아래로 몸을 돌리고 25°의 경사 옆면으로 내리더니 그반동을 타고 능선을 항해 비벼올랐다.
'하느님, 뚜아렉 족의 하느님... 감사합니다."
먼지와 땀범벅으로 만신창이가 된 꼴로 모래 언덕 꼭대기에 쭈그려 앉아 나는 구겨진 담배 한 대를 피워 물었다. 제롬의 모래 운전 솜씨를 칭찬해 줘야 할 것 같다. 내 효험 있는 기도를 여러 번 과용하게 한 것도, 절벽 앞에서 날 죽였다 깨어나게 한 것도 그였지만.., 위험을 무릅쓰고 차바퀴 바람을 뺀 것도 주효했다.
내 차를 살리고 나니 비로소 우리 주위에 수십 대의 차가 이 골짜기 오르막 곳곳에 빠져있는 것이 눈에 들어온다. 모두가 아우성이다. 서로들 도와 달라 소리치며 간절히 바라다 자기 차가 빠져나오면 뒤도 안 보고 내빼버린다. 의리도 덩달아 내빼버린다.
약 4km 언덕을 힘겹게 올랐다가 급경사에 내리꽂히고, 그 반동으로 오르고 미끄러지며 큰 모래 산줄기를 넘었다. 골마다 차들이 처박혀 있다. 일본 시티즌 팀도 거의 90°에 가까운 비탈에서 반동으로 공중에 튀어 올랐고 접지하며 앞바퀴만 갖다 찧어 바퀴 두 개가 찌그러져 내려앉아있다.
"정열적인 키스를 했군. 입이 완전히 깨져 버렸어.. 이빨까지 말이야,
짜아식."
일본 팀을 향한 제롬의 빈정거림이 표독스럽다.
"넌 무슨 심보가 그러니? 이곳 사막 강도 놈들이 너보다는 낫겠다.'
두 일본 경주자들은 나처럼 먼지 범벅을 한 채 이글거리는 태양 아래 쪼그리고 앉아 구조를 기다리고 있다. 그 참 측은하기 그지없다. 1초가 아까운데도 나는 제롬에게 차를 세우게 하곤 그들에게 다가가 손을 잡고 다친 데를 묻고 위로했다. 다른 나라 파일럿 보다 일본 파일럿들이 낙오될 때 마음이 더 안됐다. 이제 그 젊은이들은 나의 멋진 경쟁자이고 동정 가는 친구들이다.
지옥의 야간주행
해가 뉘엿뉘엿한 산줄기와 산줄기 사이에 와디를 50km나 달려왔다. 우리는 서로의 얼굴을 보고 낄낄거리며 흉을 보았다. 이젠 서울과 부산보다 먼 거리를 마르고 험한 강바닥으로만 밤새워 달려야 한다.
그리곤 또 엊그저께처럼 먼지 속 지옥의 대접전을 벌려야 한다.
낯익은 해가 한 뼘 하늘에 남아 있어
향수같이 아쉽고,
깊은 오지로 들어가고 있는
낯선 외로움을 억제할 수 없다.
56km. 260°로 방향 수정.
허물어져 내리는 돌산 사이의 와디에는
제법 마른 나무도 자라고
야생 낙타가 키를 재며 잎을 먹고 있다.
척박한 와디 안의 나무들은
서로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일까?
이상李箱의 시 "꽃나무"가 생각난다.
저 마른 강바닥에서 끔찍이
생명을 포기하지 않는 나무들,
이편과 저편의 고만고만한 거리에서
목마름에 서있는 이유가 있을 것 같다.
저 몸짓과 침묵도
남모를 소통의 언어를
저희들끼리 건네고 있음이 분명하다.
그리고 우리가 요란스레 지나간 후 밤이 오면
그네들은 희부옇게 덮어 쓴 먼지를 툭툭 털고
내밀한 생명 작업을 시작하리라 .
사랑 말이다.
505km. 샘 하나로 산 아래 척박한 땅을 일구며 사는 토인 부락을 지났다. 그곳을 한참 지나, 차에서 내려 볼일을 보고 있는데 인기척이 있어 돌아봤으나 아무도 없다. 기분이 오싹하다. 조금 있다 또 소리가 나 뒤돌아 훑어봐도 아무도 없다. 후딱 돌아서 고함을 지르니, 몇 명의 아이들이 저쪽 나무 위로 잽싸게 숨어 올라간다.
나는 차에서 레이션을 꺼내와 나무 밑으로 다가갔으나 경계심을 품고 좀처럼 내려오지 않는다. 과자 몇 쪽을 갖다놓으니, 그걸 조심스레 주워 보곤 더 이상 도망가지 않는다. 나는 가만히 그들의 손을 잡고 어루만졌다. 나무를 깎아 바퀴까지 만든 장난감 자동차를 밀고 다니며 수줍게 시위하는 녀석도 있다. 가지고 온 헌 옷들을 나누어 주며 아이들 얼굴을 자세히 보니 어둠침침한 속에서도 참 섬세하게 잘생겼다. 손과 맨발은 굉장히 두꺼운 각질이 생겨 있다. 학교도 없는 이 아이들이 갑자기 가엾은 생각이 들었으나 마음 한편으론, "이놈아, 네가 더 불쌍한 놈일지도 몰라. 저 애들이 아무것도 모르는 것처럼, 게다가 넌 아무 데나 대고 오줌을 싸듯, 아무 데나 대고 너와 비교해 보려는 교만함까지 있는 놈 아니더냐."
나는 자책하며 고개를 흔들었다.
567km. 밤과 오지 속으로
계속 들어가고 있다.
