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치인의 말은 개인의 의견을 넘어선다. 한 마디 발언이 시장을 흔들고, 외교 관계를 긴장시키며, 사회의 감정을 분열시키거나 치유하기도 한다.
그래서 정치인의 말에는 언제나 무게가 따른다. 그 무게를 감당할 수 있는가가 곧 정치의 품격을 가른다.
말의 품격은 화려한 수사에서 나오지 않는다. 사실에 대한 존중, 상대에 대한 예의, 결과에 대한 책임에서 비롯된다. 감정을 자극하는 언어는 순간적인 주목을 끌 수는 있지만, 신뢰를 쌓지는 못한다. 오히려 사회를 갈라놓고, 말한 사람 자신에게도 되돌아온다.
정치인의 말이 큰 영향을 미치는 이유는 세 가지다.
첫째, 그 말이 공적 권한을 등에 업고 있기 때문이다. 개인의 말이 아닌, 제도와 권력의 언어로 받아들여진다.
둘째, 그 말이 사회적 기준이 되기 때문이다. 거친 말이 반복되면 사회의 언어도 거칠어지고, 왜곡된 표현은 곧 일상화된다.
셋째, 그 말이 행동을 촉발하기 때문이다. 지지와 반대, 연대와 혐오가 말에서 시작된다.
품격 있는 정치 언어는 갈등을 숨기지 않는다. 다만 갈등을 해결의 언어로 다룬다. 비판하되 인신을 공격하지 않고, 단호하되 상대의 존엄을 훼손하지 않는다. 이런 말은 당장은 박수를 덜 받을 수 있어도, 시간이 지날수록 신뢰를 남긴다.
반대로 말의 품격을 잃은 정치는 쉽게 자극에 중독된다. 과장과 왜곡, 혐오의 언어는 지지층을 결집시키는 도구가 되지만, 사회 전체의 공기를 오염시킨다. 그 결과 정치 불신은 커지고, 민주주의의 토대인 대화는 설 자리를 잃는다.
정치인의 말은 기록으로 남고, 역사로 평가된다. 말의 품격은 그 정치인의 국격, 더 나아가 사회 전체의 품격을 비춘다. 그래서 정치인의 언어는 자유롭되 결코 가벼워서는 안 된다.
정치는 말로 시작해 말로 끝난다. 그 말이 다리를 놓을 것인지, 또 다른 벽을 쌓을 것인지는 정치인 스스로의 선택에 달려 있는 것 같다.
권오정 문화부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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