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비의료인 문신, 무면허 의료행위 아냐"…34년만 판례변경(종합)
전원합의체 "의학적 지식·경험 꼭 필요치 않아…직업의 자유도 보장"
타투유니온 "아쉬움 덜어낸 상식적이고 완벽한 판결" 환영
타투샵에서 작업 중인 타투이스트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이미령 기자 = 비의료인의 문신 시술을 '무면허 의료행위'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단이 나왔다.
내년 10월 문신사법 시행을 앞두고 대법원이 '문신=의료행위' 판례를 34년 만에 변경한 것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전원일치 의견으로 21일 의료법 위반 혐의로 각각 기소된 박모씨와 백모씨 사건 상고심에서 벌금형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깨고 무죄 취지로 사건을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의료행위란 진찰·처방 등을 시행해 질병의 예방 치료를 하는 행위, 의료인이 하지 않으면 보건생상 위해가 생길 우려가 있어 의학적 전문지식에 기초한 시행·관리가 필요한 행위"라며 "문신 시술은 의료행위가 아니다"라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문신행위는 전문적인 의학지식을 갖춘 의료인이 등장하기 전부터 광범위하게 이뤄졌고, 의학·의술과 구분된 독자적 직역으로 발달해왔다"며 "통상적인 서화(레터링)문신·미용문신은 대부분 질병의 예방 또는 치료와 직접적 관련 없이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문신시술은 문신 관련 미적 지식과 기능, 경험이 요구되는 영역으로 의료인에 버금가는 의학적 지식과 경험이 있어야만 성공적인 문신시술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라고 설명했다.
바늘 침투 깊이를 자동 조절해주는 등 안전성이 개선된 문신용 기계가 널리 사용되고 있고, 문신용 염료로 인한 보건위생상 위해를 예방하기 위한 제도적 노력도 강화됐다는 것이다.
대법원 내부 (서울=연합뉴스) 박동주 기자 = 조희대 대법원장과 대법관들. 2026.5.21 pdj6635@yna.co.kr
대법원이 1992년 5월 눈썹 문신시술을 무면허 의료행위로 판단하면서 비의료인의 문신시술은 처벌 대상이 돼왔는데, 이날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해 34년 만에 판례가 변경됐다.
대법원은 1992년 이후 의료기술이 발전하고 사회일반의 보건위생 지식수준이 개선됐다며 누구든 보건위생상 위해 관련 정보를 바탕으로 '자기 신체를 통해 개성을 발현하고 행복을 추구하는 수단'으로 문신 시술을 받을지 스스로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문신은 더 이상 일부 집단의 전유물이 아니라 일반인이 자연스레 접할 수 있는 문화로 자리 잡았고, 다양한 사회·문화적 의미를 담고 있다"며 시대 변화를 인정했다.
특히 대법원은 "문신시술을 하려는 사람의 직업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는 물론 문신시술을 받으려는 사람의 행복추구권, 표현의 자유 등 관련자들의 헌법상 기본권이 최대한 보장될 수 있는 방향으로 의료법 조항을 해석할 필요가 있다"는 점도 짚었다.
일반인에게 문신시술을 위해 의료인 자격을 취득하라고 하는 것은 사실상 비의료인의 문신 행위를 금지하는 것이고, 높은 진입장벽으로 인해 직업 선택권을 사실상 봉쇄당한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특히 서화문신의 경우 "피시술자의 삶에서 중요한 의미를 차지하는 사건들, 간직하고 싶은 추억들, 기억하고 싶은 사람들, 인생의 좌우명, 종교적 신념처럼 개인적인 서사를 반영한 자신만의 도안을 선택하기도 한다"며 "자신이 선택한 도안을 매개로 스스로 추구하는 사회적 인격상을 신체를 통하여 다른 사람들에게 표현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비의료인 문신 시술 합법화 [연합뉴스 자료사진]
미용실을 운영하는 박씨는 2020년 1∼12월 두피문신 시술을, 백씨는 2019년 5월 패션잡화 판매점에서 서화문신(레터링 문신) 시술을 해 재판에 넘겨졌다.
두 사건 1·2심은 과거 대법원 판례에 따라 이들에게 벌금형을 선고했다.
헌법재판소도 여러 차례 의료인만 문신 시술이 가능하게 한 의료법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려왔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9월 비의료인의 문신 시술을 허용하는 '문신사법'이 국회를 통과해 내년 10월 말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이날 대법원은 문신사법 시행 이전 현행 의료법 기준으로도 문신 시술 행위가 그 자체로 무면허 의료행위로서 처벌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다만 대법원은 "문신사법 등 시행 전이라도 문신시술자의 업무상 과실로 상해를 입히는 경우 등 형법이나 공중위생관리법을 위반한 경우에 따른 형사처벌 가능성이나 국민의 건강권 보호를 위한 규제 도입의 가능성을 전면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문신사(타투이스트) 업계는 "완벽한 판결"이라며 환영 입장을 밝혔다.
타투이스트 김도윤 타투유니온 지회장은 "(지난해 통과된) 문신사법 역시 문신이 의료행위임을 전제로 만들어져 아쉬움이 있었는데 오늘 사법부 판결로 그 아쉬움이 완벽하게 끝났다"며 "감사하지만 한편으로는 상식적인 이야기를 한 판결"이라고 말했다.
법 시행 이전 남아있던 처벌 가능성을 덜었단 점에서도 "문신사법 통과 이후 오히려 신고나 협박이 많아지고 실제 경찰 조사도 많이 받았는데, 그런 위험에서 완전히 벗어나게 됐단 것도 환영할 부분"이라고 밝혔다.
이날 판결 선고 당사자인 타투이스트 박모씨도 "억울한 사장님들, 소상공인분들이 한 번에 속 시원하게 사업을 운영하게 되는 첫 발걸음이 되지 않을까 싶어 기쁜 마음"이라고 말했다.
문신 [연합뉴스 자료사진]
already@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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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대 발행인/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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