궤자지록(潰者之錄) 제4장, '하얀 이불 땅'을 탐낸 만리풍 대감 _지은이 운

이원희 보도본부/ 편집국장 기자

등록 2026-01-22 00:46

궤자지록(潰者之錄) 지은이 운


'하얀 이불 땅'을 탐낸 만리풍 대감


운(雲)이 봇짐을 메고 당도한 곳은 북쪽 끝, 만년설이 두껍게 덮여 마치 '세상의 하얀 이불'이라 불리는 섬이었다. 그곳 사람들은 비록 가난했으나, 조상 대대로 내려온 얼음집에서 눈꽃을 띄운 술을 마시며 제 나라의 이름표를 소중히 지키고 살았다.


어느 날, 이 섬을 건너다보던 큰 나라의 '만리풍 대감'이 입맛을 다시며 말했다.

"저 하얀 섬은 내 앞마당에 깔아둘 깔개로 딱이로구나! 내가 금화를 줄 테니 저 섬의 이름표를 떼어 내 성씨(姓氏)를 붙이겠다."


섬의 촌장이 손사래를 쳤습니다. "만리풍 대감, 이 땅은 조상의 넋이 깃든 곳이지, 저잣거리의 북어 대가리처럼 사고파는 물건이 아니옵니다."

그러자 대감 얼굴을 붉히며 엄포를 놓았다.


"오냐, 내 제안을 거절한다면 내일부터 너희 고을 배들이 내 나루터를 지날 때마다 배 밑창에 구멍을 내고, 너희가 팔러 오는 비단과 놋그릇에 무거운 벌금을 매겨 죄다 박살을 내버리겠다! 무력은 쓰지 않겠으나, 너희 곳간이 말라비틀어질 때까지 내 지켜보마."



이 광경을 지켜보던 이웃 고을 사람들도 수군거렸다. "우리는 대감과 한 울타리 안에서 도둑을 막기로 약속하지 않았소? 어찌 제 식구에게 놋그릇을 깨겠다는 협박을 하신단 말이오!"


만리풍 대감은 들은 체도 않고 "나를 따르지 않는 놈은 내 검은 장부에 적어두고 평생 괴롭히겠다"며 으름장을 놓았다. 얼음 섬 사람들은 광장에 모여 "우리 이름표는 은화 몇 닢에 지워지지 않는다!"며 통곡했다.



운은 만리풍 대감의 화려한 관복 소매 끝이 뜯어진 것을 보고, 얼음 섬의 날카로운 고드름 하나를 건넸다.


"대감, 이 날카로운 고드름으로 사또의 소매를 꿰매 보시겠습니까? 바늘이 아니라 고드름으로 옷을 이으려 하면, 옷감만 찢어지고 대감의 손가락끝만 얼어붙을 뿐입니다.

저 섬 또한 그러합니다. 대감의 정원을 넓히려고 억지로 끌어다 붙이려 하면, 함께 살기로 한 이웃과의 옷감은 갈기갈기 찢어지고, 결국 대감은 추운 겨울날 홑바지만 입고 서 있는 꼴이 될 것입니다.


"천하를 제 주머니 속 공깃돌로 여겨 남의 이름표를 짓밟는 자는, 정작 자신이 넘어졌을 때 제 이름을 불러줄 이웃 하나 남지 않게 된다."



운은 봇짐을 추스르며 하얀 섬을 떠났다. 뒤를 돌아보니 만리풍 대감은 놋그릇을 깨겠다며 몽둥이를 휘두르고 있었고, 섬 사람들은 굳건히 제 문틀을 붙잡고 있었다.


"금화로 땅은 가질 수 있어도, 그 땅을 밟고 서 있는 사람의 자부심까지는 등기(登記)할 수 없는 법이다."



운의 송 (雲之頌) : 하얀 이불 편


만년설 하얀 섬에 주인 이름 선명한데

큰 나라 대감은 제 앞마당 삼자 하네

금화 몇 닢 내밀며 조상의 땅 내놓으라니, 

장사꾼의 셈법이 도를 넘었구나

나루터 길 막고 놋그릇 깨뜨린들

얼음 아래 흐르는 긍지까지 깨뜨리랴

이웃과 맺은 약조를 저잣거리 흥정으로 바꾼 자야

어허, 억지로 이으려다 비단옷만 다 찢기네

제 욕심에 눈먼 만리풍 대감, 

찬바람에 떨 날 멀지 않았구나





이원희 보도본부/ 편집국장

이원희 보도본부/ 편집국장

기자

헤드라인 뉴스

한국매일뉴스
등록번호인천 아 01909
발행인최용대
편집인이원희
연락처010)8834-9811
FAX031)781-4315
이메일hangukmaeilnews@naver.com
사무실031-781-9811
사업자 번호583-06-03523
주소 인천 서구 원당대로 628 714호 보미 골드 리즌빌
한국매일뉴스

한국매일뉴스 © 한국매일뉴스 All rights reserved.

한국매일뉴스의 모든 콘텐츠(기사 등)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R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