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시장은 왜 봄보다 먼저 피어나는가— 마산어시장 설 대목장에서 청계 이상석

이원희 보도본부/ 편집국장 기자

등록 2026-02-13 13:40

마산 어시장



봄을 기다리며 온실에서 피워낸 꽃처럼, 오색찬연한 먹거리들이 진열대 위를 수놓는다. 설을 앞둔 마산어시장 대목장은 한겨울 속에서 가장 먼저 피어나는 봄이다. 생선의 은빛 비늘, 붉은 고추의 윤기, 가지런히 쌓인 과일과 나물들. 그것들은 단순한 상품이 아니라 한 해의 안녕을 기원하는 마음의 빛깔이다.


시장에는 박가분처럼 알싸한 향내는 없을지 모른다. 그러나 사람과 사람이 금세 동화되는 온기가 있다. 상인의 손끝에서 건네지는 덤 한 줌, “많이 담아가이소”라는 한마디 속에는 계산기를 넘어서는 정이 실려 있다. 시장은 이윤의 공간이기 이전에 관계의 공간이다.


어린 시절 부모의 손을 잡고 오가던 대목장의 기억은 세월이 흘러도 사라지지 않는다. 봄풀처럼 아슴하게 자라난다. 이제는 내가 어른이 되어 부모 선영에 올릴 제수를 장만하러 다시 찾는다. 그 순간, 시장은 단순한 상거래의 장이 아니라 세대를 잇는 통로가 된다. 살아 있는 자의 손길이 떠난 이를 향해 닿는 자리, 그것이 바로 설 대목장이다.


몸베바지처럼 헐렁하고도 따뜻한 인정이 골목마다 넘친다. 쪼들림 없는 넉넉함은 주머니의 두께가 아니라 마음의 깊이에서 나온다. 양손 가득 행복 꾸러미를 들고 종종걸음치는 사람들. 그들의 발걸음은 가족을 향하고, 그들의 손에는 사랑이 들려 있다.


우리는 흔히 전통시장이 쇠퇴한다고 말한다. 대형마트와 온라인 장보기 속에서 시장은 낡은 공간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시장은 단순한 유통 구조가 아니다. 그것은 기억을 저장하는 장소이며, 공동체의 체온을 유지하는 마지막 온기다. 물건은 다른 곳에서도 살 수 있지만, 사람 냄새는 이곳에서만 맡을 수 있다.


마산어시장 설 대목장은 오늘도 겨울 한복판에서 봄을 준비한다. 꽃보다 먼저 피어나는 것은 물건이 아니라 사람의 마음이다. 시장은 계절을 앞당겨 피워내는 공간이 아니라, 사람의 정을 먼저 꽃피우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청계 이상석 시인 수필가(창원 마산) 



이원희 보도본부/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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