궤자지록(潰者之錄) 제1장 분월(分月), 달을 나누다_지은이 '운'

이원희 보도본부/ 편집국장 기자

등록 2026-01-20 03:17

궤자지록 지은이 운



궤자지록(潰者之錄) 

 분월(分月), 달을 나누다


달빛이 시리게 고인 밤이었다. 

노승의 선방에 비움을 쫓는 수행자 '운(雲)'이 찾아들었다.

방 안에는 노승이 홀로 차를 마시고 있었다. 그의 손 위에 놓인 찻잔은 달빛보다 푸른 청옥의 빛을 머금어, 마치 밤의 정수를 담아낸 듯했다. 운은 그 황홀한 빛깔에 홀린 듯 눈을 떼지 못하다가 낮은 목소리로 청했다.

"스님, 잔의 빛깔이 달빛보다 눈부십니다. 제게 이 잔을 허락하시겠습니까?"

노승은 잔을 들어 달빛에 비추어 보더니, 무심히 입을 열었다.

"운아, 이것은 소유이되 소유가 아니요, 공양이되 짐이 아니다. 이 잔에 담긴 찰나를 마시는 순간 너는 이미 만물을 가졌으되 아무것도 가지지 않은 존재가 된다. 내게 무소유란 온 세상을 소유하는 법. 그러니 이 물욕의 결정체를 네게 주마."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노승은 손의 잔을 바닥에 내리쳤다.

'쨍그랑'

푸른 옥 파편들이 사방으로 튀어 올랐다. 휘둥그레진 눈으로 운은

"아, 스님! 어찌하여 이런 무모한 짓을 하십니까!"

노승이 흩어진 파편 위로 시선을 던지며 물었다.

"운아, 지금 무엇을 보느냐? 깨진 옥이냐, 아니면 사라진 가치냐?"

부서진 파편에서 번져 나오는 서늘한 광기 혹은 영롱함. 운은 그 기세에 밀려 차마 말을 잇지 못하고 눈빛을 거두었다. 노승이 말을 이었다.

"소유하지 않겠다 했으니, 이 조각들은 이제 누구의 고통도 아니어야 한다. 잔이 온전할 때 무소유를 읊는 것은 우아한 취미에 불과한 법. 진정한 무소유는 바로 이 폐허 위에서 증명되는 것이니라."

노승은 미련 없이 자리에서 일어나 문지방 너머 밤공기 속으로 마지막 말을 던졌다.

"운아, 너는 이제 큰 재산을 얻었구나. '완벽하게 잃어버린 물건'이라는, 세상에서 가장 확실한 무소유를 말이다."

방 안에는 노승이 떠난 빈자리와 깨진 파편만이 남았다. 


바닥에 흩어진 청옥 조각들은 제각기 여러개의 달이 되어 그 밤의 빛을 나누고 있었다.



  운(雲)의 깨달음

온전한 하나를 탐냈더니

천 갈래 달빛이 발치에 쏟아졌네

가졌을 땐 한낱 그릇이었으나

잃고 나니 비로소 우주가 되는구나

부서져 빛나는 저 조각들이

내 안의 옹졸한 법당을 찌르는구나 _궤자지록(潰者之錄)


이원희 보도본부/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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