바람 없는 골짜기 굽이마다
우리가 일으킨 먼지로 시야는 막혀있고
얼마 전에 지나간 앞차의 먼지는
시계 10m도 열어주지 않는다.
우리 차는
칠흑 같은 어둠도 대낮같이 밝히고
시속 170km까지 달릴 수 있건만
흙먼지로 더럽혀진 밤은
하이 빔을 켜면
오히려 먼지가 반사되어
시계 제로가 되어버린다.
깊은 모래와 박힌 돌덩이,
라디에(깊은 구덩이)와 크레바스의 연속,
이곳은 완전한 지옥이다.
강 양편은 험한 골짜기와 울창한 숲...
이 강바닥 밖으로
도망칠 길이 없다.
아직도 300km가 남았는데
내 나약함과 무능함이
마음을 짓누른다.
멈출 수도, 달릴 수도 없다.
이럴 때 고장이 나거나 차가 빠지게 되면 참으로 큰일이다. 굽이굽이 오지 속으로 뒤틀려 들어가는 와디 숲 너머에는 토인 부족 마을이 군데 군데 늪 속의 아나콘다처럼 숨어있다. 그들은 아직 창을 들고, 웃을 입지 않고 있다. 현대 문명과 차단된 채 태고적 삶을 그대로 영위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멀리 보이는 숲 속 넘어 지퍼진 불빛을 지나칠 때마다 먼지 가득한 입안에서 마른 침이 넘어간다. 생명을 내건 원시 속 모험에 대한 동경으로 이 대회에 참가하고 있으나 이 오지 속에서 흑 자동차 고장이나 사고로 차가 멈추게 될 때. 이 부근의 적개심 강한 부족이 앞을 가로막으면 자동차 경주는 차후 문제이다. 우선 삶과 죽음과 문명에의 회귀 여부는 마을 추장의 심판에 말겨진다. 그런 위험은 달리고 있는 와중에도 마찬가지다. 깊은 모래와 웅덩이 상태는 갈수록 험해지고, 먼지 속에서 우리의 시력과 체력은 점점 바닥으로 가고 있다. 마른입 속은 열기와 모래 먼지로 버석거린다. 차가 벌써 세 번이나 크레바스에 곤두박질치며 빠졌다 나오
기를 되풀이했다. 차 앞쪽이 깨진 것 같지만 그건 문제가 아니다. 우선 이 곳을 빠져나가야 한다. 원시 부족마을에 보름이나 잡혀 있다가 구출된 주자의 이야기로 제롬과 난 간이 쪼그라들었다. 그래도 그들이 살아 돌아왔으니 다행이다.
우린 차의 모든 불을 끄고
머리 전등만 비춘 채
모래를 퍼내고
깔개와 담요를 깔았다.
시간이 지나자
조급함은 사라지고
겁조차 없어져 버렸다.
오히려 멀리 숲 넘어
들짐승을 통째로 끼워 불을 지피는 듯한
그들 초막 주위로
마음이 맴돌며
불과 원시에로 치닫는 향수를
억제할 수 없다.



'최종림 작가 프로필'
출생: 부산
학력: 프랑스 파리 4 대학 현대 불문과 졸업
데뷔: 미당 서정주 추천으로 r문학 정신.을 통해 한국 문단에 등단
주요 경력:
한국 시인 협회 회원
한국인 최초 FISA 자동차 경주 자격증 A** 취득
파리-다카르 사하라 사막 자동차 경주 참가 및 완주
주요 작품:
소설: r코리안 메모리즈., 사라진 4시 10분, 사하라에 지다.
시집:에삐나.
논픽션: "사하라 일기J
오페라 시나리오: r하멜과 산홍., 오디푸스의 신화J(번역 및 각색)
다음주에 계속 ..
이원희 보도본부/ 편집국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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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칼럼]구름 아래 잠든 나라 -고성 송학동 고분군의 말 없는 역사-
경남 고성의 들녘을 따라 걷다 보면 낮은 구릉 위에 점점이 박힌 봉분들이 눈에 들어온다. 바람에 흔들리는 억새 사이로 드러나는 봉긋한 언덕들은 겉으로는 조용하지만, 그 속에 천오백 년을 품고 있는 세계가 숨어 있다. 이곳, 송학동 고분군은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가야 고분군’의 중요한 한 갈래로, 소가야가 남긴 마지막 숨결이 서린 자리다. 5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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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내란 색출’ 소동과 헝가리 반면교사
‘내란 색출’ 소동과 헝가리 반면교사 정부가 최근 ‘헌법존중 정부혁신 태스크포스(TF)’로 내란 동조 공직자를 가려내 책임을 묻겠다고 나섰다. 헌정 파괴 행위에 대한 책임 추궁은 국가의 기본 책무이다. 그러나 “과도한 내란몰이” “공직자 솎아내기”라는 우려와 ‘적폐청산’의 정치적 논란이 재소환되는 것 또한 현실이다. 이 과정이 정치 보복의 악순환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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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내란 색출’ 소동과 헝가리 반면교사
‘내란 색출’ 소동과 헝가리 반면교사 정부가 최근 ‘헌법존중 정부혁신 태스크포스(TF)’로 내란 동조 공직자를 가려내 책임을 묻겠다고 나섰다. 헌정 파괴 행위에 대한 책임 추궁은 국가의 기본 책무이다. 그러나 “과도한 내란몰이” “공직자 솎아내기”라는 우려와 ‘적폐청산’의 정치적 논란이 재소환되는 것 또한 현실이다. 이 과정이 정치 보복의 악순환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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