궤자지록(潰者之錄) : 제3장, '불씨를 훔치는 세 고을' _지은이 운

이원희 보도본부/ 편집국장 기자

등록 2026-01-22 00:41

설화집 저자 운


궤자지록(潰者之錄) : 제3장, '불씨를 훔치는 세 고을'



하루는 운(雲)이 낡은 석쇠를 짊어지고 큰 강이 세 갈래로 갈라지는 '삼색 나루'에 당도했다. 예부터 이 세 고을은 서로 가진 보물이 달라, 생선을 잡는 자, 소금을 굽는 자, 숯을 만드는 자가 어우러져 천하일미를 만들어내던 곳이었다.


운이 도착했을 때 나루터는 적막했고 강물 위엔 날카로운 말뚝들만 가득했다.


운이 나루터 한복판에서 불을 지피려 하자, 각 고을에서 갓을 비딱하게 쓴 아전들이 달려와 호통을 쳤다.


 동(東)쪽 아전: "어허, 이놈! 우리 고을 갯벌에서 난 소금을 치지 않으려거든 당장 짐을 싸라! 우리 소금은 '천하제일'이라, 옆 고을 생선 따위에는 묻힐 수 없느니라!" 


 서(西)쪽 아전: "무슨 소리! 우리 산에서 난 참숯이 아니면 불을 피울 생각도 마라! 만약 저 동쪽 놈들의 소금을 한 꼬집이라도 섞는다면, 네놈의 석쇠를 강물에 던져버릴 것이다!" 


남(南)쪽 아전: "우리는 저 둘의 싸움구경이 제맛이라! 생선 한 마리당 통행세로 비늘 열 개씩을 내놓지 않으면 누구도 강을 건너지 못하리라!" 


운은 말없이 불을 피웠으나, 세 고을 아전들이 각자 자기 쪽으로만 부채질을 해대는 통에 불꽃은 미친 듯이 춤을 췄다. 동쪽에서 소금을 뿌리면 서쪽에서 숯가루를 날려 방해하고, 남쪽에서 길을 막으니 생선은 신선함을 잃어갔다.

결국 석쇠 위에는 겉은 검게 타버리고 속은 핏물이 뚝뚝 흐르는 고깃덩이만 남았다. 세 고을 사람들은 제집 앞마당에 소금과 숯을 산더미처럼 쌓아두고도, 정작 배가 고파 서로의 얼굴만 뜯어먹을 듯 노려보았다.


운은 그 시커먼 생선 토막을 원님들의 상 앞에 던지며 나직이 읊조렸다.

 "사또들께서는 각자의 보물이 가장 귀하다 소리치셨으나, 보십시오. 소금은 숯을 이기려 하고 숯은 생선을 가두려 하니, 남은 것은 먹지 못할 '잿더미'뿐입니다.


세상이라는 커다란 솥은 서로의 불씨를 나누어 가질 때 끓는 법이거늘, 내 집 아궁이만 뜨겁게 하려다 정작 굴뚝이 막히는 줄은 왜 모르십니까?


이것이 바로 넘어진 자들의 기록(潰者之錄)이니, 남을 무너뜨려 승자가 되려던 자들이 결국 자신의 밥상부터 무너뜨린 꼴이다."


운은 석쇠에 눌어붙은 재를 털어내며 안개 속으로 사라졌고 세 고을 아전들은 여전히 타버린 생선을 두고 누구의 책임인지 삿대질을 멈추지 않았다고 전해졌다.


"이웃의 불꽃을 시기하는 자는, 가장 추운 겨울날 자신의 화로가 식어가는 것을 보게 되리라."



운의 송 (雲之頌) : 삼색 나루 편


동풍(東風)은 소금을 싣고 서풍(西風)은 재를 날리니

나루터 맑은 물에 삿대질만 가득하네

제집 불씨 귀하다며 이웃 집 불 끄는구나

어허, 소금만 먹고 살거나 숯만 씹고 살려느냐

나누면 성찬이요 움켜쥐면 독약이라

무너진 자(潰者)의 밥상엔 비린내만 진동하네

제 눈 가린 아전들아, 타는 냄새 안 나느냐




이원희 보도본부/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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