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칼럼]기도의 의미를 다시 묻다_ 무불 스님

이원희 보도본부/ 편집국장 기자

등록 2026-02-15 11:22

(사진 제공 =배성근)


우리는 흔히 기도를 소원을 이루기 위한 행위로 이해한다. 부족한 것을 채워 달라 빌고, 원하는 결과를 얻기 위해 간절히 손을 모은다. 그러나 이러한 기도는 외부의 힘이 나의 욕구를 대신 해결해 주기를 기대하는 태도에 가깝다. 그것은 의존의 언어이지, 성찰의 언어는 아니다.


불교는 이러한 기대를 근본에서 전환시킨다. 석가모니의 가르침은 욕구를 충족시키는 방법을 제시하지 않는다. 오히려 욕구가 어떻게 괴로움을 낳는지를 통찰하게 한다. 갈등과 번민은 외부 환경 때문이 아니라, 집착과 분별에서 비롯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자유는 욕망이 충족될 때가 아니라, 욕망을 다루는 방식을 배울 때 찾아온다.


신비주의가 아닌 불교는 초월적 존재가 우리의 운명을 대신 바꾸어 주는 종교 또한 아니다. 오히려 스스로 걸어가는 용기와 서원을 가르친다. 삶의 문제를 외부에 맡기지 않고, 자신의 인식과 태도를 성찰하게 한다. 고통의 원인을 밖에서 찾지 않고, 마음의 구조에서 찾는다는 점에서 불교는 철저히 자각의 철학이다.


기도의 의미 또한 여기에서 달라진다. 기도는 무엇을 달라고 비는 행위가 아니라, 자신의 어리석음과 부족함을 돌아보는 시간이다. 그것은 회피가 아니라 결단이다. 마음의 습관을 직시하고, 그 습관을 바꾸겠다는 다짐이다. 스스로를 성찰하지 않는 기도는 공허한 주문에 머물지만, 자신을 돌아보는 기도는 수행이 된다.


삶은 끊임없이 비바람을 맞는다. 갈등과 상실, 좌절과 실패는 누구에게나 찾아온다. 그러나 그 비바람을 대신 막아 줄 존재를 찾기보다, 그것을 견디고 통과할 힘을 기르는 것이 더 중요하다. 불교적 관점에서 보면, 시련은 제거의 대상이 아니라 성찰의 계기다. 만사는 자기에게 부딪치는 조건이며, 그 조건을 해석하고 대응하는 책임 또한 자기에게 있다.


자기를 자기가 책임진다는 말은 냉혹한 선언이 아니다. 그것은 주체로서의 존엄을 인정하는 표현이다. 자신의 삶을 타인의 판단이나 외부 권위에 맡기지 않는 태도, 그것이 수행의 출발점이다. 자유는 허락받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획득하는 것이다.


하루 24시간 중 단 10분이라도 조용히 앉아 자신을 바라보는 시간은 단순한 휴식이 아니다. 그것은 인식의 습관을 비추는 행위다. 생각이 어떻게 일어나고 사라지는지, 욕구가 어떻게 형성되는지 관찰하는 시간이다. 이러한 자가 명상은 특별한 종교 의식이 아니라, 인간이 자기 자신과 만나는 가장 기본적인 방식이다.


놀라운 점은, 이러한 짧은 성찰이 삶의 방향을 바꾼다는 사실이다. 욕구에 휘둘리던 마음은 조금씩 여유를 찾고, 갈등 속에서도 선택의 여지를 발견하게 된다. 거룩함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직시하려는 태도 속에서 싹튼다. 그리고 그 태도는 자연스럽게 행복의 질을 바꾼다. 외부 조건이 완벽해져서가 아니라, 마음이 덜 흔들리기 때문에 찾아오는 평온이다.


불교는 기적을 약속하지 않는다. 대신 성찰을 제안한다. 욕구의 충족이 아니라 욕구의 이해를, 갈등의 제거가 아니라 갈등을 바라보는 지혜를 가르친다. 기도는 세상을 바꾸어 달라는 요청이 아니라, 나를 바꾸겠다는 결심이다. 그 결심이 쌓일 때, 우리는 갈등과 욕구로부터 조금씩 자유로워진다. 그리고 그 자유 속에서 비로소, 삶은 외부의 보상에 기대지 않는 내면의 가치로 빛나기 시작한다.



사단법인 국제NGO자비등불 회장 무불 박석구 (작가) 

이원희 보도본부/ 편집국장

이원희 보도본부/ 편집국장

기자

헤드라인 뉴스

한국매일뉴스
등록번호인천 아 01909
발행인최용대
편집인이원희
연락처010)8834-9811
FAX031)781-4315
이메일hangukmaeilnews@naver.com
사무실031-781-9811
사업자 번호583-06-03523
주소 인천 서구 원당대로 628 714호 보미 골드 리즌빌
한국매일뉴스

한국매일뉴스 © 한국매일뉴스 All rights reserved.

한국매일뉴스의 모든 콘텐츠(기사 등)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R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