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칼럼]세월을 품은 전각, 청곡사 대웅전 -청암 배성근

이원희 보도본부/ 편집국장 기자

등록 2025-12-03 16:13


진주 금산면의 산기슭에 자리한 청곡사 대웅전은 사찰의 중심 전각이자, 신앙과 건축의 역사가 가장 짙게 스며 있는 공간이다. 오늘날 대웅전 안에는 보물 제1688호로 지정된 목조석가여래삼존좌상이 모셔져 있다. 석가모니와 문수보살, 보현보살로 이루어진 이 삼존상은 조선시대 범어사 계열 불사의 전형을 잘 보여주며, 청곡사 대웅전의 위상을 더욱 견고하게 하는 중심적 존재다.


대웅전의 역사는 오래되었다. 신라 헌강왕 5년, 즉 879년에 처음 세워진 것으로 전하며, 그 첫 건립은 도선국사의 창건 전통과도 맞닿아 있어 사찰 형성의 초기 역사를 짐작케 한다. 그러나 임진왜란이라는 국난을 피하지 못해 전각은 한때 잿더미가 되었고, 이후 광해군 4년인 1612년에 계행·극명 두 스님이 다시 중창하며 오늘날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17세기 초 재건된 대웅전은 이후 여러 시대를 지나며 비바람과 전란, 세월의 흔적을 견뎌냈지만, 전체 구조와 양식은 중창 당시의 모습을 거의 그대로 보존하고 있다는 점에서 특별한 의의를 지닌다.


대웅전의 건축적 가치는 다포양식의 공포 구조와 팔작지붕에서 가장 뚜렷하게 드러난다. 기둥머리 위와 기둥 사이 공간까지 촘촘하게 짜 올린 다포 공포는 조선 전기부터 주로 쓰인 양식으로, 임진왜란 이후 재건된 전각들이 보여주는 장중하면서도 실용적인 조형 감각을 잘 반영한다. 넓게 펼쳐진 팔작지붕은 절집 특유의 안정미를 더하며, 산세와 어우러져 단정한 균형을 이루고 있다.

수백 년 동안 고쳐 쓰인 부분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대웅전은 기본적인 구조와 기단, 공포의 배열, 지붕의 구성 등이 중창 당시의 원형을 충실히 간직하고 있어 경남 지역 사찰 건축 연구의 귀중한 기준점이 되고 있다. 특히 건립 연대가 명확히 기록되어 있다는 점은 조선시대 불전 연구에서 매우 드문 조건으로, 청곡사 대웅전이 지닌 학술적 가치를 더 확고히 만든다.



오늘 이 전각에 들어서면, 목조 삼존불의 묵직한 미소와 목재가 풍기는 고요한 향이 한 공간에 포개진다. 수백 년 전 장인들의 손길과 신앙, 전쟁의 상흔, 중창의 염원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자리에서 우리는 한 사찰의 역사를 넘어, 한 시대의 정신까지 만나게 된다. 청곡사 대웅전은 단순한 건물이 아니라, 신앙의 시간과 역사의 숨결이 교차하며 현재까지 이어진 살아 있는 문화유산이다. - 시와늪문인협회 배성근회장.



이원희 보도본부/ 편집국장

이원희 보도본부/ 편집국장

기자

헤드라인 뉴스

한국매일뉴스
등록번호인천 아 01909
발행인최용대
편집인이원희
연락처010)8834-9811
FAX031)781-4315
이메일hangukmaeilnews@naver.com
사무실031-781-9811
사업자 번호583-06-03523
주소 인천 서구 원당대로 628 714호 보미 골드 리즌빌
한국매일뉴스

한국매일뉴스 © 한국매일뉴스 All rights reserved.

한국매일뉴스의 모든 콘텐츠(기사 등)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R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