궤자지록(潰者之錄) 제2장 자물쇠 상전 마을_지은이 운

이원희 보도본부/ 편집국장 기자

등록 2026-01-21 23:31


궤자지록 지은이 운


궤자지록(潰者之錄) : 자물쇠 상전 마을


옛날에  글을 몰랐지만 배고픈 사람 얼굴은 잘 읽었던 숙수(요리사) '운'이란 사람이  있었다. 그가 당도한 고을은 입구부터 기이했다. 

마을 한복판에 커다란 줄이 그어져 있고, 왼쪽 사람들은 붉은 띠를, 오른쪽 사람들은 푸른 띠를 두르고는 서로를 향해 삿대질을 해대고 있었다.


그들은 도둑이 올까 봐 담장을 높인 게 아니라, ‘상대편이 도둑과 내통할까 봐’ 담을 쌓고 자물쇠를 채운 것이었다.


한날 운이 광장에서 생선을 굽기 시작하자 양쪽에서 난리가 났다.

왼쪽 사람들 “그 생선 머리가 왜 오른쪽을 향하느냐! 저놈은 오른쪽 집안의 첩자다! 당장 자물쇠를 더 채워라!”

오른쪽 사람들 “생선 꼬리가 왼쪽으로 휘지 않았느냐! 저건 왼쪽 놈들에게 보내는 신호다! 눈초리 법을 강화하라!”

원님은 이 혼란을 수습하기는커녕, 오히려 자기 편 자물쇠가 더 크고 단단하다며 자랑질이었다. “이 자물쇠야말로 우리 고을을 지키는 유일한 정의(正義)다!”


시간이 흐르자 도둑은커녕 고양이 한 마리 얼씬하지 않았다. 하지만 마을 사람들은 도둑보다 ‘상대방의 자물쇠’를 더 증오하게 되었다.


자물쇠를 더 크고 화려하게 만드는 데 고을 곡간을 다 써버리니, 사람들은 굶주려 얼굴이 반쪽이 되었다. 정작 잡아야 할 도둑은 잊혔고, 오로지 상대를 굴복시킬 ‘자물쇠 대결’만이 이 마을의 상전(上典)이 되어버린 것이다.


그때, 배고픈 아이 하나가 맹물만 끓이던 솥 앞에서 “도둑이 무서운 게 아니라, 이 무거운 자물쇠 때문에 문도 못 열고 밥도 못 얻어먹는 우리가 더 불쌍하지 않나요?”그러자

원님은 “저놈이 상대편의 사상을 주입받았다!”며 아이의 입에 자물쇠를 채우려 했다.


운은 다 타버린 생선 뼈다귀에 자물쇠를 주렁주렁 매달아 원님에게 바쳤다.

“사또, 보십시오. 이 생선은 도둑이 훔쳐 간 것이 아니라, 사또께서 모시는 저 ‘자물쇠 상전’들이 다 뜯어 먹었습니다.


왼쪽은 오른쪽이 나쁘다 하고, 오른쪽은 왼쪽이 도둑이라 하며 자물쇠만 깎고 있으니, 생선은 익을 틈도 없이 쇠 냄새에 찌들어 버렸습니다.

도둑을 막으라고 준 권세를 상대방을 묶는 데만 쓰시니, 이제 이 마을에서 진짜 도둑은 누구입니까? 자물쇠 뒤에 숨어 배를 불리는 사또입니까, 아니면 서로를 미워하느라 밥상을 걷어찬 저 백성들입니까?”


운은 무거운 자물쇠 뭉치를 불길 속에 던져버렸다.

“자신만 정당하다 우기는 그 고집이 가장 큰 담장이요, 상대만 악마라 부르는 그 입술이 가장 질긴 자물쇠입니다. 서로를 상전으로 모신 저 쇠덩이들을 녹여 쟁기를 만들지 않는 한, 이 고을에선 평생 도둑 이야기만 하다 굶어 죽을 것입니다.”

훗날 사람들은 이 고을을 ‘자물쇠 상전 마을’이라 불렀다. 도둑은 마을 근처에도 오지 않았으나, 사람들은 서로를 가두기 위해 스스로 옥살이를 자처했다.


“내 자물쇠가 더 옳다고 외치는 소리에, 정작 백성의 배고픈 신음은 묻혀버렸다.”


운의 송 (雲之頌) 

왼쪽 담장 높이자니 오른쪽이 도둑이요

오른쪽 대문 잠그자니 왼쪽이 첩자라네

도둑놈은 구경도 못한 채 자물쇠만 상전 되었네

내 것만 정의요 네 것은 불의라니

석쇠 위 생선은 쇠 냄새에 썩어가고

백성들 눈물은 자물쇠 구멍마다 흐르네

어허, 그 무거운 쇳덩이 내려놓고

차라리 도둑과 밥 한 끼 나누는 게 낫겠네




이원희 보도본부/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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